이자도 못내는 ‘좀비’ 상장사 역대 최대...1년새 13%나 증가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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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한계 상태에 빠진 상장사가 역대 최대로 늘어나면서 은행권의 기업 신용평가 작업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 관세 등 대내외 불안이 커지자 은행들이 건전성에 방점을 찍고 잇달아 대출을 조이고 있는데, 일반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경영 상태가 나은 상장사 사이에서도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낼 수 없는 ‘좀비 기업’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 건전성 관리에 나서되 기업 자금이 지나치게 경색되지 않도록 금융사 자본 규제를 풀어 유동성 물꼬를 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일경제 의뢰로 코스피·코스닥 기업 경영 상황을 분석한 결과, 한계 상태에 빠진 상장사는 지난해 541곳으로 1년 새 61곳(12.7%) 증가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상장사는 일정 수준의 재무 검증을 거쳐 증시에 입성한 만큼 기업 규모가 크고 경영 상태가 안정적인 기업들로 통한다. 하지만 경기 침체 속도가 빨라지며 상장사에서도 경영 한계 상황에 봉착한 기업이 10곳 중 2곳(22.6%)꼴로 늘었다. 좀비 기업 비중은 1999년 외환위기(26.0%) 이후 역대 2번째로 높다.

문제는 지난해 이후 전 세계 경기 침체 속도가 부쩍 빨라졌는데, 지난달부터 시중은행 신용등급 재평가 작업이 본격화하며 악화한 실적이 은행권 평가에 빠르게 반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 은행은 회계법인 감사를 받는 외부감사 대상 기업(외감기업) 결산 이후 5~6개월 이내에 신용평가를 조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별로 내줄 수 있는 대출 규모와 금리 수준을 다시 정한다.

은행들은 경기 충격을 심하게 받는 고위험 산업군을 집중 모니터링 대상으로 정하고 향후 경기 상황에 따라 대출을 조이면서 건전성 수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신용등급이 깎이면 은행권에서 받을 수 있는 금리가 올라가고 여신 규모도 줄어 자금 경색에 빠질 공산이 커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거액 여신을 줄이면서 자금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며 “기업 현장을 직접 찾아 정확한 재무 현황을 파악하며 발로 뛰는 리스크 관리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당국은 금융사 자본 규제를 완화해 기업 금융 불씨를 살린다는 계획이다. 벤처투자조합 투자분에 대해 차등적으로 위험가중치를 매기고 부동산 개발 금융과 부실채권에 대한 위험 노출액 적용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하지만 기업 부실에 더해 영세 자영업자 부채 역시 치솟으며 금융권의 잠재된 폭탄이 됐다. 내수 부진이 심해지며 한계 상황에 처한 차주가 비수도권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매일경제가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받은 한국은행의 ‘시도별 자영업자 다중채무자 대출 규모’ 자료에 따르면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빚을 진 다중채무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749조6000억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2023년(753조5000억원)에 이어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특히 세종(69.4%), 경북(10.5%), 경남(8.1%) 등 지역에서는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가팔랐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대법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법원에 접수된 개인회생 건수는 1만2519건으로 월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기업과 자영업자 부실이 장기화하면 취약차주로 위험이 빠르게 전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 의원은 “지방을 중심으로 다중채무자의 상환 부담이 악화되고 있다”며 “부실 대출이 폭발하면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어 취약차주에 대한 지원과 과감한 구조조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재원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사모펀드나 대기업이 한계기업을 인수하거나 정리할 수 있도록 정부가 구조조정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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