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휴전 중재국 향해 폭탄 투하…‘막무가내’ 공습에 가자휴전 ‘파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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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거침없는 軍행동에
아랍국 등 일제히 규탄 성명
카타르 “비겁한 공격” 비난

트럼프 “네타냐후 일방 결정
좋은 상황 아냐” 불만 드러내
미국·걸프국 안보동맹 균열

이스라엘이 공습한 카타르 도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이 공습한 카타르 도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의 거침없는 군사행동에 국제사회가 깜짝 놀라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주요 인사를 목표로 한 이스라엘의 공습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휴전 중재국이자 중동 내 대표적인 친미 국가 영토를 침범한 이번 작전으로 앞으로 협상 전망에 먹구름이 끼게 됐다.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은 9일(현지시간) 실시된 자국군의 작전 이름이 ‘불의 꼭대기’이며, 전투기와 무인기(드론)가 이스라엘 본토에서 1800㎞ 넘게 떨어진 표적에 폭탄 10발을 투하했다고 보도했다. 알자지라는 하마스 휴전 협상 대표단이 모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제안을 논의하던 도중 공격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도 성명을 통해 하마스 고위급 지도자가 공습 목표란 점을 확인했다.

대표단을 이끄는 하마스 정치국 부의장 칼릴 알하야와 또 다른 고위급 자헤르 자바린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며, 칼레드 메샬도 이들이 있던 회의에 동석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사우디아라비아 매체 알아라비야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다만 하마스는 성명에서 알하야의 아들과 보좌관 등 5명만 숨졌다며 “협상 대표단을 암살하려는 적의 시도는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EU) 싱크 탱크인 유럽외교협회(ECFR)의 중동 전문가인 휴 로밧은 BBC에 “휴전을 위해 협상 중인 상대 팀을 살해하는 행위는 휴전 협상에 절대 좋은 징조가 아니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이스라엘이 이번 공격을 감행하지 전에 미국과의 사전 교감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이 이번 공습에 대해 사전에 미국에 알리지 않았다면서 불만을 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난 전체적인 상황이 불만족스럽다. 좋은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트루스소셜에 “공격은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한 결정이지 내가 한 결정이 아니다”라면서 선을 그었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백악관 당국자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공격 계획을 미국에 사전 통지했다고 보도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오늘(9일) 오전 트럼프 행정부는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공격하고 있다는 보고를 미군으로부터 받았다”면서도 “카타르 내부에 대한 일방적인 폭격은 이스라엘이나 미국의 목표를 진전시키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예루살렘포스트는 “미국 관리들이 하마스 지도부에 대한 공격을 이미 알았고 작전에 ‘그린라이트’를 보냈다”고 이스라엘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중동 내 미군 공군기지 중 최대 규모인 알우데이드 기지가 있는 카타르를 공격하면서 미국과 어느 정도 조율을 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시선이 있다. 액시오스는 이날 미군이 걸프만으로 다가오는 이스라엘 전투기를 발견하면서 이번 공격을 처음 인지했다고 당국자를 인용해 전했다. 미군은 상황 인지 후 이스라엘에 확인을 요청했다. 액시오스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관련 정보를 제공했을 때는 이미 미사일이 카타르를 향해 날아가고 있어 막을 수 없는 상태였다.

이스라엘은 N12 방송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이번 공습을 수개월간 계획했다.

하마스는 2012년부터 도하에 정치국 사무실을 운영해 왔다. 2023년 전쟁 발발 이후 이곳이 하마스의 지휘부 역할을 하고 있다. 카타르는 하마스 등 역내 무장 조직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긴장 완화와 중재 역할을 해온 만큼 이번 이스라엘의 공습은 충격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카타르 당국은 공습 여파로 가자지구 휴전 협상 중재를 잠정 중단하겠다는 뜻을 미국에 전달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카타르 외무부는 성명에서 “이스라엘의 비겁한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국제법과 국제규범을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이 범죄적인 공격은 카타르의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가한다”고 강조했다. 사우디를 비롯해 이스라엘과 아브라함 협정을 통해 국교를 정상화한 아랍에미리트(UAE)도 “지역 안보에 극도로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거주하던 건물에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거주하던 건물에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이밖에 주변 걸프국과 아랍연맹(AL)도 규탄 성명을 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번 사태와 관련한 긴급회의를 10일 개최했다. 현재 유엔 안보리 의장국은 한국이다. 안보리 선출직 이사국인 한국은 9월 한 달 동안 순회 의장국을 맡고 있다.

휴전 협상의 장을 마련한 카타르가 빠지면서 이스라엘이 휴전 논의 진전을 훼방 놓으려는 의도로 공습을 감행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알자지라는 “이스라엘이 가자시티의 모든 팔레스타인인이 대피해야 한다며 군사작전을 계속하고, 하마스를 파괴하겠다는 주장을 고수한다”면서 “협상 결과와 관계없이 전쟁을 계속할 방침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분쟁 전문 싱크 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마이라브 존스제인 분석가는 알자지라에 “이스라엘은 휴전이나 협상에 전혀 관심이 없다”며 “도하에서 하마스 지도부가 제거돼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 전략에 ‘게임 체인저’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습으로 미국과 중동 지역 동맹국 간 관계가 흔들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모하메드 빈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는 “미국이 이스라엘의 공격이 시작된 지 10분 후에야 카타르에 경고했다”며 “100% 배신행위”라고 비난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연이은 군사행동을 묵인해 왔다는 비판을 받는 미국을 향한 UAE와 사우디 등 중동 국가들의 반발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산 알하산 국제전략연구소 중동 정책 수석연구원은 “미국이 암묵적으로 승인했든 적극적으로 조장했든, 이는 걸프국들과 미국의 관계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알자지라는 “중동 내 가장 큰 미군 기지를 두고 있는 카타르를 공격한 사건으로, 미국이 안보 동맹국으로서 신뢰할 수 없다는 견해가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전쟁을 끝내라는 국제사회 압박에도 이스라엘 강경파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강경파로부터 연정 탈퇴 압박을 받는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시티 장악 작전 등 평화 모색과는 반대 정책을 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가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더라도 권력을 유지하려 연정 내 극단주의자들의 이념에 굴복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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