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줄은 몰랐네" 부글부글…추석선물세트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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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1일 서울 시내 한 마트에 추석선물세트가 진열돼 있다. 뉴스1.

지난 8월 31일 서울 시내 한 마트에 추석선물세트가 진열돼 있다. 뉴스1.

추석을 앞두고 각종 선물세트가 팔리고 있지만, 선물세트 구성품에 더해지는 포장값은 전체 가격의 많게는 2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 연휴 마케팅과 포장 등의 비용이 그대로 가격에 반영되면서 가격을 끌어올린 결과다.

본지가 시중에 판매중인 추석선물세트의 가격과 구성품 개별 가격의 합계를 비교해보니 전체 제품 가격 중 포장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부분 10%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비싸다니" 추석선물세트의 '배신'…스팸·참치 등 포장값 따져보니

예를 들어 CJ제일제당 공식몰인 CJ더마켓에서 판매중인 '스팸고급유SE호' 세트는 200g 짜리 스팸 4개와 백설 해바라기유 500ml 2개로 구성됐다. 2개 세트 묶음으로 5만570원이다. CJ더마켓에서 파는 스팸 200g 3개 들이 가격은 1만712원으로 개당 3570원꼴이다. 해바라기유 500ml 가격은 2개에 8450원이다. 2개 세트의 개별 품목 가격의 합계는 4만5460원이란 계산이 나온다. 포장값이 5110원으로 포장비가 10%가 넘는다.

"이렇게 비싸다니" 추석선물세트의 '배신'…스팸·참치 등 포장값 따져보니

또 다른 스팸 8호 선물세트는 스팸 200g짜리 8개가 들어있는데 할인 후 가격이 3만1295원이다. 개당 3911원꼴이다. 포장비로 2735원을 지불하는 셈이다. 이 역시 포장비가 10% 정도다.

특별한 마케팅 세트는 가격이 더 뛴다. '스팸 슈퍼문 Seoul 에디션' 세트는 스팸 클래식 200g 8개와 스팸라이트 200g 4개로 구성됐다. 4만9985원이다. 스팸라이트 200g은 3개에 1만1037원에 팔리니, 개당 3679원 꼴이다. 개별 제품 전체 합계액은 4만3276원이다. 포장비가 6709원으로 전체 가격의 13.4%에 달한다.

"이렇게 비싸다니" 추석선물세트의 '배신'…스팸·참치 등 포장값 따져보니

오프라인도 비슷한 상황이다. 코스트코에서 판매하는 스팸 340g 12개 세트 가격은 5만8900원이다. 쿠팡에선 배송비 포함 12개에 4만5240원에 구매 가능하다. 포장비가 1만3000원이 넘는다는 계산이다. 포장비만 판매가의 22%를 차지한다. 다른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하는 선물세트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렇게 비싸다니" 추석선물세트의 '배신'…스팸·참치 등 포장값 따져보니

추석선물세트에서 빠질 수 없는 참치는 제품마다 포장비 비중이 크게 차이나고 있다. 구성품 개수가 많고 고가일수록 오히려 더 저렴한 세트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예를 들어 동원의 공식몰인 동원몰에서 판매중인 동원참치 O-9호는 2만1290원으로 라이트스탠다드 6개, 고추참치 3개로 구성돼있다. 같은 동원몰에서 라이트스탠다드 참치(85g)는 1캔에 1990원, 고추참치(85g)는 1890원꼴(10개 제품 기준)로 판매중이다. 이를 개별적으로 구매하면 1만7601원으로 포장비가 17.4%(3689원)에 달한다.

하지만 좀 더 비싼 동원참치 O-20호는 오히려 이득인 세트다. 라이트스탠다드 참치 85g 12캔과 고추참치 85g 8캔으로 구성돼있고 가격은 3만8030원이다. 총 개별 제품 합계액은 3만9000원이다.

30만원 이상 구매시 사용 가능한 10% 할인 쿠폰 등을 고려하면 세트가 오히려 10% 이상 저렴한 셈이다. 판매량과 포장 비용, 유통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격이 설정된 결과다.

"이렇게 비싸다니" 추석선물세트의 '배신'…스팸·참치 등 포장값 따져보니

다른 식품사에서 판매하는 각종 추석선물세트도 사정은 비슷하다. 추석 선물세트 마케팅 비용이 그대로 소비자 가격에 전가되고 있는 구조다. 명절 선물세트는 선물의 내용만큼이나 포장이 중요하기 때문에 포장에 따른 적절한 마진을 남기는 건 당연지사 아니냐는 반론도 나온다. 단순히 개별 제품 가격 합계로 가치를 판단할 수 없단 취지다. 때문에 가성비 제품을 고르기 위해선 소비자들이 꼼꼼하게 가격을 비교해 보는 수밖에 없다.

또 쓰레기로 버려야 하는 포장비에 상당한 비용을 들인다는 점은 ESG 경영을 앞세우는 식품업계와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제품 구성이 다양해질수록, 마케팅이 늘어날 수록 더해지는 가격이 높아진다"며 "대량 구매에 따른 할인 등을 적용하면 포장비 비중은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윤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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