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ETF라 불러도 될까”…요즘 잘 나가는 ETF, 개별 종목에 몰빵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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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한 우량주 ETF 급성장
엔비디아 레버리지 상품에
세계 최대 59억달러 뭉칫돈

테슬라·코인베이스 ETF도
공격적 베팅투자로 인기
액티브 ETF 비중 6년새 4배

사진설명

미국 시장에서 테슬라, 엔비디아, 코인베이스, 마이크로스트레티지 같은 인기 종목 한 곳에 집중 투자하는 개별 종목 상장지수펀드(ETF)가 흥행하고 있다.

올해 들어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NVDA) ETF가 보여줬다. 2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엔비디아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9개 ETF의 총운용자산은 90억달러로, 단일 종목 ETF 시장의 35%를 차지한다.

미국의 ETF 운용사 그래닛셰어스(GraniteShares)의 엔비디아 2배 레버리지 ETF(NVDL)는 11월 말 기준 총운용규모가 59억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단일 종목 ETF의 가장 큰 장점은 소액으로 고가의 주식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다. 투자자는 해당 주식을 직접 매수하지 않고도 ETF를 통해 해당 주식의 성과를 추종할 수 있다. 여기에 레버리지(2배 상승) 또는 인버스(하락에 베팅) 전략을 활용할 수 있어 단기 시장 변동성을 활용한 공격적인 투자까지 가능하다.

레버리지 ETF는 파생상품과 차입을 통해 추적 지수의 변동 폭보다 몇 배의 이익이나 손실이 발생하도록 설계됐다. 이 때문에 주식시장이 상승기라고 판단될 때 인기를 얻는다.

윌 린드 그래닛셰어스 최고경영자(CEO)는 “개별 주식 레버리지 ETF는 ETF 시장에서 가장 흥미로운 분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최근 엔비디아, 코인베이스, 메타 등 미국 인기 기술주 랠리로 전 세계 투자자가 크게 발돋움하는 고성장 기업에 투자할 기회를 확보하려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2년 7월 최초 상장하고 덩치를 키워온 단일 종목 ETF는 올해 11월 말 기준 93개로 증가했다. 총운용자산 규모는 260억달러를 기록했다. 올해에만 42개의 신규 상품이 출시되며 시장 확장을 이끌었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TSLA) ETF 역시 강세다. 테슬라를 추종하는 11개 ETF의 총운용자산은 11월 말 기준 53억달러에 달했다. 테슬라 1.5배 레버리지 ETF 상품인 ‘디렉션 데일리 TSLA 불 1.5X 셰어스(TSLL)’가 33억달러 이상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가상화폐 대통령’을 천명하고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발 호재로 코인베이스(COIN) ETF 역시 성장세다. 코인베이스는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주요 디지털 자산 거래를 지원한다.

코인베이스 관련 ETF 4종이 상장해 있다. 이 중 코인베이스 주가 변화의 2배를 따르는 그래닛셰어스 2x 롱 코인 데일리 ETF(CONL)는 20일 종가 기준 연초 대비 수익률(YTD)이 55%를 넘었다.

비트코인 큰손인 마이크로스트레티지(MSTR)의 2배 레버리지 ETF도 인기다. T-REX 2X 롱 MSTR 데일리 타깃(MSTU)은 지난 9월 18일 출시돼 11월 말까지 30억달러가 넘게 유입됐다.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로 2020년부터 비트코인을 대량 매입하면서 사실상 ‘비트코인 투자회사’로 변모하며 관련 ETF도 인기를 끈 것이다.

개별 종목 ETF에 뭉칫돈이 몰리면서 미국 액티브 ETF 시장 역시 급성장했다.

11월 말 기준 미국 ETF 총자산(10조5640억달러) 중 패시브 ETF가 9조7000억달러 규모로 92% 수준으로 가장 많다. 아직 액티브 ETF 비중은 10%에도 못 미치지만 자산 증가율은 액티브 ETF가 더 빠르며 비중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올해 11월까지 액티브 ETF로 2570억달러가 들어왔다. 11월 말 기준 총자산 8640억달러로 연초 대비 63% 증가했다. 미국 ETF에서 액티브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2.1%, 2021년 4.0%, 2023년 6.5%였는데, 올 11월 말에 8.2%대로 높아졌다.

상품 수 증가도 눈에 띈다. 2020년 말 액티브 ETF는 413개, 2021년 말 673개, 2023년 11월 말 1600여 개에 육박한다. 이 중 주식형 1019개(64%), 채권형 380개(24%), 기타 유형 183개(12%)다.

서밋 로이 ETF닷컴 수석애널리스트는 “뮤추얼펀드가 ETF로 전환되는 추세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ETF가 거의 모든 면에서 더 나은 투자자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에 펀드매니저들이 전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액티브 ETF의 성장세는 한국에서 더 가파르다. 한국 시장에서 2020년 말 약 2조원에 불과했던 액티브 ETF 총자산은 2023년 말 38조6000억원까지 18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11월 말 기준으로는 57조원으로 급증하며 전체 ETF 총자산 내 비중도 2020년 말 4.1%에서 11월 말 35%로 급성장했다.

상품 수는 2020년 말 14개에서 2022년 말 108개, 2023년 말 176개, 11월 말 236개로 매년 그 수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몇 년 새 국내 ETF 시장에서도 미국처럼 신규 출시하는 ETF 중 액티브 전략을 채택하는 비중이 점차 늘고 있다”며 “올해 11월까지 상장한 신규 ETF 중 약 42%인 67개가 액티브형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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