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원회 등서 구체적 일정 논의
의료계 단일 협상안 마련 가능성도
대한의사협회가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계기로 대정부 투쟁을 적극 추진한다. 오는 20일 전국의사궐기대회를 여는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1년여 간 이어진 의정갈등 국면에서 의협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들끓는 가운데, 이번 대투쟁으로 내부 단합을 이끌어내고 정부를 상대로 갈등 해결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은 윤 대통령의 파면이 결정된 지난 4일 긴급상임이사회를 열고 향후 투쟁 전략을 논의했다. 그 결과 오는 13일 의대 교수, 봉직의, 개원의, 전공의 등 의료계 전 직역이 참여하는 전국의사대표자회의를 소집하고 20일에는 전국의사궐기대회를 열기로 했다.
집회 장소는 서울 여의도나 광화문 일대 등이 검토되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구체적인 투쟁 일정과 내용은 대의원회와 16개 시도의사회와 논의해 확정할 예정”이라며 “현 정부는 남은 임기동안 의료농단 사태를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협은 이번 오프라인 집회를 통해 내부 결속을 다지고 의협이 의사사회 대표 단체임을 분명히 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1월 김택우 집행부가 들어선 이후 의협은 대정부 투쟁에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그 어느 집행부보다 전공의, 의대생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고 여러 의료계 단체, 정부와도 다각도로 접촉하고 있다”며 “그저 전략상 이를 알리지 않은 것뿐인데 아무것도 안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사라졌으니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해체를 요구하는 등 의료 정상화를 위해 강하게 목소리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정갈등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차원에서 의협이 의료계 단일 협상안을 만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의협 관계자는 “현재 전공의 단체나 의대생 단체가 만든 7대, 8대 요구안은 내용이 두루뭉술하고 극단적이라 협상 카드로 전혀 쓸 수가 없다”며 “더 늦기 전에 의정갈등을 봉합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현실적인 타협안이 나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일 의협이 정부를 향해 ‘사태 해결을 위해 반드시 전문가 단체와 논의하라’고 밝힌 만큼 의정 간 공식 대화 채널이 마련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의협은 대정부 투쟁과 더불어 내부 분열을 수습하는 데도 주력할 방침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박단 의협 부회장이자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팔 한 짝 내놓을 각오도 없이 뭘 하겠다고’라며 복학 의대생들을 공개 저격했고, 이로 인해 의협 집행부 회의에서 언쟁이 오갔다.
박 부회장이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는 만큼 언행에 신중을 기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박 부회장의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의협 관계자는 “갈등이 있는 건 맞지만 오히려 갈등이 표출되지 못하는 게 더 큰 문제라 본다”며 “다양한 의견에 귀를 열고 듣고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