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힘 가해자가 오히려 고소로 '역공'?…검찰 "명예훼손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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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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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으로 직무정지 처분을 받은 직원이 자신을 신고한 부하직원들을 고소했지만 무혐의로 수사가 종결됐다. 이 직원은 “허위 신고로 명예가 훼손되고 업무에 방해를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수사기관은 부하직원들의 진술을 모두 사실로 판단하고 그들을 재판에 넘기지 않기로 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은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조사받던 수도권 소재 학교법인 A사의 직원 B씨와 그의 동료들을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들에 대한 모든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수사를 종결했다.

B씨는 2023년 1월 회사에 C씨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다. 그는 C씨가 자신에게 부당한 인사 발령을 내고 부서 회의 중에도 성적인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부서원들도 C씨가 부적절한 말로 다른 사람들을 괴롭혔다고 진술했다. A사 인사팀은 B씨의 주장 중 C씨의 성적 발언만을 인정해 이 사건을 성폭력 담당부서로 넘겼다. 성폭력담당부서는 C씨가 성희롱한 것은 아니지만 상급자로서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고 판단해 그 해 6월 C씨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C씨는 이에 반발해 곧바로 회사에 B씨와 그의 동료들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해 맞불을 놨다. 더 나아가 한 달 후엔 이들을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죄로 고소했다. C씨는 회의 당시 녹음파일 등을 증거로 제시하며 B씨 등의 진술이 허위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B씨 등의 진술과 회의 당시 메모한 내용 등을 근거로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봤다. C씨가 제출한 녹음파일의 경우 회의시간 전체를 다루지 않고 문제 발언이 나온 회의 후반부 내용이 빠져있다는 점에서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B씨 등을 무혐의로 보고 2023년 11월 이 사건을 불송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C씨가 이의 신청을 하면서 검찰이 다시 진상조사를 해왔다.

검찰 역시 경찰과 마찬가지로 B씨 등이 진술한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고 결론 내렸다. 진술 과정 또한 법에서 정한 절차에 맞게 이뤄졌다고 판단해 불기소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인사·노무 전문 변호사는 “사내 조사과정에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내용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않았더라도 문제가 된 발언 자체가 사실이라면 신고 자체를 위법하다고 판단할 수 없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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