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엔진 기반 번역 모델 ‘말로하’ 개발
의사 출신이 이끄는 스타트업 언더밀리가 실시간 음성 AI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체 개발한 엔진과 모델을 앞세워 의료·교육·글로벌 비즈니스 현장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강원대학교 앵커 사업 등 외부 지원을 받으며 국내는 물론 해외로 보폭을 넓히고 있어 향후 성장세가 주목된다.
2023년 설립된 언더밀리는 온디바이스 기반 실시간 음성 AI(STT·통역·음성합성)를 개발·공급하는 기업이다. 자체 개발 엔진(Curl3)을 기반으로 한 실시간 AI 음성통역 모델 ‘말로하(Maloha)’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24개 국어 실시간 통역 기능을 제공하는 말로하는 화상회의와 모바일 앱뿐 아니라 스마트글래스 등 다양한 디바이스와도 연동된다.
말로하는 의료 현장에 특화된 모델이다. 이는 언더밀리의 출발점과도 맞닿아 있다. 이호종 대표는 서울과학고와 서울대를 거쳐 강원대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의사 출신이다.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며 반복적으로 느꼈던 의료 현장의 한계가 결국 창업으로 이어졌다. 이 대표는 “강원대병원에서 인턴으로 근무했을 당시 외국인 환자를 진료하며 언어 장벽을 직접 겪었다”며 “유학생, 외국인 근로자, 결혼이민자 등 다양한 외국인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자유로운 소통이 어려워 제한된 정보만으로 판단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공학도 출신이기도 한 그는 기술을 통해 의료 현장의 언어 장벽을 해결할 방법을 고민했고, 직접 AI와 실시간 음성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의료 현장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초기 시장은 병원으로 정했다. 실시간 통역 기술이 가장 안정적으로 구현될 수 있는 영역이 1대1 대화인 데다, 외국인 환자 상담 수요가 뚜렷하다고 판단해서다. 의료관광 수요 확대도 사업화 방향을 구체화하는 계기가 됐다.
강남권 클리닉·대학 강의 통역에 도입
언더밀리는 처리 속도와 보안을 경쟁력으로 삼았다. 설립 당시 국내 실시간 음성 AI 서비스 상당수는 빅테크의 외부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활용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의료·법률처럼 민감한 데이터를 다루는 분야에서는 외부 클라우드로 데이터를 보내기 어렵다. 자체 엔진 없이는 보안 요구가 큰 시장에 진입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처음부터 자체 엔진 개발에 집중했다.
보안 측면에서는 온프레미스(On-Premise) 구축 방식을 내세운다. 병원이나 기업, 기관 내부 서버에 음성 AI 인프라를 직접 설치해 데이터가 외부 클라우드를 거치지 않도록 하는 구조다. 이 대표는 “의료 분야는 환자 정보가 외부로 나가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고, 기업 역시 기술 유출에 민감하다”며 “병원이나 기업 내부에 직접 서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 언더밀리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클라우드를 경유하지 않는 구조는 처리 속도 측면에서도 강점으로 작용한다. 언더밀리는 의료·비즈니스 현장에서 음성 AI가 쓰이려면 단순히 말을 번역하는 수준을 넘어 대화 흐름을 끊지 않는 속도 또한 필수적이라고 판단해 음성 신호처리와 통신 인프라 분야에 집중 투자했다. 그 결과 음성 인식(STT) 단독 응답 속도는 경쟁사 대비 2배 이상 빠르고, 기술보증기금의 기술평가에서도 목표치보다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의사 출신답게 의료·뷰티 분야 전문용어 데이터베이스(DB) 5000개 항목도 직접 구축했다. 일반 통역기가 놓치기 쉬운 시술명과 약제명, 의학 약어 등을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이 대표는 “피부과에서 많이 쓰는 시술명이나 레이저 장비명처럼 일반 번역 서비스가 정확하게 처리하기 어려운 고유명사와 전문용어가 많다”며 “의료 분야 사전을 기반으로 번역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원대 앵커 지원 통해 CES 등 해외공략
현재 강남·서초권 피부과·성형외과 클리닉 6곳이 외국인 환자 상담과 시술 설명 과정에서 언더밀리 솔루션을 활용하고 있다. 외국인 환자 비중이 30~40%에 달하는 병원들이다. 이외에도 강남권 클리닉 42곳을 대상으로 솔루션 도입을 위한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은 의료 현장에 국한되지 않는다. 교육 현장 적용 사례도 늘고 있다. 인하대학교 국제처와 한성대학교 부동산대학원은 외국인 유학생 대상 실시간 강의 통역 시스템으로 언더밀리 솔루션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강의 내용을 각국 언어로 실시간 변환해 학생들이 스마트폰 자막 형태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글로벌 시장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3월 열린 독일 프로축구 구단 보루시아 도르트문트(BVB) 비즈니스 리셉션에서 한국과 독일 간 실시간 라이브 통역에 언더밀리의 말로하가 사용됐다. 회사 측은 당시 일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실시간 다국어 음성통역 기능 상당수를 베타 단계에서 운영하고 있던 시기였던 만큼,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 기술이 투입됐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올해 언더밀리는 CES 2026과 SushiTech Tokyo 2026에 잇따라 참가하며 해외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CES 2026 참가는 강원대 앵커(RISE) 사업 지원을 통해 이뤄졌다. 이 대표는 “초기 스타트업이 해외 시장에 직접 나가는 것은 쉽지 않은데, 강원대 앵커 사업을 통해 처음 CES에 참가하는 기회를 얻었다”며 “현지 사용자와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듣고 시장 수요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언더밀리는 현장에서 만난 일부 관계자들과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언더밀리는 일본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행 의료관광객 가운데 일본 비중이 38%에 달하기 때문이다. 태국 의료관광 네트워크를 통한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언더밀리는 비즈니스 영역을 호텔·콜센터·제조업·글로벌 회의 시장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스마트글래스와 회의실 단말기, 콜센터 헤드셋 등 다양한 디바이스 기반 음성 AI 서비스를 추진 중이다. 상담이나 비즈니스 미팅 과정에서 오간 대화를 기록·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후속 상담과 고객 응대, 메일 답변까지 지원하는 ‘음성 기반 비서 AI’로의 확장도 구상하고 있다.
이 대표는 “빅테크들이 텍스트 중심 AI 경쟁에 집중하는 사이 실시간 음성과 신호처리, 통신 분야는 여전히 거대한 기회 시장으로 남아 있다”며 “글로벌 실시간 음성 AI 시장에서 경쟁 가능성을 입증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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