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강 법무법인 화우 수석전문위원
AML/내부통제 솔루션센터 센터장
단순 탐지 벗어난 실질 위험관리
지정학적 갈등과 미·중 경쟁의 심화 속에서 금융 제재(Sanction)는 현대 국제 외교 및 안보 정책의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금융기관에 있어 제재 준수(Sanctions Compliance)는 이제 단순한 행정적 컴플라이언스 의무가 아니다. 제재 위반 시 부과되는 천문학적 수준의 과징금과 평판 손실, 나아가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에서의 거래 제한 가능성은 금융기관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경영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제재 스크리닝(Sanctions Screening)은 해외송금과 무역거래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크다. 해외송금, 신용장(L/C), 수출입 대금결제 과정에서는 거래 당사자뿐만 아니라 최종 수하인, 운송 선박, 중계 금융기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연결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제재 대상과 거래가 발생할 경우 금융기관은 직접적인 규제 제재뿐 아니라 해외 환거래 은행과의 거래 제한, 글로벌 신뢰도 하락 등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에 금융기관들은 지급결제와 무역거래 과정에서 제재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강화된 수준의 스크리닝 통제를 운영하고 있다.
지분 구조까지 파악하는 실질 규제
최근 글로벌 제재 체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 EU, 영국 등 주요 국가는 제재 대상을 개인 중심에서 기업, 금융기관, 선박, 항공기, 가상자산 주소 등으로 지속 확대하고 있다. 또한 제재 대상자의 우회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단순한 명단 일치 여부가 아닌 실질적 소유관계와 지배구조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제재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금융기관이 주목해야 하는 핵심 개념이 제재 대상자의 직·간접 지분 보유에 따른 제재 적용 기준(일명 50% Rule)이다. 이 기준은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최초로 도입한 개념으로, 제재 대상자가 단독 또는 합산해 일정 수준 이상의 지분을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보유한 법인은 별도의 제재 리스트에 등재되어 있지 않더라도 제재 대상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원칙이다.
예를 들어 제재 대상자 A가 30%, 제재 대상자 B가 20%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제재 리스트에 직접 등재되어 있지 않더라도 제재 대상과 동일하게 취급될 수 있다. 이러한 판단은 단순한 이름 매칭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렵고, 기업의 소유구조와 최종 실소유자(UBO)를 분석해야만 식별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실질적 소유관계 기반의 제재 판단이 더 이상 미국만의 기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OFAC가 선도적으로 도입한 이후 EU, 영국 등 주요 글로벌 제재 체계에서도 제재 대상자의 직·간접 소유 및 지배관계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발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거래에서는 제재 리스트 등재 여부뿐 아니라 거래 상대방의 실질적 소유구조를 확인하는 것이 핵심적인 제재 통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 변화는 국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공중 등 협박목적 및 대량살상무기확산을 위한 자금조달행위의 금지에 관한 법률」(테러자금금지법) 개정을 통해 국내에서도 지정된 개인 또는 단체가 직·간접적으로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법인·단체에 대한 금융거래 제한 체계가 강화됐다. 이는 국내 역시 단순히 제재 리스트 등재 여부만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고객과 거래 상대방의 실질적 소유구조와 지배관계를 확인하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는 의미다.
스크리닝 엔진 검증과 내실화
그러나 글로벌 상용 제재 데이터베이스(DB)와 정교한 스크리닝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만으로 모든 위험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제재 스크리닝 시스템의 핵심인 ‘스크리닝 엔진’이 실제 환경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검증(Validation)하는 프로세스가 결합되어야 비로소 효과적인 제재 관리 체계가 완성된다.
동일한 제재 대상이라도 이름 유사도(Fuzzy Matching) 매칭 설정값, Alias 처리 방식, 다국어 표기, 예외 처리 로직 등에 따라 탐지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재 대상이 아닌 거래를 탐지하는 오탐(False Positive)은 업무 처리 지연과 고객 불편을 초래하지만, 실제 제재 대상을 놓치는 미탐(False Negative)은 단 한 건만으로도 금융기관에 중대한 법적·재무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금융기관은 정기적인 스크리닝 엔진 검증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검증 과정에서는 실제 제재 대상 및 다양한 변형 데이터를 활용한 테스트 시나리오를 설계하고, 엔진이 정상적으로 탐지하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또한 오탐과 미탐을 분석하고, 50% Rule 적용 대상과 같은 복잡한 소유구조 시나리오를 반영해 실질적 제재 위험을 식별할 수 있는지 검증해야 한다. 아울러 제재 리스트 변경사항이 적시에 시스템에 반영되는지, 고객확인(KYC), 해외송금, 무역금융 등 업무 영역별로 적절한 통제가 이루어지는지도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금융기관의 제재 스크리닝은 단순히 제재 리스트와 고객정보를 매칭하는 수준을 넘어, 고객과 거래 상대방의 실질적 소유구조를 분석하고 변화하는 국제 제재 기준을 반영하며, 시스템 탐지 성능을 지속적으로 검증하는 통합적인 제재 리스크 관리 체계로 발전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금융기관은 우선적으로 세 가지 과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첫째, 연 1회 이상의 정기적인 스크리닝 엔진 검증 체계를 수립해 시스템의 탐지 정확성을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둘째, 해외송금·무역금융·고객확인(KYC) 등 업무 영역별 거래 특성과 리스크 수준에 맞는 차별화된 스크리닝 기준을 설계해, 오탐은 줄이면서도 미탐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교한 통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셋째, 제재 리스크를 전사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담 거버넌스를 확보해, 관련 부서 간의 유기적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제재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관리체계와 기술, 그리고 사람의 전문적 판단이 결합된 체계만이 금융기관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화우 자금세탁방지 인사이트]에서는 올해 2월 출범한 법무법인 화우의 AML/내부통제 솔루션센터 구성원들이 자금세탁방지 전 영역과 다양한 내부통제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정민강 화우 수석전문위원은 글로벌 회계법인에서 15년 이상 근무하며 자금세탁방지 및 내부통제 컨설팅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화우 합류 후에는 자금세탁방지 체계 수립 및 고도화, 내부통제 체계 구축과 관련한 자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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