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공급절벽이 본격화하면서 분양에 나선 단지마다 예비 청약자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고분양가 논란에 외면받던 아파트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가 하면 정부의 대출 규제를 가까스로 피한 단지에도 막차 수요가 몰려들고 있습니다.
2일 아파트 종합정보 앱(응용프로그램) 호갱노노에 따르면 6월 넷째 주(23~29일) 기준 방문자가 가장 많은 단지는 서울 은평구 대조동에 자리한 '힐스테이트메디알레(2451가구·2026년 10월 입주)'입니다. 한 주 동안 5만8941명이 방문하며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대조1구역을 재개발하는 이 단지는 최초 분양 당시 분양가가 비싸 청약 당첨자의 계약 포기가 속출했습니다. 일반분양으로 483가구가 나왔고 2408명이 청약했지만, 2000명 넘는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하면서 결국 109채가 무순위 청약으로 공급됐습니다. 계약 포기의 원인은 전용면적 59㎡가 11억대로 나온 분양가였습니다.
2011년 준공한 인근 '북한산힐스테이트7차' 전용 59㎡가 9억원대에 거래되고 있었기에 조합원 사이에서도 분양가가 높다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내년 10월 입주하는 후분양 단지이기에 계약금과 2차 중도금 등 전체 자금의 50%를 연내 내야 한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혔습니다.
결국 100가구 넘는 물량이 주인을 찾지 못했지만, 지난 24일 진행된 무순위 청약에는 1246명이 신청하면서 재차 높은 경쟁률을 썼습니다. 선호도가 높은 전용 59㎡A 유형 경쟁률은 24.39 대 1에 달했습니다. 무순위 청약에 무주택자만 신청할 수 있도록 요건이 강화된 점을 고려하면 흥행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청약 당첨자도 떠나간 아파트를 두고 재차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 배경으로는 최초 분양 당시에 비해 3배 넘게 가팔라진 서울 집값 상승세가 꼽힙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힐스테이트메디알레가 분양에 나선 5월 셋째 주 서울 집값은 0.13% 올랐습니다. 5월 첫 주부터 보더라도 △0.08% △0.1% △0.13% △0.16%로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6월 들어서는 △0.19% △0.26% △0.36% △0.43%로 급등했습니다. 주간 0.43%를 연율로 환산하면 22% 넘게 오른 수준입니다. 서울 집값이 이렇게 급등한 것은 2018년 9월 둘째 주(0.45%) 이후 6년 9개월 만에 처음입니다. 집값이 치솟으니 이전엔 비싸게 보였던 분양가도 제값으로 인식된 셈입니다.
본격화한 공급 절벽도 내 집 마련 수요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일반분양 물량은 7358가구로 집계됐습니다. 전년 1만149가구 대비 2791가구(28%) 줄었고, 2021년 2960가구 이후 4년 만에 가장 적습니다. 분양의 선행지표인 인허가 물량도 감소세를 보이기에 향후 분양 물량은 더욱 줄어들 전망입니다.
최근에는 정부의 대출 규제도 발표되면서 대출 막차 단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정부는 지난 28일부터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총액을 6억원으로 제한했습니다. 이는 신규 분양하는 아파트의 중도금·잔금 대출에도 적용됩니다. 수분양자가 전세 세입자를 받아 잔금을 치를 때 쓰이던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도 수도권 전역에서 금지됐습니다.
규제 시행 전 입주자 모집공고를 낸 단지에는 예외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서울에서 성동구 성수동 '오티에르포레(287가구·2027년 7월 입주)', 영등포구 영등포동 '리버센트푸르지오위브(659가구·2029년 1월 입주)'가 가까스로 대출 규제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오티에르포레는 지난달 26일, 리버센트푸르지오위브는 27일 모집공고를 내 6억원 이상 대출이 가능합니다.
이에 지난주 리버센트푸르지오위브는 5만202명, 오티에르포레는 4만3929명이 방문하는 등 높은 관심이 쏠렸습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사실상 '대출 막차'인 이들 단지 청약에서 내 집 마련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두 단지는 대출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만큼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예비 청약자에게 놓칠 수 없는 기회"라면서도 "이전 단지들과 같이 세입자를 들여 잔금을 낼 수는 없기에 실거주 수요자가 아니라면 접근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