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류 수입 1위 하이랜드푸드 "편견 깨고 냉동삼겹 대중화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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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미 하이랜드푸드그룹 회장은 “식탁물가를 잡으려면 일본처럼 안정적인 글로벌 식품 공급망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솔 기자

윤영미 하이랜드푸드그룹 회장은 “식탁물가를 잡으려면 일본처럼 안정적인 글로벌 식품 공급망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솔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때 해외 물류망이 마비되고 원자재 가격은 치솟았다. 집합 금지로 식당과 대형마트는 텅텅 비었다. 육류 수입 국내 1위인 하이랜드푸드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였다. 수입 고기 가격이 오르고 국내 판매량이 급감할 게 뻔해서다. 윤영미 하이랜드푸드그룹 회장은 이 위기를 기회로 활용했다. 식당용보다 배달음식으로 많이 쓰이는 소 양지와 삼겹살, 족발 부위 수입을 대폭 늘렸다. 치킨 수요 증가에 맞춰 닭다리살 닭가슴살 특정 용량을 새로 선보여 큰 성공을 거뒀다. 과거 ‘냉동 고기는 맛이 없다’는 편견을 깨고 냉동 삼겹살을 대중화한 경험을 살려 발상의 전환이 위기 극복 해법이라는 걸 재확인한 것이다.

윤 회장은 “위기는 앞서 움직이는 사람에게는 기회가 된다”며 “리더는 앞장서서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위기 활용법으로 하이랜드푸드는 2년 만에 매출을 갑절로 늘렸다. 육류 가공회사 등 계열사도 5개로 확대하며 국내 최대 수입육 기업으로 성장했다. 다음은 윤 회장과의 일문일답.

▷창업 당시 목표가 궁금합니다.

“1999년만 해도 고기를 실컷 먹을 수 있는 집이 많지 않았어요. 제 목표는 집집마다 맛있는 고기를 배불리 먹게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막연했지만 매년 30만㎞씩 출장길에 오르며 열심히 한 결과 그 목표를 어느 정도 이룬 것 같아요.”

▷하이랜드푸드만의 차별점이 있나요.

“직접 조달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자부합니다. 수십 년간 거래한 해외 파트너들과 돈독한 신뢰 관계를 쌓았고 현지 생산환경을 꼼꼼하게 확인합니다.”

▷성공 사례가 있습니까.

“지금은 흔해졌는데 대패삼겹살을 대중화한 게 우리 회사예요. ‘대패삼겹’이라는 이름을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붙인 걸 보고 저희가 시장에서 상품화를 발 빠르게 한 거죠. 2016년 노브랜드에서 ‘돌돌말이 삼겹’이라고 이름 붙여 팔았습니다.”

▷어떻게 상품화했나요.

육류 수입 1위 하이랜드푸드 "편견 깨고 냉동삼겹 대중화 성공"

“당시 냉동고기는 두껍고 저급한 고기라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이걸 질기지 않게 2㎜ 두께로 얇게 썰어본 거죠. 그러니까 빨리 익고 질기지 않더라고요. 얇게 썰어 보니 둥글게 말리는 모습이 돼서 ‘돌돌말이 삼겹’이라는 이름도 단 거고요. 당시 국산 냉장 삼겹살은 ㎏당 2만원이 넘었죠. 냉동 차돌과 양지를 각각 7900원, 8900원에 팔았더니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싸고 맛있는 고기를 실컷 먹게 하자는 창업 취지와도 잘 맞는 사례죠.”

▷다른 예도 있나요.

“홈플러스의 ‘보리먹은돼지’ 브랜드도 선풍적 인기를 끌었습니다. 지금은 이 제품을 파는 곳이 많지만 홈플러스와 우리가 공동으로 상표를 개발해서 처음 시장에 선보였어요.”

▷수입업에 대한 편견이 많았을 텐데요.

“수출기업이 최고라는 시선이 있죠. 그러나 수출이 보국이라면 수입이야말로 애국입니다. 전쟁이 나더라도 안정적인 식품 공급망을 확보해야 하니까요.”

▷국내 수입육 소비 비중이 큰가요.

“약 35%입니다. 소고기는 60%이고 돼지고기는 30%예요. 수입육의 가격 변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식탁 물가 안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식품 유통망 역할이 중요하네요.

“우리나라의 식품 자급자족률이 45% 수준입니다. 식량 안보야말로 국민의 건강 및 생명과 직결된 문제죠. 이걸 제일 잘하는 나라가 싱가포르입니다. 그들은 식품 수입률이 90%인데 글로벌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해놨어요. 일본도 종합상사를 통해 세계 농장의 생산부터 관여하고 있죠. 우리나라는 경제와 인구 규모에 비해 식량 안보 수준이 매우 낮아요. 일본이 10위권인데 한국은 29위예요. 정부가 물가를 잡고 싶다면 분야별 공급망부터 정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참고하는 해외 기업이 있습니까.

“북미 최대 식품유통기업인 시스코입니다. 목표가 ‘한국의 시스코’가 되겠다는 것인데 아직 20% 수준입니다. 시스코가 잘하는 건 소상공인에게 고기를 가져다주면서 냅킨, 물티슈 같은 물건도 한 번에 배송해주는 원스톱 시스템입니다. 부부가 식당 개업을 준비하면서 장 보러 갈 시간이 없잖아요. 그래서 부산센터를 지은 겁니다. 저희도 거점물류기지를 통해 골목골목 식당마다 배송해줄 계획입니다. 부산에 1차로 150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부산센터가 할 일이 많겠습니다.

“소상공인의 공장 역할을 할 겁니다. 국내 1~2인 가구가 늘면서 큰 덩어리보다는 소분해서 파는 육류 시장이 더 커졌어요. 지금 식당들은 고기를 구입할 때 상자 단위로 사야 하는데, 이걸 소분해서 ‘삼겹살 1㎝ 두께로 20인분’ 식으로 바로 갖다주면 식당 주인들의 일손을 덜 수 있거든요. 중간 유통망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가격도 메리트가 있을 겁니다.”

▷해외 진출도 합니까.

“뉴질랜드 최대 육류수출회사인 실버펀팜과 합작사를 설립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어요. 뉴질랜드 원료로 부산에서 펫푸드를 제조, 가공한 뒤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에 수출할 겁니다. 펫푸드가 K푸드 열풍과 맞물려 성장성이 큽니다.”

윤영미 회장은

△1969년 경남 거제 출생
△1993년 동아대 무역학과 졸업
△2009년 성균관대 경영학 석사
△2014년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1999년 로날드A.치즘리미티드 한국지사장
△1999년 하이랜드푸드 설립
△2023년 중견기업연합회 부회장
△2025년 한국수입협회 회장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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