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 정책 변화에 따라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 관련주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원전은 안정적인 인공지능(AI) 전력 공급원으로 부각된 데다 유럽의 탈원전 정책 폐기까지 이어지며 주도주로 등극하고 있는 반면 대선 테마주로 떠올랐던 신재생에너지는 미국 내 세액공제 혜택 축소로 급락세를 보였다. 세계적으로 원전의 효용성이 더욱 부각되는 추세여서 당분간 이 같은 흐름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원전주로 부각되는 K건설
2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건설(11.43%), DL이앤씨(9.05%), GS건설(7.72%), 대우건설(5.36%) 등 주요 건설주가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대선 이후 건설 경기 회복 기대가 유입됐지만 글로벌 원전 르네상스가 펼쳐지는 상황에서 국내 건설회사의 원전 시공능력이 부각된 게 주된 요인이다. 1970년대부터 고리1호기 등 대형 원전을 시공해 온 현대건설은 미국 홀텍과 소형모듈원전(SMR) 상용화를 공동 추진하고 있다. 나머지 회사도 오래전부터 원전을 건설한 경험이 있는 데다 SMR 관련 조직 또한 앞다퉈 확대 중이다.
원전 기술주의 강세도 계속됐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비에이치아이가 각각 6.27%, 5.4% 올랐다. 한전KPS(8.21%), 한전기술(5.9%), 한국전력(3.37%)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원전주가 포함된 KRX 유틸리티와 건설지수는 최근 1개월간 각각 18.4%, 17.57% 급등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4.24% 오르는 데 그쳤다.
신재생에너지 관련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씨에스윈드(-12.75%), 한화솔루션(-11.26%), OCI홀딩스(-3.85%) 등 주요 태양광·풍력주가 줄줄이 급락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청정에너지 세액공제 축소안이 하원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규모 감세를 추진하면서 신재생에너지가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이 법안은 태양광 풍력 원자력 등 탄소 무배출 전력 생산업체의 혜택 폐지 시점을 앞당기는 내용인데, 여기서도 원자력은 예외 조항이 추가되며 쏙 빠졌다. 2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도 선런과 솔라엣지가 각각 37.05%, 24.67% 폭락한 반면 SMR주 뉴스케일파워는 6.07% 올랐다.
◇“글로벌 원전 르네상스 가속화”
당분간 원전주 강세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 전망이다. 에너지 안보가 강조되는 상황에서 값싸고 안정적인 전력을 생산하는 원전이 주목받고 있어서다. 러시아에 에너지(천연가스)를 의존해 온 유럽 각국은 원전으로 회귀하고 있다. 올해 원전 가동을 중단하기로 한 벨기에는 가동 연장에 더해 원전 2기를 추가 건설하기로 정책을 바꿨다.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웨덴도 원전 부활을 내걸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원자력산업 활성화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다. 이들 국가의 원전 건설 과정에서 적기 시공 능력을 갖춘 국내 업체들이 수혜를 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맥쿼리증권은 “에너지 안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 확보 등으로 원전 르네상스가 가속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신재생에너지는 당분간 미국을 중심으로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스페인 정전 사태를 계기로 전력망에 부담을 주는 ‘간헐성’ 특성이 부각됐다는 평가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에너지 믹스(다양성)가 중요한 만큼 신재생 프로젝트가 이어지겠지만 원전 중심의 큰 흐름이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