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문가 이재우 전 IMF 부국장 인터뷰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통제
공급망 충격과 중동불안에
세계 경제 불확실성 가중
비축수요로 유가 더 오를듯
1973년 오일쇼크 당시엔
산유국이 주변국 도왔지만
지금 전쟁당사자라 힘들듯
미국·이란 전쟁이 원유 공급 안정성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드러났다는 점에서 전쟁이 종료된다 하더라도 국제유가가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리서치 담당 부국장으로 근무하다 지난달 현직에서 은퇴한 이재우 전 부국장은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지적하며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공급망 충격이 "국제 경제 환경에 새로운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전 부국장은 "원유 공급 안정성, 중동 정세, 초강대국의 무력 사용에 대한 불확실성은 전쟁 전보다 높아졌다"며 "전쟁이 종료된다 하더라도 공급망 문제로 원유 비축 수요가 늘어 유가 상승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란이 얼마나 쉽게 호르무즈 해협을 대응 카드로 쓸 수 있는지 확인한 것이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을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비쳤다.
이 전 부국장은 이번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충격이 과거 1973년 '오일쇼크' 당시보다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이 더 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동 국가들이 전쟁 당사국이라는 점에서다. 그는 "가격이 올랐을 때 산유국들은 수혜를 보는 편이었다"며 "돈을 많이 벌어 이를 다른 국가에 빌려주면서 금융 조건을 완화(낮은 금리로 자금 공급)하는 데 공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산유국들이 전쟁 당사자가 되면서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좀 더 나쁠 것"이라며 "과거에는 석유를 수입하는 나라만 피해를 입었다면, 지금은 다 같이 피해를 입는다"고 진단했다. 이 전 부국장은 "석유 가격에 따른 경제 효과를 감안할 때 과거 수치보다는 나쁠 소지가 있을 것임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부국장은 지난 4월 1일부로 IMF 부국장직에서 은퇴했다. 한국인 직원으로서는 최상위직인 'B3' 직급이었다. 오랜 기간 리서치 부서에서 경제를 연구해온 그는 세계 경제의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세계 경제에는 질서나 관행이 있어왔지만 그것이 흔들리고 있다"며 "이번 전쟁은 기존 국제 경제 질서의 변화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 더 아슬아슬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전 부국장은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서도 한국 원화와 일본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약세를 지속한 것과 관련해 정책당국이 "(환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정책을 프레임하는 쪽으로 가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세계 금융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매그니피센트7(증시 상승 주도 7개 빅테크 기업)의 상승이고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웬만한 국가 증시 시총보다 더 커졌다"며 "그런 상황에서 돈을 가진 사람들이 투자를 하려면 당연히 미국 시장에 진입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 전 부국장은 "무역수지와 환율을 연관시키는 것이 교과서적인 얘기인데, 국제 금융시장이 커지기 전에 했던 얘기들"이라며 "물론 정책금리가 움직이면 영향은 줄 수 있겠지만 주요 변화 요인이 된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의 낮은 기준금리가 현재와 같은 원화 약세의 요인이라는 시각에 대해 그는 "(낮은 금리가) 물론 도움이 안 되겠지만, 한은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여러 연구에서 정책금리와 환율의 상관관계가 유의미하게 나타나지 않는다고 소개하며 "금융시장의 플레이어가 달라지고, 베이스가 달라졌다"며 "영향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전 부국장은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위기에 있다는 지적은 부정하며 "고용지표도 상당히 강한 것 같고 미국 경제가 불황으로 가게 될 요인은 특별히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1992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UC어바인에서 교편을 잡다 1998년 IMF에 합류했다. 이후 2011년부터 2015년 사이에는 BoA메릴린치의 서울사무소에서 근무한 뒤, 다시 IMF에 복귀해 최근까지 이코노미스트로 일했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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