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포럼 영상 연설서
인플레 주범 ‘고유가’ 지목
OPEC·미 연준 동시 압박
폭스 인터뷰선 또 북한 언급
“김정은에 다시 연락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유가 인하를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화상으로 참여해 사우디아라비아와 OPEC에 유가 인하를 요청하겠다고 밝히며 “유가가 하락하면 금리를 즉시 내리라고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를 낮춰야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있다. 진작에 그렇게 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A3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친기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금리인하 압력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유가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금리 인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날 백악관 오벌오피스(집무실)에서 진행한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유가가 내려가면 물가가 낮아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인플레이션이 없을 것이다. 그러면 금리도 내려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유국들이 유가를 낮추고, 미국이 에너지 증산 등으로 에너지 가격을 내리면 물가상승 압력이 낮아져 연준이 금리를 낮출 여력을 갖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관세폭탄이 인플레이션의 가장 큰 원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자, ‘고유가’에 물가상승의 책임을 돌리며 금리인하 명분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으로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이 같은 요구에 응할 것으로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고 밝히며, 금리가 얼마나 떨어지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에 “많이(a lot)”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만날 것이냐는 물음에는 “적절한 시기에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 여파로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장 대비 0.82달러(1.09%) 하락한 배럴당 74.62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 2차 방영분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만나 정상외교를 시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진행자의 “김정은과 다시 연락을 취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게 할 것(I will)”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집권 1기 미·북 정상외교에 대해 “나는 그 문제(북핵 등)를 해결했고, 나는 그와 잘 지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미·북 정상외교 시도에 분명한 입장을 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