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군 1500명 목숨값 다 못 받아낼 것”…英 안보전문가의 경고

10 hours ago 2

英안보 싱크탱크 IISS 존 치프먼 이사장 인터뷰

北 눈독들이는 핵 소형화 기술
러도 통제 어려워 넘길리 없어

트럼프 관세 협상 앞둔 韓기업
美협력사 앞세워 방어 나서야

韓과 손잡는 英 안보 싱크탱크
한화·KF와 ‘코리아 체어’ 신설

■ 대담 = 손현덕 매일경제신문 대표

존 칩먼 IISS 이사장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에서 손현덕 매일경제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배병민 MBN 기자]

존 칩먼 IISS 이사장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에서 손현덕 매일경제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배병민 MBN 기자]

세계적인 권위의 외교·안보분야 싱크탱크인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존 칩먼 이사장이 “북한이 러시아 파병의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경제포럼(다보스 포럼) 참석차 스위스 다보스를 방문 중인 칩먼 이사장은 23일(현지시간) 손현덕 매일경제 대표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북한이 파병의 대가로 ‘쇼핑 리스트’에 최신 전투기, 핵무기 소형화 기술 등 다양한 청구서를 러시아에 내밀겠으나, 결코 기대한만큼 받아내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통제 불가능한 것을 북한에 넘겨주기엔 러시아의 부담이 크다는 설명이다.

IISS는 1958년 창설된 안보 분야 글로벌 싱크탱크다. 국내엔 더 많이 알려진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IISS를 벤치마킹해 만든 기관이다.

IISS를 이끄는 칩먼 이사장은 ‘글로벌 분야의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샹그릴라 대화(아시아 안보회의)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기업의 지정학적 전략의 필요성을 설파한 ‘기업들도 외교정책이 필요한 이유(Why Your Company Needs a Foreign Policy)’ 하버드비즈니스리뷰 기고문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다.

최근 IISS는 한화그룹과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원으로 연구소 내 ‘코리아 체어(한국 연구 석좌직)’를 신설하면서 한국과의 접점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 도널드 트럼프 2.0시대 세계질서,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

▶ 트럼프가 그린란드에 욕심을 내면서 러시아와 중국의 숨통은 조금이나마 틔워줄 것이란 우려가 있다. 그러나 이는 다소 단순한 분석이다. 나는 국방부 정책차관에 엘브리지 콜비가 내정된 것에 주목한다. 콜비는 중국에 매우 강경한 태도를 보인다. 이는 펜타곤의 리더십이 여전히 중국을 최대 경쟁자로 보고 있다는 지표라고 생각한다.

물론 중동에서도 평화주의자로 비치길 원하는 트럼프이지만, 이는 쉽지 않다. 가자지구라는 매우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 요구할 대가는 4~5년 전보다 훨씬 커졌다. 어쨌든 중동에서도 트럼프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유럽은 불확실성이 크다. 유럽은 트럼프가 우크라이나를 지키는 게 별 관심이 없다는 점을 매우 우려한다. 트럼프를 설득하기 위한 유럽의 노력이 가속화될 것이다.

존 칩먼 IISS 이사장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에서 손현덕 매일경제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배병민 MBN 기자]

존 칩먼 IISS 이사장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에서 손현덕 매일경제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배병민 MBN 기자]

― 중국·이란·북한·러시아가 4자 협력관계로 진화할 가능성은.

▶ 이들은 서로 매우 다르다. 서방에 대한 적대감 등 몇 가지 공통 관심사가 있긴 하나 결코 동맹국이라 할 수 없다. 다만 트럼프가 주목해야 할 것 중 하나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다. 북한이 유럽에서 싸우고 있는데 미국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아태전략이 다 무슨 소용이냐고 물어야 한다. 유럽에 북한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유럽과 중동, 아시아의 안보가 어떤 식으로든 연결돼있다는 점을 상기시켜준다. 조 바이든 정부가 이에 대해 더 강력한 대응을 하지 않은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바이든이 어떻게 해야 했나.

▶ 바이든이 가장 먼저 해야 했던 일은 유럽의 안보 질서가 서방의 핵심 이익이라고 선언하는 일이었다. 중국이 남중국해나 대만이 중국의 핵심 이익이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말이다. 초기에 우크라이나 지원을 강화해야 했다. F16, 다연장로켓,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모두 2년이 지난 뒤가 아니라 전쟁 발발 첫 3개월 내 제공됐다면 양상은 달라졌을 것이다.

―트럼프 2.0시대가 시작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극적인 변화를 맞이할 수 있나.

▶ 하루 만에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최소 몇 주, 혹은 몇 달이 걸릴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협상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그는 트럼프와 만남을 통해 자신이 국제질서에 대단히 중요한 인물처럼 비치길 바라지만,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철회를 비롯해 많은 것을 요구할 것이다. 반면 유럽은 러시아와의 평화 협정이 우크라이나 국민의 의사에 반하면 안 된다고 강력하게 주장할 것이다.

―파병의 대가로 북한은 러시아에 무엇을 요구했을까

▶ 중요한 질문이다. 하지만 누구도 이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관심을 가질 만한 것들은 많이 있다. 수호이 전투기와 같은 최신 무기나 핵탄두 소형화 기술 등 첨단기술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북한의 청구서는 이란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석유 등 경제적 원조도 포함돼있을 수 있다.

존 칩먼 IISS 이사장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에서 손현덕 매일경제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배병민 MBN 기자]

존 칩먼 IISS 이사장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에서 손현덕 매일경제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배병민 MBN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푸틴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을까

▶ 푸틴은 자국에 도움을 준 이란에 보답할 방법 또한 찾아야 한다. 푸틴은 이란과 북한 모두에게 신중할 것이다. 통제하기 힘든 것을 넘겨주거나, 너무 높은 가격을 치르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에 북한이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기술이나 전문 지식을 얻게 될 것이라고 당장 우려하지는 않는다.

김정은은 많은 것에 관심을 두고 있겠으나, 이를 다 받아내지는 못할 것이다. 군인 1500여명의 목숨값은 결코 다 받아내지 못할 것이다.

―트럼프 2.0시대 미북 관계는 어떻게 전망하나

▶ 바이든 행정부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사이 북한의 핵무기 증강은 지속됐다. 북한이 현재 보유한 핵탄두는 약 60개로 추정된다. 트럼프는 싱가포르와 베트남에 이어 김정은을 만나기 위한 세 번째 시도를 결국엔 할 것이다. 다만 그게 트럼프의 가장 시급한 우선순위는 아니다. 트럼프는 우선 중국, 중동, 러시아 문제를 풀어내고 싶어 할 것이다. 김정은과의 만남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 특히 한국 정치 상황이 안정을 취할때까지 대북 조치는 취하지 말자는 트럼프 행정부 내 의견이 있을 것이다.

―주한미군 축소, 방위비 분담금은?

▶ 트럼프는 늘 그랬듯이 우선은 높은 기준을 제시할 것이다. 다만 동아시아 안보에서 한국은 대중 견제 등 전반적인 지역안정과 직결된다. 이를 미국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기업도 외교 정책이 필요한 이유’라는 유명한 글을 썼다. 트럼프 2.0을 한국 기업은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 트럼프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관세’라고 하지 않나. 다만 트럼프가 유럽이나 아시아의 주요 동맹들에까지 급격한 관세를 서둘러 부과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아마 협상의 도구로 관세를 여러 차례 들고나올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은 이들의 제품에 의존하는 미국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그들과 머리를 맞대고 대비책을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다. 최대한 미국 내 많은 연관 기업과 함께 논의를 해야할 것이다.

[정리 = 연규욱 기자(스위스 다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