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목돈을 마련해주기 위해 가입하는 ‘어린이펀드’가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외 우량주나 가치주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짜는 만큼 장기 투자에 적합한 상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31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출시된 22개 어린이펀드의 5년 평균 수익률은 지난달 30일 기준 53.61%에 달한다. 국내주식형 펀드(46.88%)를 웃돈다. 변동성이 심했던 올해에도 12.7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5년 수익률이 가장 높은 상품은 ‘한국밸류10년투자어린이증권투자신탁’이다. 이 기간 155.52%의 수익을 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효성중공업, 빙그레, 삼양식품 등을 높은 비중으로 담은 게 특징이다.
어린이펀드 중 설정액이 가장 큰 ‘미래에셋우리아이3억만들기증권자투자신탁’의 수익률도 54.8%를 기록했다. 주요 편입 종목으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KB금융, 메리츠금융지주 등이 있다.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에 힘을 주고 있는 대형주들이 많다.
최근 들어서는 타깃데이트펀드(TDF) 전략을 활용한 어린이펀드 상품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TDF는 생애주기에 따라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해주는 방식의 펀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국내 유일한 어린이 대상 TDF인 ‘미래에셋우리아이TDF2035’를 운용 중이다. 글로벌 주식·채권에 2035년까지 장기로 투자해 자녀가 성인이 됐을 때 목돈을 물려주기 위한 목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 등을 담은 상장지수펀드(ETF) ‘아이셰어즈 익스팬디드 테크섹터’(IGM)를 비롯해 ‘뱅가드 S&P500’ ‘TIGER 미국나스닥100’ 등에 투자한다.
미성년 자녀의 은퇴를 미리 준비하자는 취지의 펀드도 나왔다. 지난달 출시된 KB자산운용의 ‘KB온국민빠른출발타겟자산배분펀드’가 대표적이다. 올해로부터 45년 뒤인 2070년 은퇴를 가정하고 포트폴리오를 조정한다. 일반적으로 TDF는 주식 등 위험자산을 전체의 최대 80%까지 담지만, 이 상품은 투자 초기 위험자산 비중을 100%로 설정하는 게 특징이다. 은퇴까지 한참 남았기 때문에 주식이 하락해도 지속적인 분할매수로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출 수 있다.
자녀 명의로 미국 주식이나 ETF를 사두는 사례도 많다. 특히 테슬라, 팰런티어 등 장기적으로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는 미국 빅테크 종목이 선호된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성년 고객 계좌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된 종목 상위 5위 중 2개가 미국 주식인 것으로 나타났다. 1~5위가 모두 국내 주식이었던 작년과 대조적인 분위기다. 지난 1분기 ‘리틀 개미’의 순매수 1위는 테슬라였다. 3위는 미국 인공지능(AI) 방산기업인 팰런티어가 차지했다.
양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