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한테 1억 줬는데 '증여세 0원'…숨은 '꿀팁' 뭐길래

2 days ago 8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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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난한 세상을 마주할 자녀에게 한 푼이라도 더 물려주고 싶은 부모가 많다. 하지만 무작정 한꺼번에 큰 금액을 증여한다면 생각지 못한 세금고지서를 받아들 수 있다. 그렇다고 증여를 하고 어떤 투자도 않은 채 방치한다면 결국 자녀가 성인이 됐을 때 쓸 수 있는 돈의 가치는 치솟는 물가에 의해 떨어질 수 있다.

반대로 적은 돈도 일찍 증여해 오랜 기간 투자하면 자녀의 경제적 기반을 탄탄하게 하는 버팀목으로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주식시장에 장기적립식으로 투자하면 저비용으로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고 조언한다.

30년간 1.4억원 비과세 증여 가능

자녀 출생 직후 증여를 시작하면 31세가 될 때까지 최대 1억4000만원을 증여세 없이 증여할 수 있다. 미성년 자녀에게는 10년마다 2000만원씩, 만 19세 이상 성년 자녀에게는 10년마다 5000만원씩 증여재산 공제(비과세) 한도가 부여돼서다. 10년마다 공제 한도가 초기화되기 때문에 일찍 증여할 수록 증여세 없는 증여금액이 늘어나는 게 핵심이다. 따라서 증여를 계획하고 있다면 자녀가 태어나자마자 하는 증여를 하는 편이 유리하다.

비과세 한도는 증여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받는 사람을 기준으로 주어진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자녀의 비과세 한도는 부모 각각이 아니라 부부 합산이다. 직계존속 기준이기 때문에 비과세 한도에는 조부모가 주는 금액도 포함된다. 미성년 자녀라면 부모와 조부모가 10년마다 최대 2000만원 한도로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는 것이다.

자녀에게 증여를 했다면 비과세 한도 내 금액이라도 반드시 증여세 신고를 해야 한다. 10년 단위의 증여 기간을 계산할 때 증여하는 시점이 아니라 증여세 신고를 한 시점이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또 증여한 후 신고를 하지 않았을 경우 추후에 자녀가 해당 금액을 출금하는 당일 증여한 것으로 보게 될 수 있다.

묵혀두지 말고 장기적립식 투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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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는 단순히 돈을 물려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우리나라 물가는 지난 20년간 무려 56% 올랐다. 한국물가정보원에 따르면 짜장면 가격은 2010년 3945원에서 2025년 8500원으로 15년새 두 배 이상 뛰었다. 2005년생 자녀에게 출생 직후 2000만원을 증여하고 20년 후 성인이 될 때까지 이 금액에 대해 아무런 투자 조치를 해주지 않는다면 성인이 된 자녀가 받아드는 실질적인 돈의 가치는 반토막나게 되는 셈이다.

증여 후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절세나 물가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투자에는 ‘복리의 마법’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2000만원을 투자해 연평균 5% 수익률을 거둔다면 20년후 3306만원이 불어난 5306만원을 손에 쥘 수 있다. 여기서 연평균 수익률이 1%포인트만 높아져도 1108만원이 더 늘어난다. 증여와 함께 복리의 마법을 잘 활용하면 성인이 된 자녀에게 억대 자산을 만들어줄 수도 있는 것이다.

목돈을 한번에 증여하기 부담스럽다면 적립식 증여제도인 유기정기금 증여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이 경우 연 3% 추가 할인율이 적용돼 한 번에 증여하는 것보다 더 많은 금액을 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미성년 자녀에게 매월 19만원씩 10년간 정기 증여할 경우 총액은 2280만원이지만 할인율을 적용한 할인평가액은 약 2003만 원으로 줄어든다. 비과세 한도(2000만원)를 적용받으면서도 약 280만원을 추가로 증여할 수 있다.

ETF로 저비용 분산 투자 가능

전문가들은 ETF로 장기적립식 투자를 하면 간편하면서도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ETF는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해 위험을 줄일 수 있어 개별 주식보다 변동성이 작다. 개별 주식의 요동치는 수익률을 보면 장기투자에 실패할 수 있지만 변동성이 비교적 크지 않은 ETF를 이용하면 오랜 기간 시장의 성과를 누릴 수 있다. 낮은 수수료로 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꾸준히 우상향해온 미국 대표지수 ETF는 증여에 적합한 상품으로 꼽힌다. 2005년생 자녀가 성인이 될때까지 20년간 투자했다고 가정했을 때 자산별 수익률은 미국 S&P500지수 602%(연평균 10.23%), 서울아파트 127%(연평균 4.19%), 정기예금 81%(연평균 3%) 등이다. 삼성자산운용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년간 미국 S&P500지수와 나스닥100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매달 각각 10만원씩 적립식 투자를 했을 경우 원금 4860만원은 2억9400만원으로 6배 불어난다.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은 “경제적 독립은 자녀가 맞이할 미래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며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유산은 올바른 투자습관과 그에 기반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맹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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