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흥행이 한국식 목욕 문화에 대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관심을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한국 사우나에서 즐길 수 있는 ‘세신’, 즉 한국식 때밀이 체험 상품이 여행 플랫폼을 통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전 세계 숙박·교통·액티비티 예약 플랫폼 클룩(Klook)은 케데헌 개봉 이후 한국식 때밀이와 찜질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상품 예약이 급증했다고 2일 밝혔다. 영화 속에 등장한 목욕탕 장면이 화제가 되면서 실제 한국을 찾은 관광객들이 사우나와 세신 문화를 체험해보려는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클룩의 집계에 따르면 케데헌 공개 이후인 지난 6월 20일부터 8월 10일까지의 예약 데이터를 이전 기간(4월 30일~6월 19일)과 비교한 결과, 세신 상품 전체 예약 건수는 개봉 이후 11% 늘었다. 지역별로는 서울 서대문구 사우나 이용권 예약이 57%, 종로구 사우나는 15% 증가했다. 클룩은 이 같은 흐름에 맞춰 다가오는 성수기에 맞춰 ‘1인 세신샵’과 같은 다양한 상품을 새로 선보일 계획이다.
이 같은 현상은 단순한 목욕 체험을 넘어 한국 문화의 새로운 매력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 사우나 특유의 때밀이는 외국인에게 이색적이면서도 건강 관리와 피부 미용 효과를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활동으로 각광받고 있다. 관광업계에서는 한류 열풍이 음악이나 드라마, 음식뿐 아니라 생활문화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케데헌 개봉 이후 외국인 관광객들의 K팝 관련 체험 상품 예약도 동반 상승했다. 클룩에 따르면 K팝 아이돌 스타일링 체험 예약은 200%, K팝 댄스 클래스는 40% 급증했다. 일본, 홍콩, 대만 등 인접 국가에서도 K팝 관련 상품 예약이 각각 20%와 16%, 11% 증가했다.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콘텐츠 속 문화를 실제 여행으로 연결하는 선순환이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여행업계 현장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한 K팝 댄스 클래스 운영자는 “최근에는 케데헌에 나오는 곡을 배우고 싶다는 요청이 많아 9월 프로그램은 아예 케데헌 곡 위주로 꾸몄다”며 “10대 이하 연령대 고객이 크게 늘어난 것도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클룩은 콘텐츠와 관광의 접점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준호 클룩 한국 지사장은 “케데헌 흥행으로 한국식 때밀이 같은 생활문화까지 외국인들의 관심이 이어지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앞으로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상품과 서비스를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