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이헌재]스포츠 예능 전성시대의 슬픈 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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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스포츠부장

이헌재 스포츠부장
한국과 일본은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모두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은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고, 일본은 32강에서 브라질에 패했다. 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양국 국민들의 시선은 극과 극이다. 한국 대표팀은 최상의 조 편성에 ‘황금세대’ 선수들을 데리고도 졸전을 거듭해 큰 비난을 받았다. 반면 ‘죽음의 조’를 통과해 브라질과도 당당하게 맞선 일본 대표팀은 박수를 받으며 귀국했다. 안 그래도 벌어지고 있던 한국과 일본 축구 수준 차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양 팀 감독도 극과 극이었다. 홍명보 전 한국 감독은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선수와 지도자, 행정가를 두루 거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2014 브라질 월드컵 때 감독을 맡아 실패를 맛봤다. 불공정 논란과 특혜 의혹 속에 이번에 다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게 불행의 씨앗이었다. 두 번째 월드컵마저 실패하면서 ‘축구 카르텔’, ‘학벌 카르텔’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지 못했다. 반면 무명 선수에 가깝던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고졸 출신에 화려한 경력 없이 지도력 하나로 일본 대표팀을 8년이나 이끌었다. “나보다 훨씬 많은 경험을 한 유럽 빅리그 선수들로부터 배우는 게 중요하다”는 지론을 가진 그는 꾸준히 선수들과 소통하며 일본을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팀으로 만들었다.

너무 달랐던 한국과 일본 축구

코칭스태프 구성도 차이가 컸다. 일본 대표팀 벤치에는 ‘프리킥 장인’ 나카무라 슌스케, 2018 월드컵 주장 하세베 마코토, 2022 월드컵 주장 요시다 마야가 포진해 있었다. 반면 한국 벤치에선 한국 코치들 외에 주앙 아로소 수석코치와 페드루 로마 골키퍼 코치(이상 포르투갈) 등이 홍 전 감독을 보좌했다. 아로소 코치는 월드컵 직전 포르투갈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한축구협회가 내게 주문한 건 ‘현장 감독’이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한국 축구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스타 선수들은 어디에 있었을까. 2002 한일 월드컵 4강 주역 박지성과 이영표는 멕시코 현장을 찾긴 했다. 하지만 둘 다 방송사 해설위원 자격이었다. 다른 한국 축구 레전드들은 방송이나 유튜브에 출연해 ‘입중계’를 했다. 몇몇은 ‘유튜버’답게 조회 수 올리기용 자극적인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축구만의 문제도 아니다. 요즘 한국 TV와 유튜브는 스포츠 예능 전성시대다. TV를 켜면 종목을 불문하고 각 종목 레전드들이 출연한다. 이들은 함께 모여 야구도 하고, 축구도 하고, 농구도 했다가 배구도 한다. 토크 쇼는 물론 ‘먹방’도 한다.

현장보다 마이크 선호하는 레전드들

레전드들이 현장보다 스튜디오를 선호하는 이유는 여럿 있다. 선수 때 수억 원, 때론 수입 억 원의 연봉을 받지만 코치가 되는 순간 연봉 5000만 원 안팎에서 시작한다. 상대적인 박봉에 시달리면서 팀 성적에 따른 스트레스를 받고, 개인적인 시간을 내기도 쉽지 않다. 시즌과 전지훈련 등을 치르다 보면 1년이 훌쩍 지난다. 그렇다고 지도자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감독이 된다는 보장도 없다. 지도력과 인성을 모두 증명해야 하고, 무엇보다 타이밍이 맞아야 감독이 될 수 있다.

스포츠 스타가 은퇴 후 어떤 길을 가느냐는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스포츠 예능이 잘될수록 현장은 쓸 만한 사람이 없어서 난리다. 의지를 가진 스타 출신 지도자를 찾는 건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각 종목 레전드들은 방송이나 유튜브에서 옳은 말을 많이 한다. 이들이 전하는 작전이나 기술은 후배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진짜 도움이 되려면 현장으로 뛰어드는 헌신이 필요하다. 한 축구인은 “욕먹지 않고 편하게 돈 버는 길이 있는데 그걸 택한다고 누가 뭐라고 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상황이 이러니 감독이 바뀌어도 그 나물에 그 밥 같은 인물이 다시 자리를 채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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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스포츠부장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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