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나 민원 내용을 봐도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을 제지했다” “자는 학생을 깨웠다” 등 교사의 생활지도를 문제 삼은 게 상당수다. 한 중학교에선 학교생활기록부를 고쳐 달라는 요구를 거절했다가 정서적 학대로 신고당한 경우도 있었다. 일상적 교육까지 문제 삼는 일이 잦아지면서 교권 침해 상담을 위해 교육청 문을 두드리는 교사도 늘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16개 시도교육청의 교권 침해 상담 건수는 5만7966건으로, 5년 사이 4배가 됐다.
▷교사들은 서이초 사건 이후 각종 대책이 쏟아졌지만 학부모 신고와 민원을 교사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구조는 그대로라고 입을 모은다. 법을 고쳐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고 명시했지만 여전히 연간 700, 800건의 교원 대상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고 있다. 일단 신고되면 ‘혐의 없음’으로 끝나더라도 6개월 넘게 경찰 조사에 시달려야 한다. 변호사 조력을 지원하겠다던 약속도 무색하다. 지난해 7월 기준으로 전국에 배치된 교권 보호 전담 변호사는 38명에 불과하다.
▷드라마 ‘참교육’의 세계적 인기에서 알 수 있듯이 교사를 보호하고 교실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한국만의 것이 아니다. 영국은 2006년 교사의 훈육권을 법률로 보장했고, 2011년 ‘노터치 정책’을 폐기하며 필요한 경우 물리력 행사도 허용했다. 미국은 2001년 연방 교사보호법을 만들어 교사의 훈육권을 보장했고, 이를 바탕으로 주마다 교사의 정당한 교육 활동을 보호하는 장치를 발전시켜 왔다. 일본은 2000년대 이후 ‘몬스터 페어런츠(괴물 학부모)’가 논란이 되자 지역별로 맞춤형 교사 보호 매뉴얼을 도입했다. 모두 오랜 의견 수렴과 시행착오를 거치며 교권을 지키기 위한 제도적 방어막을 두껍게 쌓은 것이다.▷반면 국내에선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임기응변식 대응이 반복되고 있다. 서이초 사건 직후 국회는 두 달 만에 ‘교권보호 4법’을 통과시켰고, 교육부는 “교권 회복의 원년으로 삼겠다”며 대책을 쏟아냈지만 현장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교육부와 일부 교육청이 드라마 속 ‘교권보호국’을 벤치마킹해 새 조직을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드라마의 인기에 편승해 뚝딱 만들어지는 대책의 유효기간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장원재 논설위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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