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우경임]국정감사라는 가짜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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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임 논설위원 1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는 구글, 텔레그램, X(옛 트위터) 등 빅테크의 임원과 국내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텔레그램이 처음 국감에 출석하는 등 그간 비협조적이던 빅테크들이 모였으니 내심 ‘송곳 질의’를 기대했다. 청소년 SNS 규제, 망 사용료 등 첨예한 현안이 수두룩한 과방위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이날 국감은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의 제척을 두고 여야가 충돌하면서 개회와 정회를 반복했다. 결국 윤구 구글코리아 사장, 산딥 야다브 텔레그램 최고운영 및 규정준수책임자(COO), 신창섭 X코리아 대표가 질의를 받은 시간은 각각 저녁 8시 7분, 8시 15분, 9시 15분이었다. “솔루션을 찾고 추후 보고하겠다”(윤 사장), “100% 될 때까지 노력하겠다”(야다브 COO), “우려하는 점에 충분히 공감한다”(신 대표). 성 착취물, 마약 등의 검색 노출을 지적하는 의원들의 ‘호통성’ 질의에 이들은 마치 한국 국회 대응법을 학습한 것처럼 일단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자사 방침을 설명하는 해명 기회로까지 활용했다. 의원 1명당 현안 질의는 고작 12분 이날 여야 공방을 제외한 현안 질의는 2시간 50분가량 진행됐다. 의원당 약 12분씩 질의했다. 하지만 ‘12분 질의’ 뒤에 피감 기관과 관련 기업이 투입한 시간과 노동은 수십, 수백 배는 될 것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5월 공무원 884명을 대상으로 국정감사 및 행정감사 수감 실태를 조사했다. 국가직 공무원 답변만 추려 보면, 국감 자료 준비는 초과 근무를 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업무(45%)였다. 당일 제출(50%)이나 국감 전날 오후 6시 이후 제출(27%)을 요구받은 경험도 허다했다. 주관식 답변란에는 공개된 통계 자료 정리나 국제기구 규약 번역을 요구한다는 고발이 깨알같이 적혀 있었다. 국감이 정책 개선, 제도 발전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이런 업무는 모두 ‘가짜 노동’이 된다. ‘국회에 제출한 자료가 어떻게 활용됐냐’는 질문에 ‘국정감사 질의 등 합당한 목적으로 활용되지 않았다’는 응답(53%)이 절반을 넘었다. ‘공적 활용의 여지가 전혀 없다’도 9%나 됐다. 공무원 노조의 조사임을 감안하더라도 ‘민원 해결에 쓰이는 게 뻔해 자료를 제출하면서도 한심했다’는 성토까지 무시하긴 어렵다. 국감 당일에는 기관장이 간부는 물론이고 실무자까지 대동한다. 해당 기관의 행정은 종일 마비다. 국감장에 종일 대기하다가 그냥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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