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난제 푸는 오성진 교수
50년 숙제 ‘프라이스 법칙’도 증명
28일 세계수학자대회서 초청 강연
지난달 서울 고등과학원에서 만난 오 교수는 자신의 연구에 대해 “극단적인 상황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수학적으로 이해하고 증명하는 것”이라며 “무한한 시간이 흐르거나 물리량이 무한대로 발산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의 연구 분야는 ‘비선형 쌍곡 편미분방정식’이다. 파동과 중력처럼 시간에 따라 퍼져 나가는 현상을 수식으로 나타내는 방정식으로 일반상대성이론의 아인슈타인 방정식도 여기에 속한다. 이런 방정식은 작은 변화가 시간이 흐른 뒤 큰 차이를 만들 수 있어 수학적으로 분석하기 어렵다.
블랙홀은 중력이 너무 강해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영역이다. 외부에서는 블랙홀 내부를 직접 관측할 수 없으며 중심의 특이점에서는 현재의 물리 법칙이 한계에 부딪힌다. 블랙홀 내부를 수학적으로 분석하다 보면 물리학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가능성과 마주치게 된다.시간여행도 그중 하나다. 물리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시간여행이 실제 우주에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믿음을 정리한 것이 ‘강한 우주 검열 가설’이다. 수학적으로는 시간여행이 가능하더라도 실제 우주에서는 사라져 결국 예측 가능성이 유지된다는 내용이다.
오 교수는 이를 “연필을 던졌을 때 심 끝으로 딱 서 있는 상황”에 비유했다. 수학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조건이 조금만 달라져도 곧바로 무너질 정도로 불안정하다는 뜻이다.
블랙홀 외부의 작은 변화가 내부로 전달되면 연필을 쓰러뜨리는 바람처럼 시간여행 시나리오도 사라진다. 오 교수는 2017년 구형 대칭성을 가정한 블랙홀 모형에서 강한 우주 검열 가설을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단순화한 모델에서 강한 우주 검열 가설을 처음 증명한 연구로 평가받는다. 연구의 핵심은 블랙홀 바깥의 작은 변화가 시간이 지난 뒤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엄밀하게 규명한 데 있다. 외부에서 생긴 변화는 초기 형태와 관계없이 오랜 시간이 지나면 일정한 규칙에 따라 약해진다. 물리학자들은 이 흔적을 ‘꼬리(tail)’라고 부른다.1972년 미국 물리학자 리처드 프라이스는 꼬리의 세기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감소하는지를 계산했다. 일명 ‘프라이스의 법칙’이다. 오 교수는 이 법칙을 수학적으로 증명했고 꼬리가 블랙홀 내부의 불안정성을 유발한다는 사실도 함께 증명했다.
오 교수는 현재 실제 우주의 회전 블랙홀인 커(Kerr) 블랙홀을 대상으로 강한 우주 검열 가설을 증명하는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2017년 연구가 구형 대칭성을 가정한 단순화된 모델을 다뤘다면 커 블랙홀은 실제 우주에 훨씬 가까운 문제다. 이 연구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프라이스 법칙이 모든 상황에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는다는 사실도 밝혔다.
오 교수는 2024년 구형 대칭성을 가정하지 않은 일반적인 상황에서 꼬리가 어떻게 약해지는지를 계산하고 증명하는 방법론을 개발했다. 블랙홀이 거의 변하지 않고 외부 변화도 매우 작다고 가정했던 기존 계산을 넘어 실제에 가까운 상황을 분석한 결과다.
오 교수는 이번달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개막하는 세계수학자대회(ICM)에 28일 초청 강연에 나선다. 세계수학자대회는 4년마다 열리는 수학계 최대 학술행사로 초청 강연자는 해당 분야를 대표하는 연구자로 평가받는다.조가현 동아사이언스 기자 ga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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