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아닌 민초 이야기, 더 큰 울림"…연극상 휩쓴 '퉁소소리'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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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최척전' 무대화 구상
초연 배우 20여 명 다시 무대에
"지구 한바퀴 돌며 공연했으면"
9월 5~18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 등록 2025-09-02 오전 6:00:00

    수정 2025-09-02 오전 6:00:00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조선 중기 남원의 선비 최척은 이웃 옥영과 혼인을 약속하지만, 임진왜란이 터지며 두 사람은 이별한다. 전쟁이 끝난 뒤 돌아온 최척은 옥영과 혼례를 치르고 아들을 얻는다. 하지만 정유재란이 다시 일어나며 최척은 중국으로, 옥영은 일본으로 끌려가 또다시 생이별을 겪는다. 머나먼 이국 땅 베트남에서 두 사람은 ‘퉁소소리’를 매개로 극적으로 재회하게 된다.

연극 ‘퉁소소리’의 한 장면(사진=세종문화회관).

흔히 임진왜란 하면 영웅 이순신을 떠올리지만, 고선웅 연출(서울시극단장)의 생각은 달랐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열심히 삶을 살아냈던 민초들의 삶에 주목했다. 조선 중기 문인 조위한의 소설 ‘최척전’을 각색한 연극 ‘퉁소소리’가 나오게 된 배경이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후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베스트3’를 비롯해 ‘2025 대한민국 국가브랜드대상’ 문화부문 대상, ‘2025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문 수상 등을 휩쓸었다. 고난의 가족사를 다루면서도 유머와 해학을 절묘하게 섞어내 “역시 고선웅”이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연극 ‘퉁소소리’가 오는 5~ 1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초연 후 10개월 만에 관객들과 다시 만난다. 고 단장은 “영웅의 그늘에 가려져 전쟁에서 죽어갔던 많은 사람들의 서사는 알려진 게 없다”며 “최척과 옥영이 포기하지 않고 만나는 이야기가 울림이 있었기에 함께 나누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그간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창극 ‘변강쇠, 점찍고 옹녀’ 등 고전을 재해석한 작품으로 호평을 받은 고 단장은 무려 15년 가까이 ‘최척전’의 무대화를 구상해왔다. 그는 “스스로 열정을 품었던 작품들을 관객들도 좋아해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작품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명·청 교체기라는 격동의 시대에 전북 남원에서 사랑을 꽃피운 최척과 옥영이 30년에 걸쳐 이별과 재회를 반복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전쟁 속에서 피어난 이들의 파란만장한 삶은 오늘날에도 계속되는 전쟁의 비극과 민중의 아픔을 되돌아보게 한다. 고 단장은 “지금도 곳곳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 작품이 더 공감받는다고 생각한다”면서 “모두가 싸우지 않고 평화롭게 살기를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높은 사람들이 와서 연극을 봤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연극 ‘퉁소소리’의 한 장면(사진=세종문화회관).

이번 시즌은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내고 서사를 한층 압축적으로 완성했다. 고 단장은 “극 중반 배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무대 효과를 보완했다”며 “대본의 군살을 덜어내고 러닝타임을 3분가량 줄였다”고 설명했다.

초연에서 열연한 20여 명의 배우들이 다시 한번 무대에 오른다. 주인공 최척 역의 박영민은 “지난해 초연에서 보지 못한 것들이 새롭게 보인다”며 “관객들도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옥영을 연기하는 정새별은 “무대에서 ‘옥영’ 그 자체로 존재하면 된다는 단장님의 지도 덕분에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고 단장은 조만간 서울시극단장 3년 임기를 마친다. 서울시극단에서 그가 선보이는 마지막 작품인 셈이다. 이후에는 극단 마방진으로 돌아가 20주년 기념 공연 등을 준비할 예정이다. 고 단장은 “전쟁의 아픔이 재현돼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라며 “이 시대에도 유효한 이야기를 하는 만큼 지구 한 바퀴를 돌며 무대에 오르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연극 ‘퉁소소리’의 한 장면(사진=세종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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