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돌 맞는 국내 유일 사진 축제…올해 주제는 "인간은 한낱 우주의 먼지일 뿐"

1 week ago 6

국내 유일의 사진 비엔날레가 오는 18일 막을 올린다. 2006년 시작해 20년을 이어온 ‘대구 사진 비엔날레’다. 대구광역시가 주최하고 대구문화예술회관 주관하는 이 축제는 격년에 한 번씩 개최돼 올해로 열 번째를 맞았다.

니콜라 플로크, La couleur de l’eau, Les Calanques, 2019. /대구 사진 비엔날레 제공

니콜라 플로크, La couleur de l’eau, Les Calanques, 2019. /대구 사진 비엔날레 제공

개막을 앞둔 지난 10일 대구문화예술회관은 주요 전시와 행사를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날 행사에 참석한 대구문화예술회관 김희철 관장은 “대구 사진 비엔날레는 20년간 한국 사진계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축제”라며 “올해는 규모에 있어서도 역대 최고를 자랑하며, 최초로 외국인 총감독을 섭외해 도움받은 만큼 특히 더 뛰어날 것이라라 확신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생명의 울림(The Pulse of Life)’을 주제로 한 이번 행사는 대구문화예술회관 전관에서 펼쳐지는 여덟 개의 주제전을 비롯해 두 개의 특별전과 포토북 전시, 국제 사진 심포지엄, 북토크 등 다양한 부대행사로 구성됐다.

아나이스 톤되르, Fiori di fuoco, 2023. /대구 사진 비엔날레 제공

아나이스 톤되르, Fiori di fuoco, 2023. /대구 사진 비엔날레 제공

기념비적인 열 번째 행사인 만큼 규모도 남다르다. 24개국에서 110여명의 작가가 참여해 사진, 영상, 설치 작업 등 700여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별로 큐레이터나 감독이 달랐던 지난 행사와 달리 올해는 처음으로 예술 총감독 제도를 도입했다. 그 덕분에에 하나의 포괄적인 주제를 바탕으로 촘촘한 전시 구성이 가능해졌다.

최초로 외국인 감독을 임명했다는 점 또한 특징이다. 이번 비엔날레의 예술총감독은 프랑스 태생의 엠마뉘엘 드 레코테(Emmanuelle de l’Ecotais)가 맡았다. 그는 프랑스의 국립현대미술관인 퐁피두 센터와 파리사진미술관에서 큐레이터를 역임했으며, 매년 11월 파리에서 대규모로 개최되는 사진 축제 ‘포토 데이즈(PhotoDays)’의 설립자이자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세계적인 사진전문가다. 지난해 성곡미술관에서 프랑스의 현대사진을 주제로 한 전시를 기획하기도 했다.

엠마뉘엘 감독은 ‘생명’이라는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에 대해 ”우주의 작은 조각에 불과한 인간이 너무 오랫동안 인간 중심의 사고를 펼쳐왔다“며 ”이번 비엔날레가 모든 생명과 인간이 맺는 관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아그니에슈카 폴스카, Birds in Space, 2024. /대구 사진 비엔날레 제공

아그니에슈카 폴스카, Birds in Space, 2024. /대구 사진 비엔날레 제공

주제전은 철학자 글렌 올브렉트(Glenn Albrecht)가 제안한 ‘공생세(Symbiocene)’의 개념을 중심에 둔다. 공생세는 인류뿐 아니라 동물과 식물, 심지어는 우주에 가득한 영적인 에너지까지 모든 생명체가 상호 연결돼 협력하며 살아가는 시대를 말한다. 예컨대 꽃과 꽃 사이를 오고가는 꿀벌 덕에 꽃이 피고, 뿌리에 공생하는 버섯의 영향으로 성장하는 나무, 땅속을 이동하며 토양을 비옥하게 지렁이 등 우리 주위의 자연에서 그 예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지에서 하늘로’, ‘중심의 중심’, ‘대지와 이어지다’, ‘정원을 가꾸다’, ‘지구 중심으로의 여정’, ‘물길을 따라,’ ‘인간, 자연’ ‘동물의 편에서’ 총 여덟 개 홀에서 선보이는 주제전은 이런 공생세의 순간을 사진예술의 언어로 담는다.

열 돌 맞는 국내 유일 사진 축제…올해 주제는 "인간은 한낱 우주의 먼지일 뿐"

영국 출신 사진작가 맨디 바커의 작품. /대구 사진 비엔날레 제공

영국 출신 사진작가 맨디 바커의 작품. /대구 사진 비엔날레 제공

첫 번째 홀에서는 병든 토지의 회복을 돕는 식물과의 대화를 담은 프랑스 출신 아나이스 톤되르(Anaïs TONDEUR)를 비롯해 폴란드 출신의 아그니에슈카 폴스카(Agnieszka POLSKA), 2007년 최연소로 국립현대미술관이 선정한 ‘올해의 작가’인 정연두 작가 등이 작품을 통해 우주의 힘과 빛, 시간에 대해 질문을 제기한다. 이외에도 나무나 돌, 이끼에 목소리를 부여해 대지를 탐구해보거나 인간의 몸과 식물을 융합해 각 생명체간 연결고리와 자연과 인간과의 심오한 복잡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들이 홀마다 이어진다.

엠마뉘엘 감독은 특히 다섯 번째 홀을 힘주어 설명했다. 호주 출신 멜 오캘러헌(Mel O’CALLAGHAN) 작가의 ‘The Center of the Center’와 ‘The Pulse of Planet’ 두 영상 작품이 설치된 이곳은 전시 동선의 중심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태평양 아주 깊은 곳에서 촬영한 물과 빛, 바위가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영상 작품과 대지와 물의 움직임을 담은 소리를 감상할 수 있다. 엠마뉘엘 감독은 “이곳에서는 단순히 사진 작품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비엔날레의 주제이기도 한 생명체의 리듬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일본 사진작가 가와우치 린코의 작품. /대구 사진 비엔날레 제공

일본 사진작가 가와우치 린코의 작품. /대구 사진 비엔날레 제공

두 개의 특별전도 이어진다. 일상의 소중함을 담는 일본의 사진작가 가와우치 린코의 개인전과 여성의 생식기를 주제로 한 특별전 ‘세상의 기원(L'Origine du monde)’이다. 1866년 프랑스의 리얼리즘 화가인 귀스타브 쿠르베의 작품 ‘세상의 기원’을 모티프로 한 특별전은 생명의 근원과 여성성이라는 주제를 사진의 시선으로 구성했다. 귀스타브의 회화는 다리를 벌린 채 누워 있는 여성의 생식기를 그대로 묘사해 당시에도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프랑스에 비해 이성의 신체와 성 문화에 있어 보수적인 한국인들에게 이 주제가 어떻게 다가가길 바라냐는 질문에 엠마뉘엘 감독은 ”귀스타브의 회화가 첫 공개됐을 당시 루브르박물관에서는 작품을 가려두고 숨겨뒀을 정도로 오랫동안 대중들 앞에 서지 못했지만, 현재 오르세미술관에 전시되고 있을 정도로 어렵지 않은 주제가 됐다“며 ”민감한 주제지만 오늘날 대중에게 있어 아주 충격적이지는 않은 주제이니 사진이 이를 어떻게 다루는지 봐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18일 시작되는 비엔날레는 11월 16일까지 이어진다.

강은영 기자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