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퀀텀컴플렉스 개소…양자컴퓨팅 미래 앞당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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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팅은 양자 역학을 기반으로 하는 컴퓨터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을 활용해 기존 컴퓨터로 수 개월 걸리던 연산을 단 몇 분에 수행하는 기술이다. 세계 양자컴퓨팅 시장은 연평균 20.1% 성장해 2031년 32조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세퀀텀위크 2025에서 연세퀀텀컴플렉스가 정식 개소했다 / 출처=연세대학교

연세퀀텀위크 2025에서 연세퀀텀컴플렉스가 정식 개소했다 / 출처=연세대학교

주요 기업들은 양자 칩부터 제어 시스템까지 실제 상용화를 위한 기술 개발에 분주하다. 국내 양자 과학기술 수준은 세계 기업에 비해 부족한 실정이나, 최근 양자컴퓨팅의 중요성 인식을 바탕으로 국가 차원의 개발이 시작되는 추세다. 연세대학교도 국내 양자컴퓨팅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교육기관 중 하나다. 올해 창립 140주년을 맞이한 연세대학교는 지난 3월 4일부터 5일간 국제캠퍼스(송도) 및 신촌캠퍼스에서 ‘세계 양자 과학기술의 해(IYQ)’를 맞아 ‘연세퀀텀위크 2025’를 개최했다.

국제컨퍼런스에서는 세계 기업들의 양자컴퓨터 활용 사례가 다뤄졌고, 양자 기술 연구 개발 동향 및 성과가 공유됐다. 특히 7일에는 ‘연세퀀텀컴플렉스’가 정식 개소했다. 연세대학교는 세계적 수준의 양자과학 연구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연세대학교는 국내 최초이자 세계 대학 중 2번째로 ‘IBM 퀀텀 시스템 원’을 설치한 바 있다.

IBM, 2029년 오류 내성 갖는 양자컴퓨터 완성 목표

IBM-연세대 기자 간담회 모습 / 출처=IBM

IBM-연세대 기자 간담회 모습 / 출처=IBM

개소식과 함께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는 제이 감베타(Jay Gambetta) IBM 퀀텀 부사장이 참석했다. 제이 감베타 부사장은 IBM의 양자컴퓨터 시스템에 대한 향후 계획을 밝히며, “최근 QPU 연구가 많이 이뤄지고 있지만, IBM은 100개 이상 큐비트와 수 천 개 이상의 게이트를 갖는 양자컴퓨터 시스템으로 앞서나가고 있다. 2029년에는 오류 내성을 갖는 양자컴퓨터를 최초로 완성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재 IBM은 양자컴퓨팅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그럼에도 아직 양자컴퓨터의 오류 문제는 실제 상용화에 걸림돌로 남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IBM은 양자 프로세서를 확장하고, 향후 3년간 양자 알고리즘 연구를 진행해 ‘양자 우위’ 입증을 목표할 계획이다. 또한 IBM은 양자컴퓨팅 작업 수행 시 필요한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수 년간 투자 중이다. 파이썬 기반의 오픈소스 ‘퀴스킷(Qiskit quantum SDK)’은 IBM의 초전도 양자컴퓨터 제품군 및 대체 기술을 사용하는 모든 시스템에서 지원된다.

IBM은 2029년 오류 내성을 갖는 양자컴퓨터를 최초로 완성할 것으로 기대했다 / 출처=IT동아

IBM은 2029년 오류 내성을 갖는 양자컴퓨터를 최초로 완성할 것으로 기대했다 / 출처=IT동아

이날 제이 감베타 부사장은 한국 양자 시장을 진단하며, “현재 한국에 가장 필요한 것은 알고리즘 연구에 집중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지난해 연세대학교에 시스템 설치 후 사용량이 일본과 비슷한 속도로 증가해 최대 용량 활용 수준에 도달했다. 이는 한국도 본격적인 알고리즘 연구를 할 시점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양자컴퓨터 및 슈퍼컴퓨터 시스템을 함께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알고리즘 연구가 활발해지고, 한국이 재료·화학·생물·물리 부문에서 양자 우위를 실현하는 연구가 많이 나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한 “한국의 양자컴퓨팅 시장은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여기에는 연세대학교와 함께 참여하는 기관 및 학생, 연구진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세퀀텀컴플렉스, 양자컴퓨팅 생태계 허브 꿈꾼다

이번에 개소한 연세퀀텀컴플렉스는 국내 양자컴퓨팅 생태계의 중심 허브를 목표한다. 첨단 연구시설 및 산학협력 공간을 갖춰 대학·연구소·정부·민간이 참여하는 양자과학 연구 거점을 구축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바이오 분야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인 인천광역시와 함께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는 양자·바이오·메디컬 융합 첨단 산업 클러스터를 만든다.

양자컴퓨터 ‘IBM 퀀텀 시스템 원’ 모습 / 출처=연세대학교

양자컴퓨터 ‘IBM 퀀텀 시스템 원’ 모습 / 출처=연세대학교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정재호 연세대학교 양자사업단장은 양자컴퓨터 도입 후 계획과 목표를 밝혔다. 그는 ‘양자 문해력’을 강조하며, “양자 분야를 연구할 인재를 양성하겠다. 지난 3월 초 신약 연구 개발사 리가켐바이오와의 협약 사례처럼, 산업계에서도 많은 제약업체가 타진해오고 있지만 활용 방안을 모르는 곳이 많다”며, “기업 맞춤형 과정, 전문가 양성 과정부터 초중고생과 비전공자, 일반인 대상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하반기에 대학원 과정을 개설하고, 1~2년 내 양자정보학 등 양자컴퓨터 관련 학부 과정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학교는 한·미·일 파트너와 공동으로 약 4만 명의 학생을 향후 10년간 육성할 계획이다.

이어 연세대학교가 양자 사업에 힘을 쏟는 이유를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에서 찾았다. 정재호 단장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과 달리 대학은 미래 사회의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새로운 기술 및 지식을 도입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IBM과도 단순히 거래하는 관계가 아닌 전략적 파트너로 관계를 다질 예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양자컴퓨터 라이센스가 종료되는 5년 후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충분히 재계약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열린 세계 양자과학 및 기술의 해 한국 선포식 모습 / 출처=과기정통부

지난 5일 열린 세계 양자과학 및 기술의 해 한국 선포식 모습 / 출처=과기정통부

연세대학교는 향후 국가 차원의 협력과 지원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정재호 단장은 “하드웨어를 도입했을 때, 이를 활용해 최대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결국 소프트웨어(알고리즘) 연구가 중요하다. 정부 차원에서도 알고리즘 연구를 위한 투자 계획이 있는 가운데, 연세대학교는 정부 과제와 부합하는 연구 개발을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5일 올해 양자과학 분야 24개 사업에 전년 대비 54.1% 증가한 약 198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양자컴퓨팅 관련 15개 사업 및 32건의 신규 과제가 시작된다. 주요 사업에는 양자컴퓨터 설치 및 상용화를 돕는 ‘양자컴퓨팅 서비스 및 활용체계 구축’ 사업이다. 양자 연구거점 2곳을 선정하는 ‘퀀텀 플랫폼 사업’도 진행된다.

연세대학교는 이 사업의 일환으로 ‘양자과학기술 글로벌 파트너십 선도 대학 지원’ 프로젝트를 수행할 계획이다. 양자 과학기술 분야에서 국제 협력을 확대하고, 국제 협력 플랫폼을 구축해 양자 전문가 커뮤니티를 조성한다. 여기에는 5년간 각 223억 원이 투입되며, 올해는 2개 대학에 23억 원이 지원된다. 또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사업 일환으로, 연세대학교는 2028년까지 양자컴퓨팅을 활용한 기업 활동을 도울 계획이다.

학술 기관으로서 연세대학교가 추구하는 가치는 분명하지만, 운영 측면에서 현실적인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담대한 의사결정을 뒷받침할 재정적, 정책적 지원의 지속적인 확보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IBM의 개발 전략과 맞물려 연세대학교의 양자컴퓨터 도입이 학문적·산업적 패러다임 전환의 중요한 전초가 되어 성과로 이어질지 기대해 볼 시점이다.

IT동아 김예지 기자 (y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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