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신한 하나 우리 등 국내 4대 금융그룹이 자산건전성 관리를 위해 고삐를 죄고 나섰다. 리스크를 점검하는 별도 조직을 꾸리거나 주 단위로 위험가중자산(RWA)을 예측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철저한 내부 관리에 나서는 분위기다. 경기 침체가 심화하는 와중에 주주환원까지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별도 조직 꾸려 정밀 점검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자산건전성 관리를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TF를 통해 연체율 변화 등 건전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정밀하게 점검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은행 등 주요 계열사가 RWA 목표치를 달성 중인지도 매주 확인하고 있다.
KB금융은 국민은행의 신용 RWA를 주 단위로 산출·예측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산시스템 담당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입찰을 진행 중이다. 이 은행은 올초 본점 차원에서 이뤄지던 RWA 관리를 영업점까지 넓히는 등 리스크 관리에 한창이다.
하나금융도 매달 하나은행의 자산건전성 관리를 총괄하는 ‘신용 비용 협의회’를 열어 잠재적 리스크를 확인하고 있다. 연체관리 TF, 리스크관리 TF 등 별도 조직을 통해서도 연체 발생 상황과 부실화한 자산을 파악 중이다. 신한금융은 올초 계열사별 RWA 목표치를 정해두고 이를 초과하면 불이익을 주는 경영 방침을 세웠다.
◇대기업 대출 쏠림 심화할 수도
4대 금융이 자산건전성 관리에 소매를 걷어붙인 것은 경기 침체 심화로 부실 자산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져서다. 4대 금융의 올해 1분기 말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평균 0.74%로 지난해 말보다 0.1%포인트 올랐다. 2021년 말(0.33%) 이후 상승세다. 지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0.2% 줄어든 충격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주주환원 확대도 자산건전성을 더 엄격하게 관리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 등의 전략을 지속하려면 RWA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면서 자본적정성 지표를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해야 한다.
경기 전망이 여전히 부정적임을 고려하면 건전성 관리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근 추가경정예산 기대에 골드만삭스(1.1%) 등 일부 해외 기관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높였지만, 여전히 0%대 전망이 다수다.
새 정부가 부채 탕감 등을 핵심으로 한 서민·정책금융을 추진 중인 것도 부담이다. 소상공인, 중소기업의 채무 경감이 4대 금융의 자산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해당 정책을 위한 비용까지 대면 부담은 더 가중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4대 금융이 비교적 신용도가 우량한 대기업 대출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은행의 지난달 말 대기업 대출잔액은 약 146조4094억원으로 올 들어 10조5761억원 늘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은 정부 규제로 늘리기 어렵고 중소·중견기업 대출은 부실화 우려를 감안해야 한다”며 “갈수록 대기업 대출 쏠림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