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호스로 떠오른 '태국'…싱가포르 이어 한·중·일에 도전장 [M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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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세계 25위, 아세안 1위 등극
마이스 GDP 비중 1.03→1.67% 상승
총리 산하 TCEB 5년 단위 육성 추진
치앙마이, 푸켓 등 지방 도시로 확장
20조원 규모 대형 복합리조트 개발도

  • 등록 2025-06-18 오전 6:00:00

    수정 2025-06-18 오전 6:00:00

방콕의 대표 컨벤션 센터인 ‘퀸 시리킷 내셔널 컨벤션센터’(사진=QSNCC 홈페이지)

[이데일리 김명상·이선우 기자] 동남아시아 태국이 세계 마이스(MICE) 시장에서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마이스 시장에서 수위를 다투는 싱가포르는 물론 아시아 맹주를 자처하는 한국과 일본, 중국의 아성도 뛰어넘을 기세다.

태국은 최근 국제컨벤션협회(ICCA)가 발표한 2024년 국가·도시별 국제회의(컨벤션) 개최 실적에서 동남아 지역 1위(158건)를 차지했다. 개최 건수 기준 도시별 순위 세계 3위(144건)에 오른 싱가포르를 제친 태국은 세계 순위에서도 25위(158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선 일본, 중국, 한국, 호주에 이어 5위에 올랐다. 2023년 세계 15위(88건)였던 수도 방콕은 1년 만에 순위를 7위(115건)까지 끌어올리며 도쿄, 베이징을 제치고 싱가포르, 서울과 함께 아시아 3대 국제회의 도시에 등극했다.

윤은주 한국컨벤션전시산업연구원장은 “최근 세계 마이스 시장에서 태국의 약진은 10여 년 전부터 정부 주도로 관련 시설과 서비스 인프라를 강화한 결과”라며 “풍부한 관광·레저 인프라에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만큼 당분간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마이스 목적 외국인 방문객 42% 급증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태국 국제회의 개최 실적
전통적인 국가 기간산업인 관광 활성화를 위해 마이스로 영역을 확장한 태국의 전략은 각종 지표는 물론 선호도 조사에서 가시적인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2024년 회계 기준(2023년 10월~2024년 9월) 태국의 해외 마이스 방문객은 116만 명으로 전년 대비 42% 급증했다. 전체 매출은 1483억바트(6조 2600억원)으로 1.03%였던 GDP(국내총생산) 비중도 1.67%로 높아졌다.

지난해 8월 태국전시컨벤션뷰로(TCEB)가 실시한 ‘마이스 포사이트’(MICE Foresight) 조사에선 글로벌 컨벤션기획사(PCO)와 전시주최사(PEO)가 14개 아시아 국가 중 태국을 ‘최고의 마이스 목적지로 꼽았다. 글로벌 마이스 미디어 노스스타가 올 5월 아태 지역 이벤트 기획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비즈니스 이벤트 개최지 선호도 평가에선 싱가포르, 일본, 한국을 큰 차이로 따돌리며 1위를 차지했다. 태국은 최대 장점인 가격 경쟁력 외에 독창적인 문화 정체성, 방문객 수용 준비성, 브랜드 인지도 등 전체 항목에서 두루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아시아 최대 식품 전시회 ‘타이펙스 아누가 아시아 2025‘ 행사장 (자료=타이펙스 홈페이지)

최근엔 해외 참가자만 1000명이 넘는 대형 국제행사도 연달아 열리고 있다. 지난달 해외 57개국 3231개 기업이 참여한 가운데 방콕에서 열린 ‘타이펙스’ 식품 박람회엔 해외에서 2만 명이 넘는 바이어가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식품회사 인피니투스 소속 2500명 규모의 포상관광단은 최근 방콕 퀸시리킷 국립 컨벤션센터에서 대형 기업행사도 열었다.

전략적으로 수도 방콕에 몰린 마이스 수요를 지역으로 확대하면서 전국구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태국은 ICCA가 지난해 1659개 도시를 대상으로 집계한 도시별 개최 실적에서 방콕 이외에 치앙마이(12건), 파타야(10건), 푸껫(8건) 등 12개 도시가 순위에 포함됐다. 특히 북부 치앙마이는 2013년 세계 물 정상회의 개최 이후 새로운 마이스 거점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윤 교수는 “2선 도시들의 약진은 정부 주도로 전시컨벤션센터, 호텔·리조트 등 전문시설에 대한 마이스 서비스 표준을 마련한 효과”라며 “복합리조트와 같은 대규모 시설 개발에 스마트 시티 등 디지털 인프라까지 더해지면서 휴양지였던 도시들이 비즈니스 이벤트 목적지로 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강력한 거버넌스 구축…카지노 도입 등 규제도 완화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 (사진=AP통신)
태국 마이스의 가파른 성장세는 정부 주도의 강력한 거버넌스가 이끌고 있다. 태국 정부는 지난 2002년 총리 직속 독립기구로 태국전시컨벤션뷰로(TCEB)를 설립했다. 행정 조직상 장관급 수장이 이끄는 뷰로는 정부·지자체, 관련 업계와 학계 등 전체 산업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5개년 단위 마이스 산업 육성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수립,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23년 수립한 5개년 계획엔 태국 정부의 핵심 정책인 외국인 투자 유치,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디지털 전환(DX), 중동·BRICS 등 신흥시장 개척 등의 세부 전략이 담겼다. 최근엔 방콕 외에 치앙마이, 푸껫, 파타야 등 지방 도시를 잇는 국제 직항 항공편 확대도 주도했다.

전체 정부 차원에선 마이스 수요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태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카지노가 포함된 대형 엔터테인먼트 단지 개발을 추진 중이다. 방콕 외에 치앙마이, 푸껫, 촌부리 등 7개 지역에 한 곳당 최소 2조원에서 최대 4조원 규모, 총 20조원 규모의 복합리조트(IR)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복합리조트 개발을 추진 중인 태국 정부는 외국 자본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그동안 강력하게 통제해 온 내국인 출입을 허용하는 오픈 카지노도 합법화했다. 투자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 30년 사업권 보장 기간 중 부담할 카지노세율도 마카오(40%), 일본(30%), 필리핀(25%)보다 낮은 17%로 책정했다.

현재 태국 내 복합리조트 개발에는 엠지엠(MGM)과 윈(Wynn), 샌즈(Sands), 겐팅(Genting) 등 글로벌 카지노 기업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내에선 이르면 일본 오사카 복합리조트가 개장하는 2030년보다 앞서 2029년 중 사상 첫 복합리조트가 개장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는 최근 “이제는 더 이상 모래와 태양, 바다만으로는 관광객을 유치할 수 없다”며 “기존 관광 자원에 더해 경쟁력을 배가시켜 줄 인공적인 명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복합리조트는 태국의 외국 자본의 태국 내 투자를 늘리고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을 늘려 전체 국가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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