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내가 만난 명문장/오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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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원 국립무용단 책임PD “혁신은 전통과 함께 갈 때에만 생산적일 수 있다.”―이고리 스트라빈스키 ‘음악의 시학’2010년 국립극장에서 국악축제 미션을 받았다. 가야금을 전공하고 한국적인 콘텐츠를 세상에 알리고 싶어 기획자가 된 내겐 오래 품어온 생각을 현실로 옮길 기회였다. 당시 ‘국악은 고리타분하다’는 편견이 강했다. 전통에 뿌리를 두고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창작자들이 설 무대가 많지 않았고, 좋은 예술가가 있어도 관객에게 알릴 수 있는 장이 마땅치 않았다. 축제를 준비하던 어느 늦은 밤, 축제 제목을 고민하다가 한 줄을 끄적였다.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 홍보 문구라기보다 호소문에 가까웠다. 이 기회를 단발성으로 끝내고 싶지 않았다. 이 축제가 지속되려면 무엇보다 공연이 좋아야 했다. 전통을 뿌리에 두되 혁신적인 예술가를 찾고, 전에 없었던 협업을 제안했다. 전통과 새로운 시도가 자연스럽게 만나는 무대를 만들고 싶었다. 관객이 그 변화를 고정관념 없이 공감하고 즐기는 축제가 되길 바랐다.‘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를 줄인 ‘여우락 페스티벌’은 그렇게 예술가들이 각자의 색을 드러내며 새 음악을 만드는 장이 됐다. 자연스레 관객의 발걸음이 이어졌고, 언젠가부터 여우락은 예술가들이 함께하고 싶어하는 무대가 됐다. 그렇게 6년쯤 지나자 스스로 경계하는 마음이 생겼다. ‘여우락은 이래야 해’라는 내 생각이 또 하나의 고정관념이 되는 것은 아닐까. 좋은 때에 새 프로듀서에게 바통을 넘겼고, 이후 관객의 자리에서 즐기는 기쁨도 알게 됐다.나는 여우락과 함께하며 ‘전통이 살아 있다’는 말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옛 모습을 붙잡는 게 아니라, 예술가가 자기 언어를 담아내고 관객이 이를 고정관념 없이 느끼는 것. 올해 여우락이 끝났다. 17번째다. 이제 나는 이 축제를 사랑하는 한 명의 관객으로 다음 무대를 기다린다. 오지원 국립무용단 책임PD©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0개 지금 뜨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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