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박희창]캘리포니아의 ‘레이니 데이 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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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창 논설위원 국가로 치면 세계 5위 경제 대국쯤 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州)의 살림살이는 2022년 사상 최대 흑자였다. 그곳에선 상위 1%가 낸 세금이 주 전체 소득세의 40∼50%를 차지한다. 초고소득자의 소득은 주식 시장과 실리콘밸리 빅테크들의 업황에 따라 크게 출렁인다. 미국 증시가 불장을 이어가면서 이들의 소득이 늘어 주정부 재정도 ‘잭팟’이 터졌다. 하지만 이듬해 곧바로 적자로 돌아섰다. 2024년도 적자였다. 2년간 난 재정 적자가 820억 달러였다. 이때 빈 곳간을 채우는 효자 노릇을 한 게 ‘레이니 데이 펀드(Rainy Day Fund)’였다. ‘비 오는 날을 위해 쌓아두는 돈’이라는 뜻을 지닌 이 펀드에서 49억 달러를 꺼내 썼다. 덕분에 유치원과 학교로 갈 지원금을 줄이지 않아도 됐다.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올 6월 레이니 데이 펀드 적립 한도를 2배로 늘릴 계획이다. 지금은 여러 해에 걸쳐 펀드에 적립해 온 돈이 그해 세수(稅收) 추정치의 10%까지 차버리면 비상금을 더 쌓고 싶어도 못 쌓는다. 그걸 20%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세수 풍년일 때 비상금을 더 쌓아두면 세수 펑크일 때 쓸 수 있는 ‘비상금 저수지’가 더 늘어난다. 현재 주정부는 주헌법 조항대로 매년 세수 추정치의 1.5%를 떼어내 절반은 부채를 갚고, 절반은 펀드에 넣고 있다.비상사태여야 쓰는 레이니 데이 펀드 한국 역시 반도체 산업 업황에 따라 세수가 들쑥날쑥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2024년은 세수 펑크였다. 반대로 올해는 반도체발 법인세, 소득세 급증으로 세수 풍년이다. 반도체 산업은 3∼5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을 반복해 왔다. 정부가 반도체 초과 세수로 만들기로 한 미래대응기금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하나는 미래를 위한 투자, 즉 ‘전략적 투자 플랫폼’이다. 다른 하나는 캘리포니아의 ‘비 오는 날 펀드’처럼 세수 펑크의 충격을 줄이는 것이다. 일단 내년에는 45조 원을 청년 지방 교육 등에 쓰고, 104조 원은 ‘재정 저수지’에 쌓을 계획이다. 그렇지만 레이니 데이 펀드와 미래대응기금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캘리포니아에선 주지사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주의회가 통과시켜야만 레이니 데이 펀드에서 비상금을 꺼내 쓸 수 있다. 비상사태도 재난이 발생했거나 세수로 예년 지출을 뒷받침하기 어려울 때 선언할 수 있다. 하지만 미래대응기금에는 비상금으로 작동하는 데 필요한 규칙들은 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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