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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프랑스 파리 에펠탑 앞에서 뜨거운 햇볕에 얼굴을 가리고 있는 여행객들 (사진=AFP) |
[이데일리 이민하 기자] 유럽 전역이 극단적 폭염에 직면하며 비상사태가 발생했다. 이상기후로 지중해 해수면 온도가 6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열돔’ 현상이 강화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프랑스 파리는 1900년 기록 시작 이래 두 번째로 더운 6월을 기록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아녜스 파니에 루나허 프랑스 생태부 장관은 “300명 이상이 치료받았으며, 두 명이 열사병으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프랑스 당국은 유럽 본토 96개 권역 중 16곳에 폭염 적색경보, 68곳에 주황색 경보를 발령했다. 파리 최고 기온은 6월 30일 35도에서 다음 날 38도로 급상승했다가 오늘(4일)은 29도로 소폭 하락한 상태다.
극심한 폭염으로 관광객 입장을 제한한 여행지도 있다. 프랑스 당국은 지난 1~2일 이틀간 에펠탑 관람객의 꼭대기 접근을 차단했다. 극심한 폭염 시 에펠탑의 철제 구조물 온도가 급격히 상승해 최대 약 20cm 휘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벨기에 브뤼셀의 관광 명소인 아토미움도 폭염을 이유로 같은 기간 관람객 입장을 제한했다.
프랑스는 기록적인 폭염 속 1350개 공립 학교가 전체 또는 부분 휴교하기로 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양대 산업 거점인 롬바디, 에밀리아로마냐에서 낮 12시 30분부터 4시까지 야외 근무를 금지했다. 이로써 이탈리아 내 야외 근무 금지 지역은 총 13곳으로 확대됐다.
폭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7월 1일 베르사유궁 정원에서는 심장 질환 병력이 없던 미국인 10대 소녀가 열사병 의심 증상을 보이며 심정지로 사망했다. 에밀리아로마냐 건축 현장에서는 47세 남성이 사망하고, 다른 현장에서는 노동자 2명이 쓰러져 한 명이 의식불명에 빠졌다. 프랑스 공중보건은 6월 23일부터 29일까지 탈수로 인한 응급실 방문이 전주 대비 17%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이번 폭염의 핵심 원인은 지중해 해수면 온도 상승이 원인으로 뽑힌다. 프랑스 기상청은 “지중해 해수면 온도가 6월 기준 역대 최고치인 26.04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991년~2020년 6월 평년 치보다 약 2도 높은 수치다. 코르시카, 리옹만, 스페인 동쪽 발레아레스 제도 인근에서도 평년보다 5도 이상 높은 수온이 측정됐다. 프랑스 기상청은 서유럽 상공에 장기간 정체한 고기압(열돔)과 뜨거워진 해수면 온도가 결합해 극단적 폭염을 유발했다고 분석했다. 프랑스 기상청과 국립과학연구원(CNRS) 소속 기후학자들은 “이례적이고 전무후무한 상황이다. 무섭다는 말도 부족하다”며 이번 폭염이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의 직접적 결과임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