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로 쓰러진 뒤 잠시 의식을 회복한 오선재 씨(30)는 눈을 감기 전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 가족과 친구에게 장기기증을 하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온 오 씨는 이후 7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2월 6일 조선대병원에서 오 씨가 심장과 폐, 간, 양측 신장, 양측 안구를 기증하고 눈을 감았다고 16일 밝혔다.
기증원에 따르면 오 씨는 1월 18일 식당에서 불의의 사고로 의식을 잃었다. 병원으로 이송된 오 씨는 뇌출혈 진단을 받고 수술실로 옮겨졌다. 수술을 마치고 잠시 의식을 회복한 오 씨는 어머니에게 “사랑해”라는 말을 남겼다. 이후 다시 상태가 악화됐고, 오 씨는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오 씨는 평소 친구들에게 장기기증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어머니인 최라윤 씨는 아들과의 생전 약속을 떠올리며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오 씨는 어머니에게 “그냥 세상을 떠나면 의미가 없으니, 삶의 마지막 순간에 다른 생명을 살리겠다”고 말했다.
오 씨의 어머니는 아들의 장기기증에 동의한 날 본인도 장기기증 희망 등록에 동참했다. 아들의 나눔 정신을 이어가기로 한 것이다.
오 씨는 전남 광양에서 2남 1녀 중 맏이로 태어났다. 다섯 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동생들와 함께 지냈다. 일에 지쳐 귀가한 어머니를 위해 식사를 준비하고 동생들을 살뜰히 챙겼다.오 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며 스스로 용돈을 벌었다. 배달, 화물차 운전, 보험설계사 등 다양한 일에 도전하며 성실히 살았다. 2024년 정직원으로 입사한 뒤에는 어머니에게 “이제 돈 버는 일만 남았으니 걱정 마라”며 “나중에 꼭 집도 사주겠다”라고 말했다.
활발한 성격을 지닌 오 씨는 친구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초등학생 때부터 오 씨와 친구로 지내온 위성준 씨는 “항상 모임 분위기를 이끌던 친구”라며 “빈자리가 너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평소 장기기증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했던 친구인 만큼 하늘나라에서도 장기기증한 것에 뿌듯해하고 자랑스러워할 것”이라고 했다.
어머니 최 씨는 아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면서 “너무 보고 싶다. 미안하다”며 오열했다. 친구 위 씨는 오 씨에게 “하늘나라에서 멋있게 살고 있어”라며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남은 가족 잘 보살피겠다”라고 약속했다.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이삼열 원장은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기증에 동의해 주신 유가족의 숭고한 뜻에 경의를 표한다”라며 “기증자가 남긴 고귀한 생명나눔의 가치가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정봉오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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