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여간 미국 증시를 뜨겁게 달군 빅테크 중심의 ‘매그니피센트 7(M7)’이 올해 실적 발표에서는 예상치에 부합하는 수준의 실적을 보고하며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인공지능(AI) 부문에 대한 기대로 주가가 폭등한 만큼, 탄탄한 수익으로 성장성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서 예측 가능한 수준의 실적은 오히려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다.
○약세 나타낸 M7 주가
10일(현지시간) 기준 M7 종목 중 아마존과 메타를 제외한 5개 종목은 모두 연초 이후 주가가 내리막을 걷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1.52%)와 알파벳(-1.27%)은 1%대 하락률을, 엔비디아(-3.43%), 애플(-6.64%), 테슬라(-7.53%)는 연초 이후 3~7%대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AI 개발과 함께 급등한 주가가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다. 월가에서는 작년 하반기부터 M7 종목의 급등을 경계하며 올해는 S&P500 종목 중 M7 7개 종목보다는 나머지 493개 종목이 더 나은 성과를 낼 것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날 미국 경제매체 CNBC는 “M7의 강세는 조금씩 약화하고 있다”며 “점점 더 높아지는 시장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투자자들은 중·소형주 위주의 다른 섹터로 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은 지난 30일 실적발표에서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아이폰 매출이 전년 대비 줄어들었다고 공개했다. 특히 중국 내 판매량이 1년 전보다 11.1% 감소했다. 지난 7일 실적을 발표한 아마존은 작년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보고했지만, 회사 측이 제시한 올해 1분기 실적 가이던스는 컨센서스를 하회하면서 주가가 내려갔다.
데이비드 코스틴 골드만삭스 미국 주식 전략가는 “엔비디아를 제외하고 M7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예상과 일치했는데, 이들 종목의 매출이 예상치를 초과하지 못한 것은 2022년 이후 처음”이라고 꼬집었다. 리사 샬렛 모건스탠리 웰스 매니지먼트 최고 투자책임자도 “M7의 이익 증가율이 둔화하고 있으며 이는 S&P500 중 나머지 493개 종목에서 기대되는 이익 증가율과 맞닿아있다”고 전했다.
○“밸류에이션 지나쳐”
딥시크 충격도 이들 종목의 주가 불안을 야기했다. 딥시크가 챗 GPT의 10분의 1도 안 되는 비용으로 챗 GPT에 맞먹는 AI 모델을 개발했다고 주장하면서 값비싼 엔비디아의 AI 칩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계심이 확산했다. 지난달 23일 주당 147.22달러에 마감한 엔비디아는 27일 118.42달러까지 주가가 19.5% 급락했다. 이후 주가는 회복해 이날 133.57달러에 마감했다.
CNBC에 따르면 시장 자금은 기술 섹터에서 금융, 부동산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최근 한 달 사이에 S&P500 섹터 중 금융업은 8.5%, 부동산은 7%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반면 기술주는 1.3% 오르는 것에 그쳤다.
아담 파커 트리바리에이트 리서치 창립자는 “M7의 밸류에이션이 대폭 높아졌기 때문에 지금은 투자자들이 M7 노출도를 줄이는 것을 고려할 신중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은 31배로, S&P500 평균 PER(22배)보다 높다.
또한 그는 “M7 그룹의 많은 자본 지출은 현재의 막대한 투자가 얼마나 큰 수익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의문을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4개 기업이 올해 AI 인프라 등에 투입하는 자본 지출 예정 규모는 총 3200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40% 증가했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