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으로 힘들 때 우연히 서점에 갔다가 100대 명산이란 책을 봤어요. 그때 ‘바로 이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100대 명산을 알고는 있었지만 오를 생각은 안 했거든요. 당시 맨발로 마라톤을 완주했고, 산도 타고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목표로 100대 명산을 맨발로 오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환골탈태하는 마음으로 산을 타자고 마음먹었죠. 힘든 일이 있을 땐 목표를 정해 놓고 정진하면 잘 견딜 수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떠오르거든요.”
2023년 5월 시작해 장마철과 겨울 약 4개월 빼고 1년 3개월 만에 명산을 중복해서 100회 올랐다. 중복하지 않으면 명산 83봉 완등. 박 씨는 “주로 주말에 산을 타는데 일정상 멀리 못 가게 되면 가까운 산에 다시 올랐다. 집(서울 서초구 방배동)과 가까운 관악산만 8번 올랐다”고 했다. 100번째 맨발 등정은 지난해 11월 지리산에서 했다. 그는 “대한민국 산 중 지리산이 가장 좋다. 자연 경관이 아름답고, 산세가 아주 깊다. 맑은 계곡과 울창한 숲은 마치 어머니 품속 같다”고 했다.
사실 맨발 산행은 2006년 처음 했다. 그는 “언젠가 등산하다 신발을 벗었는데 너무 상쾌하고 기분이 좋았다. 2006년 5월 울릉도 성인봉을 맨발로 올랐다. 그게 내 인생의 첫 맨발 100대 명산 완등이었다. 그때부터 산을 맨발로 달렸다. 하지만 맨발로 마라톤을 완주하지는 않았다”고 했다.2016년 처음 맨발로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 그는 “맨발로 아스팔트를 달릴 생각은 엄두도 내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달린다, 맨발로’(백우진 저) 등 각종 책에서 아스팔트를 뛰어도 된다고 해서 달렸다”고 했다. 그동안 마라톤 풀코스를 47회 완주했는데, 세 번을 맨발로 달렸다. 맨발 최고 기록은 4시간 52분이다.
2018년부터 맨발로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 대회에도 출전했다. 그는 “사람들은 발바닥이 아플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안 아프다. 맨발로 달리면 집중력이 높아진다. 뾰족한 곳을 피하기 위해서 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양이처럼 사뿐사뿐 달린다. 그러다 보니 운동량도 더 많다. 관절에도 무리가 없다”고 했다.
박 씨가 맨발로 산을 본격적으로 오른 뒤 몸이 또 달라졌다. 그는 “건강은 말할 것도 없고 외모가 달라졌다. 선크림을 바르지 않았는데 피부가 좋다. 피곤함도 덜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젊어졌다고 한다. 진짜 10년은 더 젊어진 기분이다”라며 웃었다. 맨발 맨땅 걷기는 접지(땅의 자유전자를 받아 활성산소가 중화되는 현상) 및 지압 효과 등으로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씨는 체계적으로 운동하고 있다. 화·목요일 새벽엔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서리풀공원에서 맨발로 10km를 달린다. 월·수·금요일엔 피트니스센터에서 근육운동을 2∼3시간 한다. 그리고 2분 전력 질주, 1분 조깅을 7∼8회 반복하는 인터벌 훈련을 주 2회 한다. 주말엔 맨발로 산을 오른다.박 씨가 맨발로 산을 오른다는 소식에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자는 제안이 왔다. 그는 “처음엔 ‘뭔 다큐멘터리’라고 했지만 산을 오르며 고민했다. 그리고 외국인들이 한국의 산을 타려고 매년 7만∼8만 명이 온다는데 K-마운틴을 홍보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맨발로 대한민국의 명산을 오르는 모습을 보면 전 세계 산악인들이 신기해하며 관심을 가질 것이란 생각이다.
“대한민국처럼 쉽게 산을 오를 수 있는 나라가 없어요. 아침에 전철 타고 북한산 관악산 청계산 오른 뒤 내려와서 서울 명동에서 쇼핑하고, 광장시장 같은 곳에서 다양한 음식에 술 한잔할 수 있는 곳…. 다른 나라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죠. 한국은 대부분 산이 도시 가까이 있어요. 외국인들이 한국의 산을 찾는 이유라고 합니다.”
박 씨는 8월부터 맨발로 100대 명산에 오르는 모습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 예정이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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