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정보 부족을 일부라도 해소하는 방법으로 후보들이 핵심 공직에 대한 인선 구상을 공개할 것을 제안한다. 국무총리,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대통령비서실장 등 이른바 ‘빅3’ 인선안이라도 본투표 전인 2일 밝힘으로써 6월 4일 시작될 새 정부의 국정 방향에 대한 유권자들의 판단을 돕자는 것이다.
우선 국정 2인자인 총리가 어떤 유형의 인물인지에 따라 집권 1기 내각의 성격을 가늠해 볼 수 있다. 0%대 성장률과 미국의 통상 압박 등 대내외 경제 위기를 극복할 경제사령탑은 어떤 경제관을 가졌는지,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하며 국정 전반과 인사 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비서실장은 누구인지 등에 따라 새 정부의 국정 운영이 어떻게 이뤄질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대선은 계엄과 탄핵, 사법 리스크, 후보 단일화 등 정치 이슈가 선거운동을 압도했다. 성장, 통합, 미래 등 몇몇 국정비전이 제시됐지만, 구체성은 떨어진 레토릭인 경우가 많았다. 나아가 정책이나 공약도 중요하지만 이를 어떤 사람들과 함께 실질적으로 구현할 것인지도 그 못지않게 더 중요하다. 국정 구상이나 추진 방식은 결국 대통령의 인사를 통해 드러날 수밖에 없다. 누구에게 일을 맡기는지가 대통령 국정의 요체인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2017년 인수위 기간 없이 취임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임기 첫날 국무총리와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대통령비서실장과 경호실장 내정자를 발표했는데, 이번엔 미리 공개해 평가를 받는 게 필요하다.미국은 대선 후보가 부통령을 러닝메이트로 삼아 함께 출마한다. 국정의 한 축을 미리 알림으로써 유권자에게 폭넓은 판단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다. 영국 캐나다 등 영연방 계열 내각제 국가에서 야당이 ‘섀도 캐비닛(예비 내각)’을 미리 짜놓는 것도 마찬가지다. 새 정부는 국정 혼란을 수습하고 국민적 에너지를 한데 모아 안팎의 경제와 안보 위기에 대처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 누구와 함께 국정을 이끌지를 공개하는 것은 유권자의 더 나은 선택을 돕는 길이 될 수 있다. 전례가 없다며 손사래 칠 일은 아니다. 그만큼 우리가 처한 위기 상황이 엄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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