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 승부처는 QPU용 소프트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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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터 상용화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핵심 연산 장치인 양자처리장치(QPU) 개발 경쟁이 본격화했다. 신약 개발과 물성 탐색 등을 중심으로 초기 상용화 가능성이 검증되기 시작하자 기업들은 단순한 규모 경쟁을 넘어 소프트웨어 확보 등 실효 연산 성능 강화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10월 구글이 105큐비트 양자컴퓨터 ‘윌로’로 슈퍼컴퓨터 대비 1만3000배 빠른 연산을 시연한 것은 상용화 가능성을 증명한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미국 증권시장 시가총액 1위 기업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 가속기를 장착한 슈퍼컴퓨터와 양자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플랫폼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양자컴 승부처는 QPU용 소프트웨어"

◇QPU-GPU 결합해 시장 공략

양자컴퓨터의 핵심인 QPU는 기존 GPU와 중앙처리장치(CPU)가 처리하기 어려운 양자역학 기반 계산을 수행할 수 있어 신약 개발, 신소재 탐색, 화학 시뮬레이션 등 분야에서 초기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GPU·NPU(신경망처리장치)는 행렬 연산 중심 구조로 인공지능(AI) 학습, 추론에는 뛰어나지만 분자 전자 구조나 화학 반응 경로처럼 양자 상태를 계산하는 문제에서는 한계를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양자컴퓨터 시장은 지난해 12억달러(약 1조7500억원)에서 2035년 95억5000만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칩 경쟁이 가속화하면서 플랫폼 경쟁도 본격화했다. 엔비디아는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나서 GPU와 양자 프로세서를 연결하는 ‘NVQ링크(Link)’를 선보이며 AI와 슈퍼컴퓨터, 양자 연산을 통합한 플랫폼을 제시했다. IBM은 지난해 120큐비트 칩 ‘나이트호크’를 공개하고 슈퍼컴퓨터와 QPU를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딥테크 스타트업의 참여 범위도 넓어졌다. 지난달 네덜란드 스타트업 퀀트웨어는 기존 장치 대비 처리 능력을 100배 이상 높인 1만 큐비트급 QPU ‘VIO-40K’를 공개했다. 네덜란드 델프트 공대 연구진이 세운 이 기업은 양자 프로세싱 과정에서 큐비트 오류 등 병목 현상을 3차원 아키텍처 칩으로 극복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후발주자 기회는 ‘소프트웨어’

양자 산업의 승부처가 플랫폼으로 이동하면서 한국이 경쟁력을 확보할 기회가 생겼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자 계산을 최적화하거나 슈퍼컴퓨터와 연동하는 알고리즘 수요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백한희 IBM 양자알고리즘센터 디렉터는 “이미 양자컴퓨터로 연간 수백 편의 논문이 나오고 있어 서비스 측면에서는 사실상 상용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100큐비트 수준의 하드웨어는 돈과 시간만 있으면 특별한 독자 기술 없이도 만들 수 있다”며 “앞으로는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 분야에서 기회가 훨씬 많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컴파일러가 상용화 경쟁의 핵심으로 꼽힌다. 양자 컴파일러는 양자 프로그램을 QPU용 언어로 바꾸는 일종의 ‘번역기’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다. IBM이 2023년 100큐비트급 시스템을 처음 가동했을 때 양자 프로그램을 컴파일링하는 데만 10~20시간이 걸려 상용화의 병목으로 지적됐다. 백 디렉터는 “글로벌 기업들도 이제 막 출발한 분야여서 한국이 뛰어들면 독자적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할 여지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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