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경쟁에 이공계 붐 오고 있다…의대 열풍, 유행으로 지나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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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근 고려아연 명예회장이 서울 청진동 그랑서울 집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솔 기자

최창근 고려아연 명예회장이 서울 청진동 그랑서울 집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솔 기자

희소금속 주권 확보가 인공지능(AI) 패권으로 연결되는 시대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등 AI를 떠받치는 인프라 수요가 늘면서 이곳에 들어가는 희소금속 수요가 함께 급증하고 있다. 희소금속은 텅스텐, 티타늄, 니오븀, 지르코늄 등과 백금족(팔라듐·이리듐 등), 희토류를 포함한 금속 35종을 말한다. 희토류는 네오디뮴, 디스프로슘, 이터븀, 이트륨, 프라세오디뮴 등 17개다.

국내 최대 희소금속 제련 기업 고려아연의 가치도 최근 몇 년 새 크게 상승했다. 중국에 맞서 희소금속 주권 확보를 추진하는 미국 정부의 전략적 투자를 받아 테네시주에 제련소도 새로 짓는다. 무너진 제조업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있는 미국에 들어설 1호 ‘K제련소’다.

고려아연은 아연과 납 제련 과정에서 나오는 안티모니, 비스무트, 인듐, 텔루륨 등 희소금속을 순도 99.99% 이상으로 뽑아내는 기술을 세계에서 유일하게 갖췄다. 미국이 고려아연을 주목한 이유도 이 기술 때문이다. TSL(top submerged lance)로 불리는 이 기술은 최창근 고려아연 명예회장이 최고경영자(CEO) 시절 개발을 주도했다. 최 회장은 고려아연을 ‘희소금속 빅테크’로 키워낸 오너 경영인으로 평가받는다. 최 회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공대 붐이 다시 올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며 “의대 선호 현상은 한때의 유행으로 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상장사 가운데 고려아연이 돋보입니다.

“미국에 제련소를 짓기로 결정하기 전 백악관에서 몇 명이 방문했습니다. 그쪽에서 우리와 반드시 합작하겠다고 하고 미 전쟁부(국방부)도 들어오면서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기로 한 겁니다.”

▷어떤 기술이 미국에 매력적이었을까요.

“세계에서 우리만큼 희소금속을 제련할 수 있는 회사는 없습니다. 아연, 연(납), 구리 세 기초 금속을 모두 생산하기 때문에 대부분 비철금속을 회수할 수 있거든요. 추출하는 금속이 15개 정도인데 앞으로 20개로 늘어날 것 같습니다.”

▷미 전쟁부에서 주목하는 안티모니도 그중 하나입니까.

“안티모니뿐 아니라 은도 생산량이 가장 많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웨이퍼 불순물을 없앨 때 고순도 황산이 필요한데 우리 회사 것을 가져다 쓰고 있습니다. 갈륨, 게르마늄 같은 화합물반도체 원소도 증산 계획에 들어 있습니다.”

▷미국에 신설하는 제련소에서 증산을 담당합니까.

“미 테네시 제련소의 주 종목이 게르마늄이 될 것입니다. 울산 온산 제련소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희토류 전부 회수가 가능한데 폐수가 워낙 많이 나와서 못 하고 있을 뿐입니다. 중국은 공해 문제에서 자유로우니 희토류 공급망을 장악한 겁니다. 중국이 그걸 무기화한다면 서방도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습니다.”

▷고려아연 경쟁력이 그 정도입니까.

“아연산업에 TC(처리수수료)라는 벤치마크가 있습니다. 내년에 살 물건의 값을 산출하는 포뮬러(수식)를 정하는 것인데 예전엔 일본 호주 캐나다 광산 기업이 모여 만들었습니다. 다른 국가 회사들은 더 비싸게 살 수밖에 없었죠. 지금은 이 벤치마크를 우리가 개발합니다. 벤치마크를 만든다는 건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한다는 것인데 이게 참 보람 있습니다.”

▷디스프로슘 같은 중희토류를 국내에서 전략적으로 더 생산할 수는 없습니까.

“한국은 환경 기준이 세계적으로 가장 까다로운 나라입니다. 미국, 일본보다 더 규제가 강합니다. 공무원이 너무 많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온산 제련소를 소개해 주십시오.

“한 번 왔다 간 사람은 규모에 놀라 팬이 됩니다. AI 무인 로봇을 도입했고, AI 로봇이 경비를 서며 계측기에 있는 숫자를 읽어 보고도 합니다. 미국에 지을 공장은 이보다 훨씬 최첨단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공장은 전기료가 문제라고 합니다.

“미국은 산업용 전기료가 한국의 3분의 1밖에 안 됩니다. 제련소에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전기값입니다. 항상 제일 걱정되는 부분이죠. 전기값이 오른다고 하면 회의를 많이 합니다. 어떻게 버틸 것인가….”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고 합니다.

“보다 못해 얼마 전 온산에 가스발전소를 따로 지었습니다. 한국전력의 산업용 전기를 쓰면 남는 게 없습니다. 반도체, 철강, 제련 같은 한국 주력 산업이 모두 전기를 많이 씁니다. 전력수급계획 전체를 손보지 않으면 산업의 미래가 없습니다.”

▷원가 관리가 더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제련업은 원료비가 원가의 70~80%에 달합니다. 원료를 어떻게 어디에서 사느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생사가 걸린 문제라고 할 수 있죠.”

▷TSL 기술은 어떻게 개발했습니까.

“원래 호주의 원천기술이었습니다. 상업적 백그라운드가 없었는데 우리가 사 와서 실용적으로 개량했습니다. 쓸 수 있게 하는 데만 몇 년이 걸렸습니다. 지금은 기술 수출까지 합니다. 그런데 진짜 중요한 기술은 특허를 안 내고 영업비밀로 합니다. 중국이 가장 노리는 기업이 우리 회사일 겁니다.”

▷기술 개발과 상업화는 차원이 다르다는 말입니까.

“아연 광석에 보통 아연이 3~4%, 적게는 0.1% 이하로 들어가 있습니다. 제련, 정련을 하고 나면 철이 많이 들어 있는 레지듀(부산물)가 나오는데 이걸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모든 제련소의 숙제입니다. 제가 TSL을 도입해 레지듀 양을 줄이고 희소금속 추출률을 높였습니다.”

▷미국 정부가 고려아연에 큰 기대를 할 것 같습니다.

“2000년 호주에 선메탈이란 아연 제련소가 생겼는데 이것이 서방 세계 최후의 제련소입니다. 중국에선 계속 생기는데 미국에선 만들어본 적이 없으니까요.”

▷인재가 중요할 텐데 어떻게 대우합니까.

“팀장이 받은 인사고과가 높으면 팀원에게도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제련이라는 게 어려운 사업입니다. 팀원 간 하모니(조화)가 있어야 하죠. 우리 회사는 복지도 잘돼 있습니다. 노사 관계도 마찰이 없는 편입니다. 30년 넘게 분규가 없었고.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과 지분 경쟁이 벌어졌을 때도 노조가 회사를 지지한다고 공개 선언할 정도니까요.”

▷MBK와의 갈등이 불편하지 않습니까.

“우리 회사가 여러 가지 변화를 많이 겪었는데 벌써 2년이 다 돼 갑니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회의도 많이 합니다. 한편으로는 반성도 합니다. 빨리 끝나야 본업에 더 전력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제 생각이 틀릴 수 있지만 MBK가 고려아연을 인수해서 경영할 능력은 없습니다. 제련이란 것이 하루이틀 노하우로 되는 게 아닙니다. 혹시라도 (MBK가) 중국 자본에 판다면 비극이죠.”

▷이공계 기피와 의대 선호 현상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크게 보면 한때의 유행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공계 붐이 오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모든 것이 지나치면 다시 돌아오는 것이 세상 원리 아닙니까. 시계추가 진자운동을 하는 것처럼 왔다 갔다 하는 것이죠. 우리 세대에선 서울대 공대가 입학 점수 커트라인이 의대보다 높았습니다. 의대 열풍이 지속되지는 않을 겁니다.”

▷자원공학을 전공한 계기가 있습니까.

“선친(최기호 창업자)이 ‘가업인 광산 개발 경쟁력을 높이려면 자원공학이 좋겠다’고 계속 말씀했는데 제가 세뇌가 된 거죠(웃음). 다시 공부하게 된다면 수리과학을 하고 싶습니다. AI 경쟁력이 거기서 나오더군요.”

▷모교인 서울대 자원공학과 지망생이 많지 않다고 합니다.

“앞으로는 스크랩 등을 처리하는 도시광산이 크게 융성할 것입니다. 아직 미개척 분야인데 비철금속 쪽이 유망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래 전략 사업은 무엇을 구상하고 있습니까.

“결국은 청정에너지인 수소 쪽으로 가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는데, 수소를 생산하려면 에너지가 많이 필요합니다. 수소에 관한 연구를 많이 하고 있는데 아직 실용화 단계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최창근 명예회장은…

△1947년 서울 출생
△1974년 서울대 자원공학과 졸업
△1977년 미국 콜로라도광산대 자원공학과 졸업
△1980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자원공학과 석사학위 취득
△1980년 한국동력자원연구소 자원경제실장
△1984년 서린상사 대표
△1994년 고려아연 부사장
△1996년 고려아연 사장
△2003년 고려아연 부회장
△2009년 고려아연 회장
△2023년~ 고려아연 명예회장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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