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필요 없고 이게 미래입니다." 구독자 280만명을 보유한 국내 최대 정보기술(IT) 유튜버 잇섭은 최근 스마트 안경 제품을 언박싱하며 이 같이 말했다.
돈 있어도 못 산다…잇섭도 혀 내두른 '품절 대란'
잇섭이 리뷰한 제품은 메타가 지난해 9월 메타플랫폼(이하 메타)이 미국에서 선보인 스마트 안경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메타 커넥트 2025'에서 공개한 이 제품은 안경 렌즈에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최초의 인공지능(AI) 기기다. 상대방이 하는 말이 안경 디스플레이에 자막으로 뜨는 실시간 번역 기능, 발표 내용을 띄워주는 텔레프롬프터 기능 등이 입소문을 타면서 799달러(약 116만원)라는 가격에도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잇섭도 제품을 구하기가 굉장히 어려웠다며 혀를 내둘렀다. 최근 미국 출장을 다녀오면서 힘들게 제품을 사 왔다는 그는 "메타가 공개하자마자 엄청나게 써보고 싶었지만 못 샀다"며 "현재 물량이 부족해 미국에만 판매되고 있다. 심지어 미국에서도 그냥 매장에 가서 바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라 무조건 '데모 체험'을 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잇섭의 말처럼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수요 폭주로 재고가 바닥나면서 메타가 글로벌 출시를 무기한 연기했기 때문. 메타는 전례 없는 수요와 한정된 재고 때문에 당초 올해 초로 예정됐던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로의 확대 계획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회사 측은 "해외 시장 출시를 재검토하는 동안 미국 내 주문 처리 완료에 계속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타버스' 지우고 '안경' 올인?…3000만대 증산 검토
수요가 예상을 뛰어넘자 메타는 파트너사 에실로룩소티카와 함께 생산 능력을 대폭 끌어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양사는 올해 말까지 생산 역량을 2000만대에서 최대 3000만대 이상으로 확대하는 논의에 착수했다. 2024년 판매량이 100만대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20~30배에 달하는 규모다.
업계에서는 메타의 사업 방향이 가상현실(VR)에서 차차 벗어나 증강현실(AR)과 스마트 안경 등 웨어러블 AI 쪽으로 굳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메타는 메타버스 관련 제품 전담 부서인 '리얼리티랩스' 인력을 10% 감축하면서도 스마트 안경을 개발하는 부서는 인력 감축 대상에서 제외하고 오히려 재배치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의 발언과도 궤를 같이한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휴대폰을 들고 주변 사물을 비추는 방식은 일상에서 최적이 아니다"라면서 “요리, 길 안내, 시각장애 지원 등은 핸즈프리 기기가 맞고 그 가장 명확한 형태가 안경"이라고 강조했다.
2030년이면 '12조' 시장…패권 누가 쥘까
메타의 독주를 막기 위한 후발주자들 추격도 매섭다. 구글은 자사의 생성형 AI 모델 제미나이를 탑재한 스마트 안경을 올해 중 선보일 계획이다. 구글은 10여년 전 '구글 글라스'를 출시했지만, 투박한 디자인과 사생활 침해 논란 등에 휩싸이며 2년 만에 단종한 뼈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이번에 구글은 "안경을 쓰면 초능력을 얻게 된다"(샤람 이자디 구글 안드로이드 XR 부사장)고 할 만큼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애플도 AI 안경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블룸버그는 "애플의 차세대 주력 제품은 스마트 안경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최소 두 종류의 스마트 안경을 개발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삼성전자 또한 국내 안경 브랜드 젠틀몬스터, 미국 아이웨어 업체 와비파커와 협업해 스마트 안경을 개발하고 있다. 챗GPT 개발사 오픈AI 역시 올해 하반기 공개할 하드웨어 기기로 스마트 안경이 유력하다는 평가에 힘이 실리고 있다.
중국의 알리바바 등도 무섭게 쫓아오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6'가 막을 내린 직후 보도에서 "약 60여개 스마트 안경 전시 업체의 대부분이 중국 브랜드였다"며 "중국 업체들이 CES에서 메타에 도전장을 내밀며 주목받았다"고 전했다. 지난해 1∼3분기 스마트 안경 출하량이 178만개를 넘었고 이 중 80% 가까이가 AI 안경이었다는 중국 현지 매체 보도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올해 세계 스마트 안경 출하량 규모를 2368만7000대 수준일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중국에서만 491만5000대가 출하될 것으로 내다봤다. 스마트 안경 시장은 앞으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스마트안경 출하량은 올해 1000만대를 넘어서고 2030년에는 3500만 대 수준에 이를 것으로 봤다. 그랜드 뷰 리서치는 2030년 시장 규모가 82억6000만달러(약 12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출하량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AI 스마트 안경은 차세대 하드웨어 주도권 경쟁의 핵심"이라며 "스마트폰을 대체할 만한 '킬러 콘텐츠'를 확보하는 기업이 시장 패권을 쥐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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