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스타인 스캔들 덮기? 트럼프, 킹 목사 암살기록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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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루서 킹 목사

마틴 루서 킹 목사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인권운동의 상징’ 마틴 루서 킹 목사(1929~1968)의 암살에 대한 연방수사국(FBI) 수사 기록을 21일 공개했다. 총 24만 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으로 1977년 법원 명령으로 봉인된 지 꼭 50년 만이다.

킹 목사 유족, 흑인 인권 운동가 알 샤프턴 목사 등은 고인의 사생활 침해 우려가 클 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 스캔들’에 대한 여론의 관심을 분산하기 위해 이번 공개를 단행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엡스타인 스캔들은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기소돼 2019년 수감 중 사망한 월가 부호 제프리 엡스타인이 작성한 ‘성접대 고객 리스트’에 트럼프 대통령이 포함돼 있다는 의혹이다.

공개를 관장한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이날 “우리의 임무는 이 중대하고 비극적인 사건에 대한 완전한 투명성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공개된 자료엔 암살 사건을 추적한 FBI 내부 보고서, 암살자로 지목된 제임스 얼 레이와 함께 음모를 논의했다고 진술한 전 감방 동료에 대한 정보 등이 포함됐다.

킹 목사는 1968년 4월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레이의 총격으로 숨졌다. 레이는 범행을 자백했다가 번복했고 1998년 옥중에서 사망했다. 그간 킹 목사의 유족들은 “레이의 단독 범행이라는 정부 발표를 믿지 않는다”며 FBI가 킹 목사를 감시해왔고 암살에도 연루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유세 과정에서 모두 암살된 킹 목사,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로버트 F. 케네디 전 법무장관의 기밀 기록을 공개하겠다고 공약했다. 올 1월 재집권 직후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올 3월 케네디 전 대통령, 4월에는 케네디 전 장관의 기록 일부를 공개했다.

다만 암살과 관련한 명확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앞선 두 차례의 공개와 마찬가지로 이날 공개된 문서에서도 암살 공모자 존재 여부 등에 대한 새로운 정보는 없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평했다.

킹 목사의 아들 마틴 루서 킹 3세(67)와 딸 버니스(62)는 성명을 내고 “아버지의 유산과 민권운동의 성취를 깎아내리려는 목적으로 이 문서들을 오용하는 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반발했다. 특히 버니스는 인스타그램에 아버지가 짜증을 내는 흑백 사진과 “엡스타인 파일을 공개하라”는 글도 올렸다. 샤프턴 목사 또한 “엡스타인 사태로 지지층의 신뢰를 잃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의 시선을 돌리려는 필사적인 시도”라며 “투명성이나 정의를 위한 결정이 아니다”라는 비판 성명을 냈다.트럼프 대통령은 20일 트루스소셜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수갑을 차고 수감되는 모습이 담긴 인공지능(AI) 조작 영상도 게시했다. 그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당시 자신의 선거 운동을 방해했다는 주장을 제기해 왔다. 역시 엡스타인 스캔들에 대한 관심을 잠재우려는 시도라고 뉴욕타임스(NYT)는 비판했다.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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