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힐랄의 클럽월드컵 돌풍...세계 축구의 중심 떠오른 사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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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5-07-04 오전 12:05:00

    수정 2025-07-04 오전 12:05:00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이래도 우리가 돈 때문에 사우디아라비아에 왔다고?”

미국에서 한창 진행 중인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서 사우디아라비아 클럽 알 힐랄의 ‘모래바람’이 매섭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힐랄 선수들이 클럽월드컵 16강전에서 ‘잉글랜드 거함’ 맨체스터 시티를 꺾은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AP PHOTO

막강한 오일머니로 무장한 알 힐랄은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캠핑 월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16강전에서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를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알 힐랄은 연장 120분 동안 난타전을 벌인 끝에 4-3으로 이기고 8강에 안착했다. 조별리그 H조에서 1승 2무로 2위를 차지했을 때만 해도 ‘운이 좋았다’고 평가절하됐다. 하지만 16강에서 맨시티라는 거함을 침몰시키면서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팀으로 인정받고 있다. 우승후보로도 거론된다.

알 힐랄은 세계 축구를 자신들의 품 안에 놓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가진 사우디아라비아의 ‘선봉장’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는 알힐랄을 비롯해 알나스르, 알이티하드, 알아흘리 등 주요 4개 클럽의 지분 75%를 확보한 뒤 아낌없이 돈을 쏟아부었다.

현재 알나스르에서 활약 중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를 비롯해 카림 벤제마(프랑스), 네이마르(브라질) 등 세계적인 스타들을 잇따라 영입하면서 리그 수준을 확 끌어올렸다. 잉글랜드 토트넘에서 활약 중인 한국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의 사우디 이적설도 끊이지 않는다.

알힐랄은 후벵 네베스(포르투갈), 은골로 캉테(프랑스), 칼리두 쿨리발리(세네갈), 주앙 칸셀루(포르투갈), 야신 부누(모로코) 등 유럽 빅리그에서 이름을 떨친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심지어 감독은 이탈리아 축구의 레전드 시모네 인자기다.

알힐랄에서 뛰는 스타 플레이어들은 어쩔 수 없이 ‘돈에 팔려온 선수’라는 낙인이 찍힌다. 그런 비난과 조롱이 오히려 선수들에게는 동기부여가 된다. 브라질 출신의 레프트백 헤낭 로디는 “사람들은 돈 때문에 사우디에 갔다고 우릴 폄하했지만, 우린 맨시티를 꺾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돈도 중요한 목적이지만 이들은 선수로서 여전히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한다. 미드필더 세르게이 밀린코비치-사비치(세르비아)는 “이적 과정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이젠 우리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결과가 말해준다”며 “사우디 리그가 강하고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사우디는 단순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돈만 퍼붓는 것이 아니다. 막대한 투자는 중계권 판매와 글로벌 마케팅으로 이어진다. 사우디축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사우디 리그의 해외 중계권 수입은 2021년에 비해 무려 10배 이상 올랐다.

이번 클럽 월드컵에서의 돌풍은 사우디 리그에 대한 더 높은 관심과 성장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사우디 리그는 경쟁력 있는 글로벌 축구시장의 큰 축이 됐음을 입증했다.

다만 일부에선 알힐랄처럼 해외 스타들로 채워진 사우디 리그에서 정작 자국 선수들은 외면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이날 맨시티전에 나선 알힐랄 베스트11 가운데 사우디 국적 선수는 단 2명 뿐이었다. 이번 성과를 사우디 축구의 발전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해외축구에 능통한 한 에이전트는 “외국인 선수에게 집중 투자 하다보니 사우디 선수들의 성장이 더뎌지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며 “사우디에선 축구를 산업과 투자로 보는 성향이 강하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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