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예금만 하는 바보가 있어?"…개미들 '150조' 풀베팅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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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지수가 장중 사상 처음으로 9000을 돌파한 1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문경덕 기자

코스피지수가 장중 사상 처음으로 9000을 돌파한 1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문경덕 기자

올해 들어 개인투자자 자금 150조원가량이 증시로 유입되면서 은행권 자금 이탈이 본격화하고 있다. 투자자예탁금과 자산관리계좌(CMA) 잔고, 신용융자 규모가 일제히 증가한 반면 은행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식예금(MMDA) 잔액은 급감했다. 증시 강세가 금융권 전반의 자금 흐름을 뒤흔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시로 몰린 150조원…예탁금·CMA·신용융자 '급증'

18일 금융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124조원으로, 지난해 말 87조원에서 37조원이나 증가했다. 지난 4일에는 139조원까지 치솟으며 140조원에 육박했다.

올해 주식 시장 직접 투자와 예탁금, 여유자금을 단기 보관하는 '파킹' 자금인 CMA 잔고 등 개인 자금 증가액은 150조원 안팎에 이른다. 지난 1월부터 이달 17일 개인 투자자들이 코스피에서 매입한 순매수는 102조원을 기록했다. 20조원을 순매도한 지난해와 대비되는 역대 최대 규모다.

CMA 잔고는 지난해 말 88조원에서 지난 16일에는 12조원이 늘어난 100조원에 달하고 있고, 예탁금 또한 올해 37조원 증가했다.

여기에 개인 투자자들이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서 투자하는 신용융자거래 잔고는 지난 16일 37조3000억원을 나타내며 올해에만 10조원이 증가했다. 예탁 자산이 10만원 이상이면서 최근 6개월간 한 차례 이상 거래가 이뤄진 주식 거래 활동 계좌는 올해 초 이미 1억 개를 넘어섰다.

예금서 증시로…은행권 덮친 머니무브

반면 은행 예금 감소는 뚜렷해지고 있다. 은행권의 대표적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과 MMDA가 증시로 빠르게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699조371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3년11개월 만에 700조원을 돌파한 지난달 말(714조6576억원)과 비교해 불과 2주 만에 15조2858억원(2.14%)이나 감소한 수치다.

특히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11일 기준 MMDA 잔액은 147조6966억원으로, 전월(157조6669억원) 대비 9조9703억원(6.32%) 급감했다.

올해 들어 꾸준히 증가세를 유지하던 요구불예금과 MMDA가 6월 들어 일제히 꺾인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코스피 변동성이 극대화된 이달 들어 시장 상황을 관망하던 대기성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대거 유입됐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요구불예금은 주식이나 부동산 등 투자처를 찾지 못해 일시적으로 예치해둔 자금 성격이 강해 시장 흐름에 따라 변동폭이 크다. 여기에 시중은행의 지난달 28일 기준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총 106조9909억원으로 100조원을 훌쩍 넘었다. 한 달 전보다 2조6496억원 급증한 규모다.

이 같은 신용대출 잔액의 증가 폭은 코스피가 3200선을 처음 돌파하며 당시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2021년 4월 이후 5년1개월 만에 가장 크다. 올해 들어서도 코스피가 급등세를 이어가면서 신용대출을 받아 주식 투자에 나서는 차주의 자금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500조원 규모의 퇴직연금도 은행과 보험에서 증권사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해 증권사 퇴직연금 수익률은 약 연 9.8%로 전체 업권 중 1위를 차지했다. 은행과 보험사 수익률의 약 2배에 달한다.

이에 퇴직연금 시장에서 은행과 보험사의 비중은 각각 1%포인트 줄어든 반면, 증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26.2%로 전년 대비 약 2%포인트 증가했다. 지난해의 경우 퇴직연금 계좌를 통한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액은 48조7000억원으로 2년 만에 5배로 급등하기도 했다.

은행권의 수신 고객 유치전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증시 변동성이 여전한 데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예고까지 더해지면서, 개인고객의 자금을 유치하기 열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은행들은 정기예금 금리를 선제적으로 인상하며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연 2%대가 주류였던 정기예금 금리는 최근 연 3%대로 올라섰으며, 일부 상품은 연 3%대 후반을 넘보고 있다. 현재 5대 시중은행 중에서는 우리은행의 ‘우리 첫거래우대 정기예금’이 연 3.30%로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

특히 은행권은 고객들이 시장 급변에 대응해 단기 자금 운용을 선호한다는 점에 착안해 '1년 미만 단기 상품'의 금리를 집중적으로 올리는 수신 전략을 펼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3월에 이어 5월 말에도 정기예금 금리를 구간별로 최대 0.15%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쏠편한 정기예금'의 경우 3개월 만기 상품은 연 2.70%에서 연 2.80%로, 6·9개월 만기는 연 2.70%에서 연 2.85%로 올려 각각 0.10%포인트, 0.15%포인트 금리 인상을 통해 단기 자금을 유인하고 있다. 반면 12개월 만기 상품은 연 2.85%에서 연 2.90%로 0.05%포인트 인상하는 데 그쳐 단기 상품의 인상 폭을 더 키웠다.

증시 활황 속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가 폭증하면서 주요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이 열흘 만에 1조6000억원 넘게 불어났다. 특히 마이너스통장 사용이 급증하며 증가세를 주도하자 은행들은 이번 주부터 한도 조정 등 자율 규제에 나섰다. 대출 수요가 몰리면서 금리도 치솟아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7%, 신용대출 금리 상단은 6%를 넘어 차주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사진은 14일 서울 시내 시중은행 ATM기기 모습. 2026.6.14/뉴스1

증시 활황 속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가 폭증하면서 주요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이 열흘 만에 1조6000억원 넘게 불어났다. 특히 마이너스통장 사용이 급증하며 증가세를 주도하자 은행들은 이번 주부터 한도 조정 등 자율 규제에 나섰다. 대출 수요가 몰리면서 금리도 치솟아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7%, 신용대출 금리 상단은 6%를 넘어 차주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사진은 14일 서울 시내 시중은행 ATM기기 모습. 2026.6.14/뉴스1

예금 유출 비상…은행들 금리 인상 릴레이

인터넷전문은행과 금리 인상 릴레이도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최근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0.20%포인트 인상해 연 3.40%로 올렸고, 6개월 만기도 연 3.20%로 0.10%포인트 인상했다.

저축은행들의 예금 금리는 연 4%대에 진입했다.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전날 기준 연 3.55%로 집계됐다.

평균 금리는 올해 들어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연 2.92%였던 평균 금리는 △2월 연 2.95% △3월 연 3.06% △4월 연 3.19% △5월 연 3.24%를 기록한 뒤 이달 들어 연 3.5%대로 올라섰다. 고금리 상품도 늘고 있다. 현재 판매 중인 정기예금 상품 311개 가운데 최고금리는 연 4.2%다. 우대금리를 포함해 연 4%를 넘는 상품은 32개로 집계됐다.

시장의 자금 이탈 속도가 빨라지면서 은행권 내부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최근 영업 현장에서도 고객 자금의 증시 유입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예금 이탈 추이를 면밀히 살펴보며 추가 금리 조정 등 다양한 대응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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