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김성수 기자]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힐하우스 인베스트먼트(이하 힐하우스)의 이지스자산운용 인수합병(M&A)은 무산됐지만, 이번 거래는 이지스자산운용에 뜻밖의 성과를 안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힐하우스가 제시한 기업가치가 1조1000억원에 달해 시장에서 이지스자산운용의 몸값이 다시 평가받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에서다. 향후 이지스자산운용이 전략적 투자를 유치하거나 추가적인 M&A 논의를 진행할 때에도 이는 중요한 기준점이 될 수 있다.
M&A 무산에도 기업가치 재평가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힐하우스의 이지스자산운용 경영권 인수는 최종 불발됐지만, 이지스자산운용 입장에서는 글로벌 투자자로부터 회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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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지스자산운용) |
힐하우스는 작년 12월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에서 기업가치를 약 1조1000억원으로 제시했다. 앞서 대신파이낸셜그룹이 지난 2023년 8월 이지스자산운용 지분 8.2%를 인수할 당시 평가받았던 기업가치 약 6000억원과 비교하면 2년여 만에 2배 가까이 높아진 것이다.
특히 힐하우스 내부에서는 1조1000억원이라는 가격도 충분히 매력적인 수준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판단에는 글로벌 실물자산 운용사들의 기업가치가 크게 높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대체투자 운용사 스타우드 캐피탈 그룹·식스 스트리트·SSW파트너스 컨소시엄(이하 컨소시엄)은 아시아 최대 실물자산 운용사 가운데 하나인 ESR그룹 리미티드(이하 ESR)를 지난 2024년 12월 552억홍콩달러(약 10조6398억원)에 인수했다.
컨소시엄은 홍콩 증권거래소의 주식 매각 절차를 통해 ESR을 비상장 회사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인수했으며, 미국의 다국적 명문 로펌 레이텀앤왓킨스가 이에 대해 자문을 제공했다.
홍콩에 본사를 둔 ESR은 한국·중국·일본·호주 등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에서 물류센터, 데이터센터, 유통시설 등을 개발·운용하는 플랫폼이다. 국내에서는 ESR켄달스퀘어를 통해 물류센터 개발과 리츠 사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ESR의 전신은 중국계 물류부동산 개발사 이샹(e-Shang)이다. 이샹은 지난 2016년 싱가포르 레드우드와 합병하면서 현재의 ESR그룹으로 출범했다.
ESR 사례 감안해도 '아직 저평가'
업계에서는 힐하우스가 이지스자산운용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배경에도 이 같은 경험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인수를 주도했던 조 개그넌 힐하우스 파트너는 글로벌 사모펀드 워버그 핀커스에서 약 15년간 아시아 부동산 투자부문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그는 워버그 핀커스 재직 시절 ESR의 전신인 이샹 설립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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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힐하우스 파트너이자 라바파트너스 공동 대표인 조 개그넌 (사진=힐하우스 홈페이지) |
조 개그넌은 힐하우스 파트너이자 라바 파트너스 공동 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라바 파트너스는 힐하우스가 지난 2020년 실물자산 투자 부문을 분사해 설립한 회사다. 조 개그넌은 이 회사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실물자산·부동산 투자 플랫폼 구축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는 힐하우스 합류 전 약 15년간(2005~2020년) 워버그 핀커스의 매니징 디렉터 및 파트너로 재직하며 아시아 부동산 투자부문을 이끌었다. 이어 2008~2012년까지 공동 대표, 2012~2020년까지 단독 대표를 맡아 다양한 부동산 플랫폼 투자를 주도했다.
그 전에는 GE 리얼에스테이트 도쿄에서 비즈니스 개발 매니저로 근무하며 한국 상업용부동산 시장에서의 투자 경험을 쌓았다. 이후 한국 시장과 네트워크를 지속하면서 투자 기회를 발굴해 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조 개그넌은 본인이 설립한 ESR이 10조원에 팔린 것을 힐하우스에 있으면서 보게 됐다"며 "이를 감안하면 이지스자산운용에 제시한 1조1000억원이 저렴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힐하우스의 이지스자산운용 M&A는 최종적으로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글로벌 투자자가 이지스자산운용에 1조원이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했다는 점 자체가 시장에 남긴 의미가 크다"며 "향후 전략적 투자 유치나 추가적인 M&A 논의에서도 중요한 기준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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