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내리기 싫어요"…딸아이 마음 훔친 5000만원車의 정체 [백수전의 '테슬람이 간다']

8 hours ago 3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 주차한 테슬라 새 모델Y(주니퍼). 지난달 국내 공식 출시했다. /백수전 기자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 주차한 테슬라 새 모델Y(주니퍼). 지난달 국내 공식 출시했다. /백수전 기자

“아빠, 이 차는 게임기 같아. 진짜 재미있어요.”

최근 국내 공식 출시한 새 모델Y를 시승하기 위해 지난달 1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테슬라코리아 본사를 찾았습니다.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Y는 테슬라의 간판 모델로 2023~2024년 2년 연속 글로벌 차량 판매량 1위를 달성했지요. 전 세계 누적 판매량은 350만대가 넘습니다.

새 모델Y는 2020년 첫 출시 후 5년 만에 성능 및 디자인이 대폭 업그레이드됐습니다. (이 차량은 팬들 사이에서 프로젝트명 ‘주니퍼’로 불리지만, 테슬라 내부에선 사용하지 않는 이름이라고 합니다) 새 모델이니만큼 세간의 관심이 큽니다. 지난 3월부터 전국 테슬라 스토어에서 전시를 시작했고 경기 하남과 부산 등에선 소비자들이 차량을 보기 위해 1시간가량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지난 3월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하남의 테슬라 스토어에 전시된 새 모델Y를 보기 위해 줄을 선 소비자들.

지난 3월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하남의 테슬라 스토어에 전시된 새 모델Y를 보기 위해 줄을 선 소비자들.

이번 주 한국경제 <테슬람이 간다>는 모델Y 주니퍼 시승기를 전합니다. 이틀간 서울 역삼~파주 임진각까지 총 250㎞를 달렸습니다. 참고로 기자는 지난 수년간 국내 출시한 테슬라 대부분 모델을 타봤습니다. (△2024년 4월 6일·13일 △2023년 7월 29일·8월 5일 △2023년 4월 29일·5월 6일 △2022년 7월 9일·16일 자 시승기 참조)

결론부터 얘기하면 새 모델Y는 가격 및 성능, 브랜드 이미지를 고려할 때 현시점 최고의 패밀리 전기차입니다. 소위 ‘아빠차’로 추천합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없지 않습니다. 새 모델Y를 운전하면서 느낀 장단점을 기사 두 편에 걸쳐 상세히 풀어봅니다.

테슬라 새 모델Y(주니퍼)의 뒷모습.  /백수전 기자

테슬라 새 모델Y(주니퍼)의 뒷모습. /백수전 기자

사이버트럭-사이버캡 디자인 계승

모델Y 시승차는 연초 테슬라가 한정판으로 내놓은 ‘런치(Launch) 시리즈’입니다. 사륜구동 롱레인지 트림에 20인치 휠 등 약간의 옵션을 추가했습니다. 이 트림은 현재 절판됐고 후륜구동(RWD)과 주행거리가 긴 롱레인지 트림만 주문할 수 있습니다. 모두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됐습니다.

가격은 △RWD 5299만원 △롱레인지 6314만원입니다. 2년 전 국내 출시한 중국산 모델Y RWD 대비 400만원 낮은 가격입니다. RWD 트림 기준 국고 보조금 188만원에 지자체 보조금을 더하면 실구매가 4800만~5000만원 수준입니다. 테슬라가 전기차 캐즘 및 보조금 축소에 대응해 가격 경쟁력을 강화했다는 분석입니다.

시승차는 울트라레드, 퀵실버, 글래셔블루 색상이 준비됐습니다. 세 가지 색의 차량을 한자리에서 보니 강렬한 빨간색이 눈에 들어옵니다. 붉은색은 테슬라의 상징색이기도 하지요. 찬찬히 차량을 살펴봅니다. 5년 만의 페이스리프트이니만큼 외관이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우선 사이버트럭을 연상하게 하는 일자형 헤드램프입니다. 새 모델3(프로젝트명 하이랜드)와 비슷한 전조등 디자인이 예상됐지만 좀 더 과감한 변화를 선택했습니다. 테슬라는 사이버트럭(2019년 공개), 사이버캡(2024년)에 이어 모델Y 전면부에 같은 디자인 코드를 적용했습니다. 2008년부터 테슬라 디자인을 총괄한 프란츠 폰 홀츠하우젠 수석 디자이너의 작품입니다.

테슬라 모델Y 주니퍼(왼쪽)와 모델3 하이랜드(오른쪽). 같은 울트라레드 색상이다. 전면부 디자인이 다르다. /백수전 기자

테슬라 모델Y 주니퍼(왼쪽)와 모델3 하이랜드(오른쪽). 같은 울트라레드 색상이다. 전면부 디자인이 다르다. /백수전 기자

넉넉한 실내 공간, 2명 차박 거뜬해

앞 범퍼엔 전방 카메라가 새롭게 추가됐습니다. 오토파일럿 및 스마트 차량 호출 기능을 향상할 목적입니다. 새 모델Y엔 총 8대의 외부 카메라가 달렸습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시스템은 카메라와 인공지능(AI)에 의존하는 비전 방식입니다. 십수억 마일의 고객 주행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켜 자율주행을 구현하려 합니다. 이에 초음파센서는 몇 년 전부터 모두 빠졌지요.

후면부도 크게 바뀌었습니다. 테슬라에 따르면 세계 최초로 일체형 간접 반사등이 적용됐습니다. 정차하거나 브레이크등을 밟으면 붉은색 조명이 바닥에 뿌려집니다. 이 효과가 상당히 멋스럽습니다. 실제 온라인에선 전면 디자인을 놓고 호불호가 갈리는 반면, 후면부는 호평이 쏟아지고 있지요.

후면부에 일체형 간접 반사등이 적용된 새 모델Y. /백수전 기자

후면부에 일체형 간접 반사등이 적용된 새 모델Y. /백수전 기자

실내는 테슬라 특유의 간결한 인테리어입니다. 고급스럽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모델3 하이랜드처럼 앰비언트 라이트가 새롭게 적용됐고 뒷좌석의 8인치 디스플레이가 눈에 띕니다. 각종 게임과 유튜브, 음악 등을 즐길 수 있습니다. 뒷좌석에 아이들을 태우는 아빠에겐 반가운 변화입니다. 앞좌석에 통풍시트가 새로 장착돼 쾌적합니다. 스피커 사운드는 뒷좌석이 더 풍성합니다. 롱레인지 기준 총 15개의 스피커가 탑재됐습니다.

SUV답게 공간이 넉넉합니다. 세단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생각보다 작은’ 모델3에 아쉬워하다 모델Y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지요. 탁 트인 글래스루프도 개방감을 더합니다. 버튼을 눌러 전동식 2열 시트를 접으면 트렁크까지 총 2130L를 적재할 수 있습니다. 성인 2명은 넉넉하게 차박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새 모델Y는 뒷좌석을 접으면 넉넉한 적재 공간이 나온다. 최대 2130L를 실을 수 있다. 초등학생 2명이 엎드려 있는 모습.  /백수전 기자

새 모델Y는 뒷좌석을 접으면 넉넉한 적재 공간이 나온다. 최대 2130L를 실을 수 있다. 초등학생 2명이 엎드려 있는 모습. /백수전 기자

되살아난 방향지시등 레버

이제 출발할 시간입니다. 두툼한 운전대 감촉이 든든합니다. 테슬라 차량엔 시동 버튼이 없습니다. 기어를 ‘D’로 놓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그만입니다. 주차 상태에서 브레이크를 밟으면 디스플레이 왼쪽에 전진과 후진 표시가 뜨고 휴대폰 화면을 터치로 밀어내듯 변경합니다. 새 모델S 때부터 도입된 방식이지만 좁은 주차 공간 등에선 여전히 불편합니다.

새 모델Y의 앞좌석. 운전대 왼편엔 모델3 하이랜드에선 빠졌던 방향지시등 조작 레버가 보인다. /백수전 기자

새 모델Y의 앞좌석. 운전대 왼편엔 모델3 하이랜드에선 빠졌던 방향지시등 조작 레버가 보인다. /백수전 기자

새 모델Y 뒷좌석엔 8인치 크기의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각종 게임, 유튜브, OTT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이들은 주행 중에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게임을 즐겼다. /백수전 기자

새 모델Y 뒷좌석엔 8인치 크기의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각종 게임, 유튜브, OTT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이들은 주행 중에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게임을 즐겼다. /백수전 기자

테슬라는 작년 새 모델3까지 기어와 좌우 방향지시등을 조작하는 운전대 양옆 레버를 모두 뺐지만, 새 모델Y에선 방향지시등 레버를 다시 살렸습니다. 운전자들의 불만을 반영한 듯합니다. 깜빡이보다 기어 레버를 살렸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향후 자동 주차 기능이 완벽해질 것이란 자신감일까요. (아직 100% 신뢰할 수 없다는 게 중론입니다.)

주니퍼가 서울 강남 도로 한복판에 나왔습니다. 디스플레이 화면에 배터리 98%라고 뜹니다. 모델Y 롱레인지는 LG에너지솔루션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했고 1회 충전 주행거리 476㎞로 국내 인증받았습니다. 상온에선 500㎞까지 달릴 수 있습니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장착된 RWD 트림은 400㎞입니다. 기존 모델보다 배터리 성능이 10% 이상 향상됐습니다. RWD와 롱레인지 가격 차가 1000만원인 걸 고려하면 RWD 트림의 가성비가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2편에 계속

▶‘테슬람이 간다’는
‘모빌리티 & AI 혁명’을 이끄는 혁신기업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빠르게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AI & 로봇 컴퍼니’로 전환하는 테슬라와 투자를 다룬 책 「테슬라 리부트」를 출간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