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를 버리면 돈도 같이 버리는 셈이죠.”
경기 성남시에 사는 김치훈씨(34)는 최근 플라스틱과 비닐을 모아 따로 챙기는 습관이 생겼다. 그대로 버리면 아무런 가치가 없지만, 성남시 ‘자원순환가게’에 가져가면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20일 오전 그는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한 자원순환가게로 향했다. 비닐봉투를 양손 가득 들고 온 이씨는 직원의 안내에 따라 유색 페트병과 비닐류를 분류하며 미리 집에서 깨끗이 세척해 온 재활용품을 무게 단위로 저울에 올렸다.
재활용품의 무게를 확인한 직원은 이씨에게 곧바로 포인트를 지급했다.
이씨는 “집에서 사용하는 유색 페트병과 비닐만 모아도 한 달에 커피값은 벌 수 있다”며 “이제는 버리면 손해라는 생각이 든다”며 미소지었다.
성남시가 운영 중인 ‘성남자원순환가게’가 적극적인 시민들의 참여 속에 순환 경제사회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성남자원순환가게는 전국 최초로 시민들이 재활용 가능한 자원을 깨끗하게 비우고, 헹구고, 분류한 뒤 가져가면 품목별 무게에 따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하는 제도다. 수거된 재활용품은 100% 재활용(recycling) 된다.
수거품목은 9종(플라스틱류 6종, 비닐류 1종, 캔류 2종)으로, 현재 총 21개소에 37명(기간제 12명, 자원순환관리사 25명)의 직원들이 배치돼 있다.
특히 시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 최근 배출량이 많고 자원순환 시 환경적 이익이 큰 플라스틱과 비닐의 보상금을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번에 1kg당 지급되는 보상금이 인상된 품목은 △무색 페트병(530원·30원 인상) △유색 페트병(PET·200원·90원 인상) △우유통, 껌통 등 하얀 플라스틱통류(PE·400원·50원 인상) △죽 등 배달 음식 포장 용기류(PP·400원·50원 인상) △비닐류(50원·40원 인상) 등 5가지다.
다만 △요거트 용기류(PS·250원) △케첩·마요네즈 통 등 혼합 플라스틱(OTHER·110원) △알류미늄캔(600원) △철캔(100원) 등 나머지 4개 품목의 보상금은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된다.
2019년 6월 첫 운영을 시작한 이후 올해 2월까지 성남자원순환가게를 통해 배출된 재활용품은 약 737톤으로, 이는 30년생 소나무 7877그루를 심은 것과 같은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가져왔다. 현재까지 시민들에게 지급된 보상금은 약 1억 8500만원에 달한다.
시는 올해 4월부터 양지동과 금곡동 일대에 자원순환가게 2개소를 추가로 설치한다는 방침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버리는 것에 익숙했던 플라스틱과 비닐이 다시 자원으로 순환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시민들의 작은 실천이 모여 순환경제 도시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거점 확대와 보상 강화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