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니와 ‘96라인’ 불화설 보도하는 사이[유상건의 라커룸 안과 밖]

1 week ago 15

취재진의 질문을 받는 한국 축구 대표팀 주장 손흥민. 뉴스1 유상건 상명대 스포츠ICT융합학과 교수 한국 축구가 수렁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의 실패 이후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이 사퇴한 지 100일이 훌쩍 지났다. 그러나 시스템을 바로잡고 새출발을 선언하리라 믿었던 시간은 행정 공백으로 남았고, 차기 회장 선거는 기약이 없다. 설상가상으로 국제축구연맹(FIFA)이 한국 정부의 축구협회 운영 개입 여부를 조사 중이라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조사 결과에 따라 대표팀의 국제대회 출전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 체제로 치른 9, 10월 A매치 4연전도 팬들에게 위로가 되지 못했다. 경기력보다 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건 자극적인 소음이었다. 1996년생으로 이른바 ‘96라인’으로 불리는 김민재, 황인범, 황희찬 3인방과 주장 손흥민 사이의 불화설이 언론을 도배했고, 최근에는 이강인의 소셜미디어 댓글창이 팬들 간의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급기야 축구협회는 “선수단 내부 불화를 기정사실화하거나 근거 없는 루머 유포를 자제해 달라”는 호소문까지 냈다. 한때 온 국민에게 자부심과 연대감을 안겨줬던 한국 축구의 재도약을 위한 건설적 논의는 좀처럼 찾기 힘들다. 공론장은 팬덤 싸움의 터전이 됐다.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를 옹호하기 위해 다른 선수를 깎아내리는 소모전이 난무한다.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불화설과 연령대별 갈등을 부추기는 주장 속에 한국 축구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묻히고 있다. 누구의 책임인가. 한국 축구사에는 훌륭한 선수들의 발자취만큼이나 묵직한 저널리즘의 전통이 존재해 왔다. 오랜 현장 취재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축구 행정의 맥을 짚고 권력을 견제하는 ‘A급’ 미디어가 분명 있다. 그러나 그 존재감은 희미하다. 오히려 공론장을 점령한 것은 현장 취재와 분석력이 그에 못 미치는 ‘B급’ 미디어를 넘어, 스스로 취재할 능력도 의지도 없이 온라인 커뮤니티의 ‘뇌피셜’과 악성 댓글을 그대로 긁어모으는 이른바 ‘사이버 렉카’ 미디어다. 언론학의 고전 이론에 따르면 미디어는 대중이 어떤 문제에 주목할지 결정하는 힘을 갖는다. 지금 스포츠 저널리즘이 형성해야 할 의제는 명확하다. 축구협회의 거버넌스를 어떻게 다시 구축할 것인가, 대표팀 내부 문제의 정확한 원인은 무엇이고 리더십은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 그러나 유명인들의 가십을 전하는 듯한 현 ‘게시판 미디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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