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싸가지 없는 게." "몰랐는데, 너 인간 이하구나." 한 공기업 내 휴게실에서 A씨는 직속 부하 직원을 향해 이 같은 폭언을 쏟아냈다. 부하 직원들은 그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다.
부하 직원들에 "싸가지 없다"…업무 떠넘기기도
A씨는 부하 직원들에게 '싸가지 없다'는 표현을 주로 사용했다. 또 예산 편성 업무 등에 관한 상사 지시를 불응해 결과적으로 부하 직원이 이를 모두 떠안게 만들기도 했다. 별도의 예산 업무도 상사와의 마찰을 이유로 이행하지 않으면서 입사 2개월밖에 되지 않은 다른 대리급 부하 직원이 맡게 됐다.
A씨는 예산 업무를 떠안게 된 직원이 이를 거부하자 "예산 업무를 안 한다고 하니 패널티로 서무 업무를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통상 팀내 신입사원이 맡던 일을 보복성으로 맡도록 한 것이다.
동료 직원들 진술을 종합하면 업무를 떠안은 부하 직원들이 초과근무로 힘들어 한 반면, A씨는 업무시간에도 유튜브를 보거나 영어공부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결국 해임됐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제기한 것.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모두 정당한 해고라고 판정했다.
법원까지 간 부당해고 분쟁…"유튜브 시청 등 태만"
A씨는 법원으로 향했다. 대전지방법원 제3행정부(재판장 최병준)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해고가 정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고의 (폭언) 행위는 부하 직원에게 모욕감을 주기 충분하고 업무의 적정범위를 넘어 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로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설명했다.
업무 전가와 관련해선 "업무분장표상 부하 직원과 공동으로 분장하는 예산업무나 추경예산 편성 업무 등에 관해 상사의 지시에 불응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이 업무가 부하 직원에게 부당하게 전가된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에 따라 입사한 지 2개월 된 부하 직원에게 예산업무가 일부분 분장된 것으로 보이는 등 고의적으로 업무를 회피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업무태만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수의 참고인들은 부하 직원이 과도한 업무와 초과근무로 힘들어 했는데 A씨는 업무시간 중에도 유튜브를 보거나 영어공부를 하면서 근무를 태만히 했다고 진술했다"고 꼬집었다.
'괴롭힘 무관용' 규정으로 표창 이력도 '무쓸모'
이번 사건에선 '직장 내 괴롭힘 무관용 원칙'이 내부 규정에 있을 경우 포창받은 이력이 있더라도 징계 수위를 감경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도 나왔다.
실제로 이 기관 규정 중엔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에 따라 징계한다'는 조항이 있다. 일반적으로 대다수 사업장은 표창받은 구성원의 징계 수위를 감경할 수 있는 규정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내부 규정에 무관용 원칙 조항을 둔 만큼 A씨가 표창을 받은 사례가 있다고 해서 징계 수위를 감경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A씨는 표창을 받은 전적이 있어 징계가 감경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선 무관용의 원칙으로 징계한다는 규정이 있고 A씨가 이를 모를 수 없는 지위에 있어 감경이 필요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판결은 양측 모두 항소하지 않으면서 그대로 확정됐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