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11일·노무현은 14일
尹 평의기간 38일 ‘역대최장’
문형배·이미선 퇴임 전 선고
8명중 6명 인용하면 尹 파면
與野, 6월3일 대선향해 질주
기각·각하땐 즉시 직무 복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장기간 심리해온 헌법재판소가 마침내 오는 4일 탄핵심판 선고를 내린다고 공지했다. 지난해 12월 14일 윤 대통령 탄핵 사건이 헌재에 접수된 지 111일 만에 정권의 운명을 가를 결정이 내려지는 셈이다. 역대 대통령 탄핵심판 중 최장 기간 심리를 마친 이번 사건의 결과에 따라 정치 지형은 그야말로 ‘지각변동’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당초 법조계에서는 11일 선고를 점치는 관측도 많았다. 지난 2월 25일 변론 종결 이후 한 달이 넘도록 선고기일을 잡지 못하면서 사실관계와 주요 쟁점 등을 두고 헌법재판관들이 의견을 조율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게 제기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숙의가 길어지면 문형배 헌재 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하는 오는 18일까지도 선고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헌재가 4일을 선고기일로 지정한 만큼 재판관들이 어느 정도 의견 취합을 끝낸 것으로 보인다. 개별 재판관이 각자 의견을 개진한 후 탄핵 인용 또는 기각 여부를 결정할 평결을 거쳐야 최종 결정이 내려지지만 4일에 선고할 수 있을 만큼 쟁점에 대한 판단은 끝났고 내부 의견도 한쪽으로 정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재판관들은 4일 선고 직전 평결을 진행하고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에서는 8대0 만장일치 인용부터 6대2 인용, 5대3 기각, 4대4 기각, 심지어 각하까지 다양한 전망이 있다. 윤 대통령의 운명을 가를 주요 쟁점은 △12·3 비상계엄 선포 절차 △국회의 정치활동 등을 금지한 포고령 1호 △군경을 동원한 국회 장악 시도 △군을 동원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 △정치인·법조인 등 주요 인사에 대한 체포 지시 등이다.
청구인인 국회 측은 이들 5가지 쟁점 모두 중대한 위헌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윤 대통령 측은 야당의 입법 폭주와 무차별적인 예산 삭감, 탄핵소추 남발 등으로 사실상 국가비상사태였고 야당의 폭거를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경고성 계엄’이었다고 맞섰다.
헌법재판관 8명 중 6명이 헌재가 비상계엄 의 핵심으로 꼽히는 주요 쟁점 5가지 중 1개라도 중대한 법 위반이라고 판단하면 윤 대통령은 파면되고 즉시 직무에서 배제된다. 반대로 탄핵 청구가 기각·각하되면 윤 대통령은 바로 직무에 복귀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파면될 경우 정치권은 곧바로 대선 정국으로 돌입할 전망이다.
헌법 68조 2항은 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대통령 당선인이 사망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60일의 선거기간을 충분히 보장한다는 전제 하에 선거일은 6월 3일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미 여야에서는 탄핵 가능성에 대해 저울질한 뒤 대권 잠룡들이 몸을 풀고 있는 상황이다.
야권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범진보 후보 중에서는 독보적으로 앞서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차기 대통령 적합도에서 유일하게 30%대 지지를 받으며 1위를 지키고 있다.
이 밖에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 이른바 비이재명계 후보들도 당내 경선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서는 뚜렷한 절대강자 없이 각축전이 예상된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등 이른바 빅4 후보들이 경선에서 치열한 경쟁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나 유승민 전 의원 등도 경선 출마가 점쳐진다.
여야 모두 한 달 이내 당내 경선을 통해 대선 후보를 선출하고 양당 후보가 결정되면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펼쳐질 예정이다.
60일 동안 정부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며 공정한 선거 관리와 안정 유지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헌재가 기각이나 각하 결정을 내릴 경우 윤 대통령은 곧바로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
복귀 시 윤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 마찰 해결에 힘을 쏟는 등 국내 정치보다는 외교 행보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일부 장관급 공백을 메우는 인사 조치도 예상된다. 이후에는 약속한 대로 개헌 작업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윤 대통령은 헌재 최후 변론에서 “대통령은 대외 관계에 치중하고, 국내 문제는 총리에게 권한을 대폭 넘길 생각”이라며 “잔여 임기에 연연해하지 않고 개헌과 정치개혁을 마지막 사명으로 생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복귀할 경우 야당과 극한 대결이 이어지며 야권을 중심으로 하야 요구와 특별검사 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오든 정치·사회적 혼란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탄핵 찬반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적지 않은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치권 원로들은 한목소리로 더 이상의 혼란을 막기 위해 승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헌재 선고 결과가 나오자마자 각 당이 승복한다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면서 “안 그러면 나라도 아니게 된다”고 했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도 “리더들이 민주주의를 존중해야 한다”며 “설사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국민도 민주공화국 국민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간곡히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