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가 ‘숙적’ 얀니크 신네르(이탈리아)를 꺾고 테니스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US오픈(우승상금 500만달러, 총상금 9000만달러)에서 우승했다. 알카라스는 앞서 윔블던대회에서 당한 패배를 설욕하며 신네르가 1년간 지키던 세계랭킹 1위 자리까지 탈환했다.
◇알카라스·신네르 ‘빅2 시대’
알카라스는 8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빌리진킹내셔널테니스센터에서 열린 US오픈 남자 단식 결승에서 신네르를 3-1(6-3 3-6 6-1 6-4)로 눌렀다. 2022년 이 대회 우승 이후 3년 만에 챔피언에 복귀하며 자신의 메이저 대회 통산 우승도 6회로 늘렸다.
작년부터 남자 테니스는 알카라스와 신네르의 ‘양강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2년간 열린 여덟 번의 메이저 대회를 두 선수가 싹쓸이했다. 알카라스는 지난해 프랑스오픈과 윔블던, 올해 프랑스오픈과 이번 US오픈을 따냈고 신네르는 지난해 호주오픈과 US오픈, 올해 호주오픈과 윔블던에서 남자 단식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년간 여덟 개 메이저대회를 두 선수가 나눠 가진 것은 2006~2007년의 라파엘 나달(2회, 스페인)과 로저 페더러(6회, 스위스)가 마지막이었다.
나달, 페더러, 노바크 조코비치의 ‘빅3’는 알카라스와 신네르의 ‘빅2’로 완벽하게 대체됐다. 나달과 페더러는 은퇴했고 남아있는 현역 조코비치는 이번 대회 4강에서 알카라스에게 패배했다. 그는 경기장을 떠나며 “알카라스와 신네르를 뛰어넘는 것이 힘들다. 그들은 너무 강하다”고 새 시대가 열렸음을 인정하기도 했다.
이날 경기에서 알카라스는 파워를 앞세운 과감한 공격으로 일찌감치 치고 나갔다. 신네르가 빈틈없는 플레이로 재빠르게 추격하며 두 번째 세트를 따내긴 했지만 4세트에서 일찌감치 알카라스가 승기를 잡았다. 알카라스는 서브에이스와 강력한 포핸드로 신네르를 몰아붙였고 한번의 듀스 끝에 서브에이스로 챔피언십 포인트를 따냈다. 우승이 확정되자 알카라스는 라켓으로 스윙하는 ‘골프 세리머니’로 기쁨을 만끽했다. 골프광인 그는 이 대회를 앞두고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만났고, 매 경기 우승 직후 골프 세리머니로 팬심을 표시했다. 그는 조만간 스페인 골프스타 세르히오 가르시아와 라운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보다 더 자주 보는 내 라이벌”
치열한 승부를 펼친 알카라스와 신네르는 뜨거운 스포츠맨십으로 테니스팬들의 찬사를 받았다. 시상식에서 알카라스는 “신네르를 가족보다 더 자주 본다”며 “코트, 라커룸, 모든 것을 공유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신네르 역시 알카라스의 경기력에 존경을 표시했다. 그는 “나도 최선을 다했지만 모든 면에서 알카라스가 더 잘했다”고 말했다.
이번 우승으로 알카라스는 신네르와의 통산 상대 전적에서 10승5패, 메이저대회 4승2패로 앞서나갔다. 두 선수의 세계랭킹 포인트는 760점 차이, 신네르와 3위 알렉산더 즈레벨프(독일)는 4850점이나 벌어져 있다.
이제 테니스팬들의 눈길은 알카라스와 신네르 중 누가 먼저 커리어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지로 향하고 있다. 4대 메이저대회 가운데 알카라스는 호주오픈을, 신네르는 프랑스오픈을 정복하지 못했다.
이날 경기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깜짝 방문했다. 그는 롤렉스의 기업 스위트룸 손님으로 참석했다. 대통령의 등장으로 경기장 안팎 보안조치가 강화되면서 경기는 30분 늦게 시작됐고 경기 중 대형 화면에 잡힌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에 관중은 환호와 야유가 섞인 반응을 보였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