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독자가 책을 남들보다 먼저 받아보는 일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번쯤은 이분들께 책을 가장 먼저 선물해드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출판사 무제를 운영하는 배우 박정민은 17일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김금희 작가의 신작 소설 <첫 여름, 완주> 북토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소설은 출판사 무제의 ‘듣는 소설 프로젝트’ 첫 번째 작품이다. 독서에서 소외된 시각장애인을 위해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기획 단계부터 오디오북을 고려해 제작됐다. 오디오북은 지난 4일 국립장애인도서관과 여러 기관의 시각장애인 도서관에 기증돼 장애인 독자들에게 먼저 선보였다. 오는 28일에는 오디오북 플랫폼 윌라에 정식으로 공개되고, 30일에 종이책도 출간될 예정이다.
박 대표는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에 대해 "출판사 무제의 첫 책 <살리는 일>이 출간될 즈음 저희 아버지께서 시력을 잃으셨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께 책을 선물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다가 '듣는 소설'을 기획하게 됐다"며 "아버지같이 시력이 좋지 않아 독서와 가장 멀리 떨어져 계신 분들을 위해 오디오북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첫 여름, 완주>는 직업이 성우인 주인공 손열매가 과거 친했던 언니에게 사기를 당하고, 돈을 받아내기 위해 언니의 고향을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 과정에서 인물이 성장하는 모습을 담았다.
저자 김금희는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경애의 마음>, <복자에게>, <대온실 수리 보고서>, <오직 한 사람의 차지>, <너무 한낮의 연애> 등 작품을 펴냈다. 젊은 작가상 대상, 신동엽 문학상, 현대문학상, 김승옥 문학상 대상 등 한국문학 주요 상을 받았다.
오디오북은 박정민 대표가 직접 모은 배우들의 재능 기부로 완성됐다. 고민시, 김도훈, 염정아, 최양락, 김의성, 박준면, 류현경 등 배우들이 참여했다.
오디오북은 실제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한 편의 라디오 드라마처럼 구성됐다. 오디오북 제작을 염두에 둬 다른 소설보다 대사가 많이 담겼고 효과음도 디테일하게 표현했다. 싱어송라이터 윤마치와 구름이 음악과 OST도 만들었다. 박 대표는 "날카로운 바람 소리를 만들기 위해 베드민턴 채를 휘두르는 등 생생한 소리를 만들기 위해 엉뚱한 방법을 쓰기도 했다"며 "소설 속 김금희 작가가 묘사한 심상을 최대한 표현하기 위해 사운드 엔지니어들과 큰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듣는 소설’ 프로젝트는 <첫 여름, 완주> 이후에도 꾸준히 작품을 출간할 계획이다. 박정민은 "현재 두 번째, 세 번째 작가까지 계약이 돼 있다"며 "처음 도전하는 오디오북이라 시행착오도 많았는데 더 좋은 작품으로 장애인 독서문화 개선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구교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