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 수장'이자 현직 가수인 박진영이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함께 대통령 직속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발탁됐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로,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수장으로 거침없는 도전과 시도를 이어온 그가 업계의 목소리를 대표하며 또 한 번 K팝 신에 유의미한 발전을 가져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9일 브리핑에서 "박진영 JYP 대표는 한국을 대표하는 가수 중 한 명으로 K팝 세계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며 "전 세계인들이 우리 대중문화를 더 많이 즐기고 우리 역시 외국의 다양한 문화를 접하면서 문화를 꽃피우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1994년 데뷔한 박진영은 독보적인 음악 스타일과 과감한 안무, 파격적인 스타일링 등으로 1990년대를 휩쓸었다. 댄스가수로 독보적인 활동을 이어왔던 그는 1997년 JYP의 전신인 태홍기획을 설립했다. 당시 25세의 젊은 나이였다. 가수 진주를 시작으로 박지윤, 그룹 god 등을 성공시키며 프로듀서로 본격 발돋움한 그는 2001년 사명을 자신의 이름을 딴 JYP로 바꿨다.
JYP는 지금의 K팝이 있기까지 한국 대중음악 역사에 다채로운 색깔을 입힌 주역이다. 그룹 원더걸스에 이어 2PM·2AM, 미쓰에이, 트와이스를 잇달아 성공시키며 '아이돌 명가'로 자리매김했다. 임정희, 지소울, 백아연, 백예린, 제이미 등 대표 보컬리스트들도 소속 가수로 활동했었다.
과거의 명성에만 그치지 않는다. 현재 데이식스, 스트레이 키즈가 데뷔 이래 최고의 인기를 구가 중이며, 트와이스는 데뷔 11년 차에도 일본·미국 등 해외에서 성장세를 이어가 'K팝 아이돌 장수의 본보기'로 꼽힌다.
특히 K팝 글로벌 진출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박진영의 도전정신이다. 박진영은 가수 비를 통해 미국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엿본 후 임정희, 지소울, 그룹 미쓰에이 출신 민, 원더걸스 등 소속 가수들의 미국 진출을 거듭 도모해왔다. 과거 민과 백예린, 지소울을 일찌감치 미국으로 유학 보낸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팝 시장의 벽은 높았다. 지속적으로 문을 두드린 끝에 반응이 오기 시작한 것은 원더걸스 때부터였다. 원더걸스는 2009년 '노바디'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 76위에 이름을 올렸다. 박진영이 미국에서 원더걸스를 홍보하기 위해 전단지를 돌렸다는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물론 국내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원더걸스를 데리고 미국으로 향했을 당시 불신의 눈초리가 거셌다.
하지만 멀게만 느껴졌던 미국 진출의 꿈은 이제 현실이 됐다.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트와이스, 스트레이 키즈 등 다양한 팀이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호성적을 내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JYP 소속인 스트레이 키즈는 방찬·창빈·한으로 구성된 팀 내 프로듀싱 팀 쓰리라차(3RACHA)가 직접 음악을 만든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최근 미국 빌보드의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7개 앨범 연속으로 1위를 차지하며 'K팝 그룹 최초'의 기록을 쓰기도 했다.
박진영의 도전정신은 '가수 박진영'에게도 적용됐다. 과거 비닐 바지를 입고 공연해 과하게 선정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그의 행보는 어느덧 '시대의 아이콘'이 됐다. 지난 7월 그는 분홍색 시스루 홀터넥에 비닐 바지를 입고 '워터밤' 무대에 올랐다. 가요계 동료이자 후배들의 의견을 반영한 의상 콘셉트였다.
지난해에는 데뷔 30주년을 맞아 진행한 KBS 특집 대기획에서 노개런티로 1500명 관객 앞에서 무려 29곡을 열창해 화제가 됐다. 자신이 직접 발굴하고 제작했던 후배 가수들과도 무대를 함께 꾸며 가요계에 좋은 귀감이 됐었다. 박진영을 나타내는 '딴따라'라는 말 앞에는 이제 '영원한'이라는 수식이 붙었다.
이날 인선 발표 이후 박진영은 "정부 일을 맡는다는 게 엔터테인먼트 업계 종사자로서는 여러 면에서 너무나 부담스럽고 걱정스러운 일이라 많이 고민했지만, 지금 K팝이 너무나도 특별한 기회를 맞이했고, 이 기회를 꼭 잘 살려야만 한다는 생각에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2003년 무작정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음반사들에 가수들의 홍보자료를 돌리던 때와 2009년 원더걸스가 한국 가수 처음으로 빌보드 '핫 100' 차트에 진입했을 때를 떠올린 그는 "지금 이 순간도 제 꿈은 똑같다. K팝이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현장에서 일하면서 제도적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을 잘 정리해서 실효적인 지원이 갈 수 있도록 하고, 또 후배 아티스트들이 더 좋은 기회를 많이 얻을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