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시설 리모델링’이 10년 이상 된 아파트 단지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수영장과 사우나는 물론 음악연주실, 볼링장까지 갖춘 새 아파트와 비교되는 부분이 커뮤니티 시설이기 때문이다. 오래된 커뮤니티 시설을 재단장해 입주민 만족도를 올리고 집값도 높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수십억원에 달하는 비용 마련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골프·피트니스 등 최신식 시설로
지난달 24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는 송파구에서 커뮤니티 시설 확장 허가를 받았다. 작고 낡은 공용 건물(759㎡)을 2086㎡로 늘릴 예정이다. 5563가구 대단지인데도 2008년 커뮤니티 시설 없이 준공했다. 빈 곳을 커뮤니티 시설로 전환해 쓰고 있지만 요가나 줌바, 꽃꽂이, 영화회화 등 강좌 위주로 운영한다.
지난해 입주민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 커뮤니티 증축을 추진했다. 피트니스 센터, 골프연습장, 그룹운동(GX)룸, 카페, 도서관 겸 회의실을 들일 계획이다. 비용 약 45억원은 장기수선충당금에서 꺼내 쓴다. 인근 ‘잠실엘스’와 ‘트리지움’도 커뮤니티 센터가 없어 앞으로 리센츠 매매가 상승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초구 ‘서초 롯데캐슬 클래식’(2006년 준공)도 커뮤니티 시설을 재단장하고 있다. 피트니스 센터와 골프연습장이 있지만 너무 오래된 탓이다. 스크린 골프 등을 최신 시설로 바꾸고 GX룸과 북카페를 만든다. 마포구 ‘공덕자이’(2015년)는 올해 편백 원목과 핀란드산 발열기를 쓴 건식 사우나를 욕탕에 새로 들이고, 탈의실·피트니스 등을 전면 개보수한다. 그냥 천을 대고 치던 골프연습장은 스크린 골프로 바꿀 예정이다.
인천 연수구 ‘송도 더샵 퍼스트월드’(2009년)는 작년 6억3000만원을 들여 커뮤니티 시설을 대대적으로 보강했다. 연회장으로 쓰던 64층 공간을 스카이라운지로 바꾸고, 피트니스 시설을 새로 마련했다. 경기 광명시 ‘철산 래미안 자이’(2009년)도 작년 12억원을 들여 커뮤니티 시설을 전면 리모델링했다. 최신식 골프연습장, 피트니스 시설, GX룸, 사우나, 카페, 독서실 등이다.
◇고칠 곳 많은데…비용이 문제
커뮤니티 고급화 경쟁은 최근 몇 년 새 치열해지고 있다. 다른 단지와 차별화할 수 있는 요소로 조경이나 커뮤니티 시설이 대표적이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의 ‘부동산 트렌드 2024’에 따르면 ‘임대료나 관리비가 다소 비싸더라도 편의시설·주차 등이 편리한 집에서 살고 싶다’는 응답은 54%로 전년(46%)보다 크게 높아졌다.
커뮤니티 시설 리모델링이 순조롭지만은 않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2009년)는 수영장, 피트니스 센터, 골프장, 사우나, 독서실 등이 잘 갖춰져 있지만 시설 노후화로 2023년부터 리모델링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30억~40억원으로 추산되는 비용에 입주민의 충분한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다. 수선해야 할 곳이 많은데 잘 쓰고 있는 커뮤니티 시설에 큰돈을 들일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이 단지는 작년 말엔 3억원을 들여 단지 내 야외 카페인 ‘구름 카페’를 리모델링했다.
일각에서는 커뮤니티 시설 경쟁이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주변 상가나 시설을 통해 누릴 수 있는 서비스도 단지 안으로 가져오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보기엔 화려하고 좋지만 주거비 부담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