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자회사 SMC, 영풍 지분 10.3% 취득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으로 영풍 지분 무력화
주총서 집중투표제·이사 수 상한 등 가결
고려아연 “넉달 반 이어진 적대적 M&A 해결 국면”
고려아연이 23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경영권을 노리는 MBK·영풍의 공세를 막아냈다. 당초 최대주주인 MBK와 영풍 연합은 이날 임시 주총에서 이사후보 14인 선임해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을 노렸다.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은 지분율이 열세인 주주에게 유리한 집중투표제 도입과 현 이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이사 수 상한(19인) 설정 안건으로 맞섰다. 집중투표제의 경우 주총 개최 이틀을 앞두고 법원이 MBK·영풍 측이 신청한 의안 상정 금지가처분을 일부 인용하면서 이번 주총에서 실제 적용이 불발됐다. 이로 인해 MBK·영풍 측으로 판세가 기우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주총 하루 전날 고려아연은 해외 손자회사인 SMC가 영풍 지분 10.3%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SMC가 10% 넘는 영풍 지분을 확보하면서 고려아연 지배구조에 순환출자 고리가 생겼고 상법(제369조 제3항)상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 적용이 가능해졌다. 상호주는 두 기업이 서로 상대방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를 말하고 상법은 이러한 발행주식 총수 10%를 초과 보유하면 상호주 의결권 제한을 규정하고 있다. 고려아연 100% 자회사인 SMC가 영풍 지분 10.3%를 확보하면서 상법 상호주 규정에 따라 주총에서 영풍의 의결권 25.4%가 무력화된 것이다.
이날 열린 임시 주총은 영풍이 보유한 의결권이 실제로 제한된 상태로 진행됐다. MBK는 영풍 의결권 없이 홀로 표결에 참여하게 됐다. 집중투표제 도입과 이사수 상한 설정 등 현행 고려아연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주요 안건이 모두 압도적인 차이로 가결됐다. 영풍 의결권을 무력화한 최윤범 회장 측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 첫 표 대결에서 MBK·영풍 연합의 공세를 방어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MBK·영풍 측은 이번 결과에 반발하면서 가처분신청 등 법적 조치를 예고하고 있다. 이번 임시 주총에서는 집중투표제 도입을 비롯해 이사수 상한 설정, 발행주식 액면분할,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 배당기준일 변경, 분기배당 도입 등 8건의 정관 일부변경 안건이 상정돼 이중 6개 의안이 가결됐다. MBK·영풍 측이 거버넌스 개선을 명분으로 제안한 집행임원제 도입 안건은 MBK·영풍 측이 반대하면서 부결됐고 소수주주 보호 규정을 명문화하는 안건도 MBK·영풍 측 반대로 가결되지 못했다. 부결된 두 안건은 모두 출석주주 의결권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특별결의 대상이다.고려아연은 넉달 반 동안 이어진 적대적 M&A 시도가 이번 임시 주총을 계기로 해결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주요 의안에 대해서는 지배주주를 견제할 수 있는 집중투표제를 도입해 경영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게 됐고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으로 지배구조 독립성을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밖에 배당안을 개편해 분기배당(3월, 6월, 9월 말일 기준)을 시행하기로 했고 주당 액면가를 현행 5000원 대비 10분의 1 수준인 500원으로 조정하기로 의결했다.
임시 주총 이사 선임 표결에서는 이상훈 전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한국대표와 이형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김경원 세종대 경영경제대학 석좌교수, 제임스 앤드류 머피 올리버와이만 선임고문, 정다미 명지대 경영대학장, 이재용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명예교수, 최재식 카이스트 김재철AI대학원 교수 등 고려아연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7인이 모두 이사회에 합류했다. MBK·영풍 측이 추천한 후보 14인은 모두 과반 득표를 얻지 못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과 국민연금 등 많은 주주와 업계 관계자들이 국가핵심기술, 국가첨단전략기술 등을 보유한 국가기간산업 고려아연이 대한민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감안해 현명하게 판단을 내렸다”며 “이번 임시 주총을 계기로 고려아연이 보다 많은 주주들의 지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모든 임직원들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범 동아닷컴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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